꼭 돈 때문은 아냐
꼭 돈 때문에 아이를 안 갖는 것은 아니다. 양육비가 아무리 많이 들어도 아이를 낳고 싶은 부모들이 많다. "그 정도는 내가 벌어오겠어!"하며 지금 이 시간에도 열심히 일 하는 엄마 아빠들이 있다. 가끔은 3억의 양육비보다 주변의 시선과 반응이 더 무겁고, 견디기 힘들 때가 있다.
"대체 애를 몇이나 낳는 거야? 애 둘이라 하지 않았어?"
"어떻게 하려고 또 임신을 했대, 참 이기적이다!"
"얼마나 됐다고 또 임신이야. 또 휴직이야? 첫째 둘째 낳을 때도 얼마나 편의를 봐줬는데"
"진짜 여자들이 문제야, 기껏 교육시켜 놓으면 결혼에, 임신에, 애기에... 핑계도 많아"
"그게 다 여자들이 의리가 없어서 그래."
드라마 미생에 나온 대사들이다. 드라마 속의 과장된 대사가 아닌, 실제 회사 내에서 오고 가는 말들이다. 이런 회사 분위기에서 여직원이 안심하고 아이를 가질 생각을 할 수 있을까? 임신한 직원은 눈치 보여서 출근이나 제대로 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 정말이지 '스트레스로 인한 유산만 안 하면 다행이다.'싶을 정도다. 이보다 안타까운 건 마땅한 해결책도 특별하게 없다는 것이다. 육아휴직을 안 준다거나, 수당 없이 야근을 시키면 법적 제재를 가하는 방법으로 해결 방안을 모색해 볼 수 있겠지만 임신 자체를 꺼려하는 회사 내 분위기 자체는 제재할 수 있는 방법이 딱히 없어 보인다. 우리 사회 구성원들의 생각이 조금씩 바뀔 필요가 있다.
미생의 대사처럼 왜 임신에 대한 비난은 꼭 여성의 몫일까? 이런 비난의 베이스엔 육아와 관련된, 예를 들어 육아휴직이라던지, 애기 때문에 일찍 퇴근한다던지와 같은 것을 여성만의 혜택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 아닐까? 성적으로 임신과 출산은 여성만 가능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육아휴직은 여성만 누릴 수 있는 혜택으로 인식하는 분위기가 우리 사회 저변에 깔려있다. 그러나 이것이 여성만을 위한 특별한 혜택이 아니라는 인식의 전환이 필요하다. 육아휴직을 여성의 특혜로 생각하니 자꾸 임신이 여성의 문제가 된다. 마치 임신에 남자의 책임은 없는 것처럼 생각하곤 하는데 진짜 없는지 곰곰이 생각해보시길 바란다. 임신으로 인한 육아휴직이 특혜가 아닌 당연함으로 생각하기 위해 역설적으로 남성의 육아휴직이 더 장려돼야 한다고 생각한다. 고용노동부의 통계에 따르면 작년에 육아휴직을 낸 여성 근로자는 8만 명이 넘었지만 남성의 경우 7천6백 명에 머물렀다. 숫자에 있어 여성이 압도적으로 많다 보니 육아휴직은 '여성'의 혜택이고, '남성'은 휴직한 여성의 일까지 더 해야 하는 피해자로 생각할 수밖에 없다. 그렇기 때문에 "이기적이다"는 드라마의 대사가 현실에도 존재할 수밖에 없는 거 아닐까.
그렇다면 남성 근로자의 육아휴직비율은 왜 이렇게 낮은 걸까? 휴식보다 일이 좋기 때문일까? 회사 오너도 일보단 휴식을 취하고 싶을 거다. 너무 당연한 거 아닌가. 너무 당연하니만큼 남성 근로자도 육아휴직을 갖고 싶어 한다. 한 조사에 따르면 남성 89%가 육아휴직을 원한다고 답했다. 그러나 사용하지 않는 이유를 묻는 질문에서 58%는 '회사 분위기'를, 25%는 '급여 부족'이라고 답했다. '육아는 여성의 몫'이라 답한 이들의 비율은 6%로 매우 낮았다. 육아에 따른 역할론보단 쓰지 못하도록 하는 분위기와 제도 때문이란 것이 남성 근로자들의 답이었다. 사실이지 않은가. 애기 생겼다고 휴직계를 낸다는 게 '여자도 아니고 네가 왜 내냐'는 분위기가 회사 내 분위기가 아닌가. 임신과 출산으로 인한 책임은 '성 역할'에 따라 다른 것이 아닌, '부모'로서 남녀 모두에게 있다는 생각이 우리 사회에 녹아들어야 한다. 여성만의 혜택이 아닌 아이를 위한 혜택, 부모를 위한 혜택, 근로자를 위한 혜택, 우리 모두의 혜택이 되어야 한다.
우리나라 특성상 많은 야근과 잦은 회식 문화도 육아를 방해하는 요소이다. 애는 어린이집에서 수업이 끝난 지 오래인데 아직도 회사에서 밀린 업무를 처리하는 부모의 피가 얼마나 마르겠는가. 수화기 넘어 빨리 보고 싶다는 아이 목소리에 가기도 싫은 회식에 상사 비위 맞추기 위해 억지로 가는 그 마음은 또 어떻겠는가. "야근을 안 하면 일을 열심히 안 한 걸로 생각한다."는 이런 말 같지도 않은 문화야말로 청산해야 하는 진짜 적폐다. 아 물론, 애 돌보기 싫어서 셀프 야근하는 사람들도 있던데 그분들은 제발 양심 좀 챙기길 바란다. 쫌!!!
회사 업무가 끝났으면 빨리 가정으로 보내야 한다. 그래야 일과 가정의 양립이 가능하지 않겠나. 밤 10시, 11시까지 야근에 회식에 붙잡는데 무슨 일과 가정의 양립이 가능하겠나. 정 회식이 하고 싶다면 점심시간에 하시는 걸 추천한다!
돈은 적게 벌어도 개인 시간을 갖고 싶어 하는 세대가 지금의 청년들이다. 육아의 몫이 여성의 역할이라고 생각하는 이들도 과거에 비하면 많이 줄었다. 앞으론 더 할 것이다. 회사가 변할 때다.
아이를 갖는다는 것, 굉장한 축복이다. 그 축복을 과거의 문화를 가진 분들로부터, 회사로부터 받을 수 있길.
이번 매거진은 출판을 목적으로 쓰고 있습니다 ^.^
읽어보시고 괜찮으시다면 '좋아요', '공유', '댓글' 부탁드립니다~
연락이 필요하신 분은 s_ylee1109@hanmail.net으로 메일 주시면 답변드리도록 하겠습니다.
프롤로그 "정치는 볼드모트가 아니야!" https://brunch.co.kr/@youthpolitica/80
우리가 개새끼라고? 왈왈 https://brunch.co.kr/@youthpolitica/82
2016년 청년들은 왜? https://brunch.co.kr/@youthpolitica/83
춤추고 싶으면 홍대 클럽 갈게요. 정당은 아니네요. https://brunch.co.kr/@youthpolitica/84
19금 정치는 직무유기 https://brunch.co.kr/@youthpolitica/85
과연 저들이 우리를 대표할 수 있을까? https://brunch.co.kr/@youthpolitica/88
청년들이 뭘 알아? "우리도 알 건 압니다!" https://brunch.co.kr/@youthpolitica/89
회식은 야근이야! https://brunch.co.kr/@youthpolitica/91
야근... 두꺼비집을 내릴까? https://brunch.co.kr/@youthpolitica/92
개, 돼지로 길러지는 아이들 https://brunch.co.kr/@youthpolitica/93
아이비리그 학생도 못 푸는 수능? https://brunch.co.kr/@youthpolitica/94
결혼이요? 선배를 보니까 하기 싫어져요! https://brunch.co.kr/@youthpolitica/95
죽음의 공식 '수능' https://brunch.co.kr/@youthpolitica/107
나를 되돌아보는 시간 '갭이어' https://brunch.co.kr/@youthpolitica/108
요즘 젊은이들은 끈기가 부족해! https://brunch.co.kr/@youthpolitica/109
사랑하기엔 너무 비싼 그대 https://brunch.co.kr/@youthpolitica/112
아프니까 청춘이다 https://brunch.co.kr/@youthpolitica/113
피할 수 없으면 즐겨라? 아니, 어떻게 해서든 피해 https://brunch.co.kr/@youthpolitica/114
통일, 청년과 멀어 보이나요? https://brunch.co.kr/@youthpolitica/116
정치판에 청년이 설 자리는 없다. https://brunch.co.kr/@youthpolitica/117
내 연애는 내가 알아서 할게! https://brunch.co.kr/@youthpolitica/118
회장님! UFC에 도전해보실래요? https://brunch.co.kr/@youthpolitica/119
촛불 1주년, 정치는 여전히 그대로? https://brunch.co.kr/@youthpolitica/121
출산지도에 돈 쓰지 말고 그냥 돈을 줘! https://brunch.co.kr/@youthpolitica/1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