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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성윤 Nov 22. 2017

회사갑질, 회장님! UFC에 도전해보실래요?

회사 갑질 언제까지?

그동안 한국사회에서 회사들의 갑질 문화는 끊이지 않고 계속되어왔다. 큰 사건들만 몇 개 봐보자. 2014년엔 그 유명한 땅콩회항이 큰 파장을 불러일으켰었다. 땅콩을 까지 않고, 봉지에 동봉되어 받았다는 이유로 비행기를 돌려버린 사건이다. 부하직원이나 운전기사를 향한 유명기업 회장님들의 폭언이나 폭행은 뉴스에 너무 자주 나와 "어? 이번엔 어느 기업 회장이야? 새삼스럽지도 않네" 싶을 정도로 이젠 무감각해졌다. 혹시나 잊으신 분들이 계실까 봐 다시 리마인드 해드리면 2013년엔 블랙야크 회장이 용역직원을 신문지로 폭행했고, 2015년엔 몽고식품 전 명예회장, 작년엔 대림산업 부회장이 운전기사를 상습적으로 폭행했다. 미스터피자, 종근당 회장님들도 아래 직원을 폭행한 혐의로 대국민 사과를 하기도 했었다. 굳이 경험하지 않더라도 내가 다니는 회사에서 이렇게 모욕적인 일을 당하면 누구라도 그만두고 싶을 것이다. 그러나 퇴사는 생각보다 대단히 많은 용기가 필요하다. 청년실업률이 그 어느 때보다 높은 요즘이기에 청년들은 퇴사를 망설이고, "그렇다고 중년들의 실업률은 괜찮냐?" 그건 또 아니기에 같은 이유로 아버지, 어머니들도 망설인다. 더군다나 당장 내게 딸린 식구가 있다면 '그깟 모욕쯤이야'하고 넘어갈 수밖에 없다. 아니면 식구 모두가 길바닥에 나가 앉아야 하기 때문이다.


요 며칠 인터넷을 뜨겁게 달군 갑질 사건이 하나 있었다. 야한 옷을 입히고 장기자랑이라는 명목 하에 야한 춤을 추도록 강요한 한림대학교 성심병원 '간호사 갑질' 사건이다. 이 사건이 보도가 된 뒤에 병원 측에서 한 행동은 또 다른 논란을 낳았는데, 바로 언론에 제보한 간호사들을 색출했다는 것이었다. 땅콩회항만큼이나 이해가 되지 않는 사건이다. 도대체 어디서부터 잘못된 것일까? 죽어가는 환자들 치료한다고 화장실도 제 때 못가는 간호사들에게 이게 도대체 무슨 짓인지. 이쯤 되면 병원이 제정신이 아니었다고 보는 것이 맞지 않나 싶다. 


"나는 일생을 의롭게 살며, 전문 간호직에 최선을 다할 것을 하느님과 여러분 앞에 선서합니다. 나는 인간의 생명에 해로운 일은 어떤 상황에서도 하지 않겠습니다. 나는 간호의 수준을 높이기 위하여  전력을 다하겠으며, 간호하면서 알게 된 개인이나 가족의 사정은 비밀로 하겠습니다. 나는 성심으로 보건의료인과 협조하겠으며, 나의 간호를 받는 사람들의 안녕을 위하여 헌신하겠습니다." 간호사가 되기 전에 간호학과 학생들이 하는 나이팅게일 선언이다. 간호의 수준을 높이기 위해 전력을 다하겠다는, 간호받는 사람들의 안녕을 위하여 헌신하겠다고 다짐한 간호사에게 고작 야한 춤이라니. 자괴감이 든다는 말은 이럴 때 하는 말이다. 더군다나 자괴감에 빠져있을 간호사에게 돌아온 것은 미안하다는 사과가 아니라 '색출'이라니, 이래서 청년들이 헬조선이라 부르는 것이다. 이게 직원인가? 머슴이나 노예에 가깝지.


도 넘은 회사의 갑질에 대응할 수 있는 방법은 사실 없다. 그저 참으며 다음날 아무 일 없었다는 듯이 출근하던지, 용기를 내어 고발하고 색출당하는 것. 이 두 가지 방법 외엔 없다. 다윗은 골리앗을 무찌를 수 있었겠지만 회사라는 현대판 골리앗 앞에 우리는 그저 개미일 뿐이다. 그럼에도 우리가 싸울 수 있는 일은 연대하는 것이다. 작은 물고기가 큰 물고기의 위협을 피하기 위해 떼를 지어 다니는 것처럼 말이다. 연대하는 방법 중엔 여려가지가 있겠지만 그중 하나가 노조에 가입하는 것이다. 그러나 우리는 노조에 가입하는 것을 꺼려한다. 꺼려하는 것을 넘어 노조를 빨갱이로 생각하며, 노조 가입은 사회 불만 세력들이나 하는 것으로 인식한다. 어느 정당은 노골적으로 노조를 비판하기도 한다. 우리가 연대해서 싸우는 것을 싫어하기 때문이다. 갑질 문화의 역사는 길다. 전태일 열사가 온몸을 불사른 이유도 회사의 갑질이라는 틀에서 벗어나지 않는다. 한국전쟁 이후 보릿고개를 넘는 일이, 가난에서 벗어나는 일이 우리 사회의 가장 큰 과제였다. 그러기 위해 회사는 직원들의 등골을 빼먹어야 했다. 그 과정에서 장시간 노동, 저임금과 같은 작은 갑질들이 존재할 수밖에 없었고, 이 작은 갑질이 오늘날 비행기를 되돌릴 만큼 커진 것이다. 회사의 성장이 곧 국가의 성장이었고, 이것이 중요했기 때문에 이를 가로막는 사람들은 예나 지금이나 색출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어떻게 할 것인가는 우리의 선택이다. 을로서 갑의 횡포를 그냥 겪어내거나, 함께 연대하는 갈래길 중 어디로 갈 것인지는 각자의 몫이다.


개인은 노조를 통해 골리앗과 싸울 발판을 마련하고, 정부는 사회안전망이라는 보호막을 만들어야 한다. 회사의 갑질이 너무 부당하다고 개인들이 느낀다면 언제든지 그만둬도 그 개인이, 혹은 가족이 먹고사는데 지장이 없도록 말이다. 요즘 아이 한 명 키우는데 드는 비용이 3억이라고 한다. 이 중 가장 많은 부분을 차지하는 것이 사교육비다. 더 이상 미래지향적이지 않은 교육제도와 교육비를 모두 개인에게 부담하는 한국 교육의 현실은 앞에서 얘기한 것처럼 개혁함으로써 부모의 퇴사 부담을 정부는 덜어줘야 한다. 또 정부가 적극적으로 노조 가입을 장려하거나, 노조가 없는 중소기업에 취직한 직장인들을 위해 산별노조를 만드는 것 역시 안정망에 포함된다. 부모가 회사를 그만두더라도 아이를 부담 없이 키울 수 있도록, 색출당하더라도 국가가 국민을 책임질 수 있는 안전망을 정부는 마련해야 한다. 그게 정부가 존재하는 이유라고 생각한다.


이젠 또 어떤 무식하고 황당한 회사 갑질이 우리 사회에 나타날지 염려스럽다. 이 글을 빌려 회사 내에 각종 갑질을 하고 계신 관계자분들께 전한다. "비겁하게 자꾸 '을'의 위치에 있는 연약한 직원들 때리지 말고, 싸우고 싶다면 정정당당하게 싸우시길 바란다. 몸이 간질간질하시다면 이참에 UFC에 도전하시길 추천한다."

이번 매거진은 출판을 목적으로 쓰고 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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