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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성윤 Feb 11. 2018

중학생 농부 태웅이에게 배우다

덕후가 승리하는 세상

작년 9월 나이에 맞지 않는 구수한 사투리와 농사에 대한 남다른 열정으로 화제가 된 인물이 있었다. 경기도 안성시에 살고 있는 한태웅(15)군이다. 한창 놀기 바쁠 평범한 15살 중학생의 모습은 온데간데없고 머릿속은 온통 농사 생각이다. 키운 닭을 팔아 돈을 모으고, 트랙터 공부에 열중이다. 돈만 많다고 부자는 아니라며, 행복해야 한다는, 먹고살 만큼만 벌고 남한테 욕 안 듣고, 베풀면서 가족과 행복하게 살고 싶다는, 자기 나름의 철학도 있는 멋있는 중학생이다. 어떤 공부를 하고, 무엇을 하며 앞으로 살지 몰라 방황하는 청년들이 많은데 한태웅 군은 자신이 갈 길 마저 정해두었다. 이보다 멋진 중학생이 있을까?


그런 그에게 우리 교육제도가 배울 점이 있다. 우리나라 교육제도는 '공부 잘하는 아이'에게만 포커스가 맞춰져 있다. 모든 학생들을 '공부 잘하는 학생'으로 키우려고만 한다. 이런 교육제도가 대학을 서열화시켰고, 그렇게 일렬로 선 대학은 직업의 귀천을 만들었다.

왜 우리 모두는 공부만 잘 해야 하는가? 왜 우리는 '사'자 직업을 가져야만 성공하는 인생이 되는 것인가? 

죽어도 농부가 되고 싶다는 이 중학생에게 우리 사회는 어떤 길을 터줄 것인가? 한태웅 군을 보며 여러 질문들이 머리를 스친다. 청소부, 배관공, 목수, 전기설비 등의 직업을 갖고 싶다는 어린아이들에게 부모들은 "왜 절대 안 된다"고만 말하는가. 왜 자꾸 학생들에게 "공부 안 하면 추울 때 추운데서 일하고, 더울 때 더운데서 일한다"는 얘기로 공부할 것을 강요하는가. 추울 때 추운데서 일하는 사람 덕분에 우리가 덜 춥고, 더울 때 더운데서 일하는 분들 덕에 우리가 덜 덥게 살 수 있는 게 아니던가. 고맙게 생각해야 할 존재들이지, 폄하할 존재들이 아니다.


모든 학생들이 공부를 잘하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 누군가는 농사가 체질에 맞고, 누군가는 음악이, 누구는 체육이 적성에 맞을 수 있다. 책 읽기는 싫어도 악보 읽는 거라면 밥 먹으라 불러도 들리지 않는 사람들이 있다. 문제는 지금의 교육제도에서 이 모두가 국어, 수학, 영어를 잘해야 된다고 강요받는 것이다. 그래야만 성공할 수 있다는 우리 사회에 문제가 있다. 그러니 학생들이 학교 수업을 지루해하는 것이다. 학교는 학생들을 엘리트로 키우는 곳이 아니다. 학교는 학생들이 사회에 나가기 전, 자신이 어떠한 삶을 살고 싶은지 탐색하는 곳이어야 한다. 대학에서 어떤 전공을 배우고 싶은지 모른 채 수능 점수에 맞춰 대학에 진학하는 고등학생들이 대다수다. 그렇게 점수에 맞춰 계획 없이 진학한 대학에서 방황하며 전과를 선택하는 이들을 수없이 봐왔고, 그제야 자신이 적성에 맞지 않는 길을 선택했다는 것을 후회하는 친구들도 보았다. 또 이렇게 대학에 진학한 학생들 중 절반에 가까운 수는 자신의 전공과 전혀 다른 직업을 갖는 아이러니한 사회에서 우린 살고 있다. 인재 말고 다른 자원은 없는 나라에서 이는 국가에도 크나큰 손실이 아닐 수 없다. 이 손실의 시작은 결국 '모든 것을 두루 잘하게 만드는 지금의 교육제도'에 있다. 


덕후가 승리하는 요즘이다. 4차 산업시대엔 소수의 사람들을 중심으로 한 작은 회사들이 많이 나타날 것이다. 전체적인 고용은 줄어들지 몰라도 각 분야별 전문직을 찾는 비중은 높아질 것이다. 택배기사의 일을 드론이 대체한다고 해서 유통업이라는 산업이 없어지지는 않을 것이다. 마찬가지로 농사를 기계가 다 지어도 농업이라는 산업은 사라지지 않을 것이다. 오히려 산업별로 더 유능한 인재를 찾기 위한 전쟁이 벌어질 것이다. 국어, 수학, 영어, 사탐 또는 과탐까지 모두 1등급인 학생보다 한태웅 군처럼 하나만 잘 하는 사람이 더 필요한 시대가 다가오고 있다. 그런데도 우린 아직까지 모든 것을 잘 할 것을 강조한다. 참으로 걱정하지 않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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