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그렇게 두렵습니까?
그러면서도 한 편으로는 두려운 것이다. 결국 양반을 무너트리고 왕의 나라가 아닌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다'는 헌법을 제1조에 둔 민주국가를 만들었듯이, 청소년들이 던질 표가 무섭고 청년들이 여는 새 시대의 정치가 두려운 것이다.
세종대왕께서 훈민정음을 선포했을 당시 사대부들의 반응은 대단히 비관적이었다.
백성이 한자를 알면 글을 읽을 수 있게 되고, 글을 읽게 되면 세상 이치를 깨닫고, 세상 이치를 깨달으면 우리 자리를 넘볼 것이라는 게, 한글 창제 이후 기득권 세력들의 생각이었다. 이들이 우려한 대로 훈민정음 반포 이후 평민이 양반의 자리를 넘보는 해프닝은 일어나지 않았지만, 지금 우리가 살고 있는 이 나라가 왕조국가가 아닌 민주국가라는 점에서 그 우려는 현실이 됐다고 볼 수도 있겠다. 사실 내가 말하고 싶은 건 결과가 아니다. 오늘날에도 500년 전 사대부들과 똑같은 사고를 하는 사람들이 대한민국에 존재한다는 것이다. 바로 기득권 정치인들이다.
글자를 알면 자기네 영역을 침범하리라 생각했던 조선시대의 사대부들처럼, 기득권 정치인들은 청소년과 청년이 정치를 알면 자기네 밥그릇이 위태로워질 것이라 생각하는 듯하다. 그렇지 않고서야 전 세계에서 거의 유일하게 19세에 부여하고 있는 선거권 연령의 나이를 낮추지 않을 리가 없다. 선거권 연령을 낮추지 않는 이유를 들어보면 이들이 훈민정음의 반포를 두려워했던 기득권들과 같은 생각을 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인명진 전 새누리당 비대위원장은 선거연령이 18세로 낮춰지면 “학교가 정치판이 될까 우려된다.”면서 18세 선거권은 찬성하되 학제개편을 주장했다. 즉, 학교를 일찍 들어가게 해서 18세면 졸업을 할 수 있도록 하자는 것이다. 다시 말하면 교복 입고 투표하는 꼬락서니는 못 보겠다는 것이다. 이 기조는 지금의 자유한국당에서도 유지되고 있다.
'학제개편 없이 선거권 연령이 인하되면 학생들이 선거운동에 동참한다?' 참으로 쓸데없는 우려라고 생각한다. 학생들이 정치를 알면 과연 학교가 정치판이 될까? 그럼 대학교, 군대, 회사, 우리 사회는 정치판이 되고도 남아있어야 하는 것 아닌가. 학교가 정치판이 될 것이라는 우려는 한글을 깨친 백성들이 즉시 양반의 자리를 위협할 것이라는 조선시대 사대부들의 우려와 비슷하다. 그런 일이 일어나지 않았듯, 학교에서도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을 것이다. 개인적으로는 학교가 정치판이 됐으면 좋겠지만 이런 내 생각도 아마 오지랖일 것이다. 그러니 너무 우려하지 않으셔도 된다 말해주고 싶다. 있다면 4,5년에 한 번 있는 선거철에나 반짝 있을 뿐, 학생들은 여전히 점심시간에 공차기 바쁘고, 입시 준비하느라 공부하기 바쁠 것이다.
청소년들에게 투표를 불허했다면 만 25세 미만의 청년들에겐 정치를 불허했다. 우리나라에선 만 25세 이상의 국민만이 '출마할 수 있는 자격'이 주어진다. 여기엔 딱히 반대 이유도 없다. 미군정 당시 미국 헌법 상 25세 이상부터 출마가 가능했기에, 피선거권을 규정하는 법이 없던 당시 그대로 가져와 적용시킨 후 70여 년 가까이 바뀌지 않았다. 어떤 이유가 있어서라기 보다 이쯤 되면 그냥 싫은 것이 아닌지 의문이 든다. 즉 청소년, 청년들이 정치에 관심 갖는 게 그냥 싫은 것이다. 비교적 진보적인 18세 청소년들이 보수정당보단 진보정당에 표를 던질까 봐, 머리에 피도 안 마른 것이 의원 배지를 다는 것이 싫은 것이다. 실제로 30대 기초의원이 마이크를 잡자 60대 의원이 "어린애가 뭘 아냐"라고 비아냥 댄 이야기는 모르는 사람 빼고 다 알정도 유명하다. 정치권은 청소년이 정치적인 발언을 하는 것을, 청년이 정치하는 것을 싫어하고 가능하다면 막으려 안간힘을 쓴다. 19세, 25세로 청소년과 청년의 참정권을 제한하고 조선시대 양반들이 백성을 통치의 대상으로 봤듯, 정치인들도 우리를 통치의 대상으로 본다.
"쓸데없이 학교에서 정치 얘기하지 말고 공부나 해라."
"청년을 위한 정치인이 되겠다", "필요한 청년정책이 있으면 말해라, 만들어주겠다."
이런 그들의 말이 청소년과 청년들을 통치의 대상으로 보는 증거다.
그러면서도 한 편으로는 두려운 것이다. 결국 양반을 무너트리고 왕의 나라가 아닌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다'는 헌법을 제1조에 명시한 민주국가를 만들었듯이, 청소년들이 던질 표가 무섭고 청년들이 여는 새 시대의 정치가 두려운 것이다.
그렇게도 두렵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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