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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성윤 Dec 20. 2017

결혼, 독립해야하는데 갈 곳이 없어!

도대체 집값은 누가 다 올려놓은거야!!!

연애의 포기는 곧 결혼의 포기로 이어진다. 또 결혼의 포기는 다시 출산의 포기로 이어진다. 연애-결혼-출산은 하나의 연장선 위에 놓여있다. 연애를 포기했는데 ‘결혼 정책’만 만들면 뭐하고, 결혼을 포기했는데 ‘저출산 대책’만 세워서 해결이 될까? 연애 없이 결혼 없고, 결혼 없이 출산은 있을 수가 없으니 이들을 각각을 별개의 문제로 접근해서는 안 된다. 


온 국민에게 사랑받고 있는 카카오 게임 ‘프렌즈 팝콘’은 스테이지를 클리어하면 클리어할수록 더 어려운 퍼즐들이 나와 우리의 골머리를 썩이곤 하는데 연애-결혼-출산도 마찬가지다. 어렵게 연애를 끝내고 결혼을 하려면 더 큰 비용이 기다리고, 아이를 가지려니 또 더 큰 비용이 우릴 기다린다. 우리 삶도 스테이지의 연속이다. 물론 ‘프렌즈 팝콘’을 할 때처럼 그 순간순간은 어느 때보다 내 앞에 있는 사람에게 집중하게 되고, 함께하는 모든 일에 재미가 있다. 내 옆에 있는 사람에게만 집중하기에도 바쁜데 집중력을 계속 흩트리는 요소들이 계속 나타난다. 그중 하나가 결혼비용이다.


2016년 2월 평균 결혼비용은 약 2억 7천400만 원으로 나타났다. 이 중 70%인 1억 9천174만 원이 주택을 마련하는 데 필요한 돈이었다. 직장인 평균 데이트 비용에 비하면 3억 가까이 드는 결혼비용은 비교도 안 될 정도로 굉장히 큰 액수다. “불평하지 말고 열심히 일해서 벌어라!”라고 말하시는 분들도 있을 텐데 사실 청년들 입장에선 저런 말이 조금 서운하다. 우리도 진짜 열심히 일해서 벌고 싶다. 근데 열심히 일해서 벌 수 있는 액수를 이미 넘어섰다. 오히려 묻고 싶다. “집을 사지도 못하게 왜 이렇게 올려놓으셨냐고”말이다. 집값은 우리가 올려놓은 것이 아니다. 여기에 우리가 기여한 바라고는 1도 없다. 우린 과거세대가 올릴 대로 올린 집값에 피해자가 되었다. 청년 5명 중 3명은 자신의 소득 대비 30%를 주거비로 지출한다. 올해 1인 가구 월급의 중위값은 165만 원이었으니 50만 원가량의 돈을 주거비로 쓰는 셈이다.


2016년 우리나라 직장인의 평균 월급은 281만 원이었고, 20대의 경우엔 182만 원으로 나타났다. 281만 원으로 주택마련에 필요한 약 2억 원의 돈을 모으려면 5년을 아무 데도 쓰지 않고 모아야만 하는 돈이다. 그러나 사실 2억 도 터무니없이 부족한 돈이다. 이 돈으로는 서울에 제대로 된 아파트 전세 하나도 얻을 수 없다는 건 모두들 알 것이다. 같은 해 서울의 평균 아파트 전세 값이 4억이었으니 말이다. 이쯤 되면 정말 궁금하다. 도대체 누가, 왜, 어떻게 이렇게나 많이 집값을 올렸는지 말이다. 사실 기성세대가 올렸다고 단정 지을 수는 없다. 그럼에도 누구냐고 물어본다면 ‘정치’가 분위기를 조성했고 그 분위기 속에 지금의 기성세대가 있었다고 말하고 싶다. 그 시절의 분위기를 쫓아가면 집을 살 수밖에 없었다. 아마 우리가 그 시절에 살았어도 악 물고 집을 사려고 하지 않았을까 싶다.


전쟁이 끝난 뒤엔 부자보단 가난한 사람이 절대적으로 많았던 1950년, 조부모 세대는 셋방살이로 전전긍긍하며 주인집 눈칫밥 먹기 일쑤였다. 1960년대부터 급속도록 시작된 산업화로 인해 도시 빈민들은 소설 <난쟁이가 쏘아 올린 작은 공>에서 보듯 강제로 집에서 쫓겨나야 했다. 내 집 없는 서러움을 겪어야 했던 그 시절을 보낸 기성세대에게 ‘내 집 마련’은 지난날의 아픔을 씻을 수 있는 아마 유일한 방법이었을 것이다. 이런 분위기 속에 유년시절을 보낸 1960년대 생들이 본격적으로 사회에 진출했던 1980년 이후부터 우린 약 20년 동안 경제가 성장하는 황금기를 맞았다. 1980년 제2차 오일쇼크 이후부터 IMF가 터지기 전까지 매년 평균 9.1%의 성장은 이들로 하여금 ‘내 집 마련’의 꿈에 한 발짝 다가갈 수 있게 도왔다. 이것이 지금 50대가 겪은 유년시절과 청년시절이다.


그러나 내 집 마련의 꿈은 결코 한 채로 끝나지 않았다. 그 배경엔 투기를 부축이는 정치가 있었다. 지난 이명박, 박근혜 정권 9년은 전국을 부동산 투기판으로 만들었다. 대출규제를 거의 없애다시피 했고, 금리 역시 초저금리 기조를 유지하면서 정부는 국민들로 하여금 빚을 내서 집을 사도록 권유했다. “조건이 이렇게 좋은데 왜 안 사? 무리하더라도 지금 사둬 곧 오를 거야! 요즘 같은 저금리, 저성장 시대에 부동산 말고 너네가 돈 벌 수 있는 기회가 있겠어?”와 같은 속사임으로 마치 빚을 내서 집을 안 사면 바보로 만들면서 말이다. 이런 기조 속에 부동산을 사두는 것이 자산을 보호하는 것이자, 불릴 수 있는 것이라는 심리를 정치가 끊임없이 줬고, 내 집 마련에 상처와 희망을 모두 본 지금의 50대는 다시 또 집을 사며 집값을 높이는데 기여했다.


기성세대들이 올려놓은 집값에 쩔쩔매는 지금의 청년세대를 앞서 피해자로 언급했지만, ‘어쩌면 기성세대 역시 같은 피해자가 아닐까’라는 생각이 든다. 집 없는 서러움을 정치는 “억울하면 빚내서 집 사”라며 기성세대를 달랬고, 그런 사회적 분위기를 그저 따른 것을 청년들은 ‘당신들 때문에 우리가 이렇게 됐잖아!’라며 비판을 가한다. 진짜 가해자는 따로 있는데 말이다. 어쩌면 둘 다 피해자일지도 모르는 기성세대와 청년세대는 그렇게 세대 간의 불꽃 튀는 전쟁을 오늘도 이어간다. 이 전쟁을 끝내기 위해선 결국 정치가 바로 서야 하지 않을까?

이번 매거진은 출판을 목적으로 쓰고 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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