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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문화, K정치와 충돌하다.

정치는 어떻게 K팝을 몰락시킬까 3화

by 이성윤

K팝과 K콘텐츠는 '다양성'을 기반으로 전 세계로 뻗어 나갔다. 다양성의 힘을 느낀 K콘텐츠는 앞으로도 다양한 문화를 존중하고 수용하며 외부로 확장하려 할 것이다. 하지만 여기엔 큰 걸림돌이 있다. K정치다.


K콘텐츠와 달리 K정치는 '폐쇄성'이 강하다. K정치의 폐쇄성은 의회의 구성원을 통해 확인할 수 있다. 우리나라 국회는 '50대 이상의 아저씨들'이 주를 이루고 있다. 22대 국회의원의 평균 연령은 56.3세이며, 전체 300명의 국회의원 가운데 50대 이상 아저씨는 모두 217명으로 72%를 차지한다. 반면 우리나라 인구 중 2030이 차지하는 비율은 30.6%나 되지만 2030 국회의원은 14명으로 4.6%에 불과했다. OECD 2030 의원 평균 비율은 18.8%으로 우리나라보다 4배가량 많았다. 22대 국회에 입성한 여성 의원은 60명으로 역대 최다를 기록했다. 그러나 전체 유권자 중 여성 유권자 비율이 50.4%인 점을 감안하면 60명(20%)은 여전히 낮은 수였다.


직업군으로는 법률가들이 61명(20%)으로 가장 많았다. 우리나라 임금근로자 중 비정규직 비율은 38.2%(24년 10월 기준)에 달하고 있지만 노동자 출신의 국회의원은 찾아보기가 힘들다. 또 국회의원의 평균 자산은 약 33억으로 일반 시민보다 7.6배 많았다. 다양한 계층의 의견과 의사가 반영되어야 하는 국회의 구성원은 성별, 연령, 직업, 소득 등에서 고루 분포되지 못한 채 특정 계층으로 심각하게 쏠리고 있다. 그 결과 청년, 비정규직 노동자, 장애인, 여성 등의 목소리는 국회에서 점차 사라지고 있다.


폐쇄적인 국회 구성원은 정치의 폐쇄적인 세계관을 자아냈다. 80년대 독재 군부와 맞서 민주주의를 쟁취했던 공통의 경험이 있는 386세대가 장기집권하면서 한국의 정치 이념은 '자유' 대 '민주'에서 전혀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선진국 반열에 오른 국가들 중에서 아직도 색깔론으로 정쟁을 삼는 나라는 극히 드물다. 냉전을 끝으로 자유진영과 공산진영을 이끌고 있는 미국과 중국도 더 이상 이념으로 갈등하지 않는다. 최근 불거진 두 국가 간의 신냉전은 AI, 5G, 네트워크 등 기술 혁신을 중심으로 갈등이 고조될 뿐 이념이나 색깔론은 자취를 감춘 지 오래다. 반면 한국에선 아직도 선거철이나 주요 정치 사건이 일어나면 '빨갱이', '주사파', '종북', '북한·중국의 공작'이라는 온갖 색깔론과 이념 정쟁이 불거진다. 이번 비상계엄 사태로 일어난 탄핵 집회에도 윤석열 대통령을 비롯한 보수층은 중국의 공작을 주장했다.


윤석열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언은 한국 정치가 이념 정쟁의 극에 달했음을 상징한다. 그는 야당을 반국가세력으로 규정하고 부정선거를 주장했다. 또 "북한 공산세력의 위협으로부터 자유 대한민국을 수호하고, 우리 국민의 자유와 행복을 약탈하고 있는 파렴치한 종북 반국가세력을 일거에 척결하고 자유 헌정 질서를 지키기 위해" 비상계엄을 선포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윤 대통령의 주장은 모두 허구였다. 부정선거 주장은 사실이 아니었으며, 정당한 절차를 걸쳐 국민이 뽑은 야당 국회의원들이 반국가세력이란 증거도 없었다. 북한이나 중국의 공작은 더더욱 찾아볼 수 없었다. 되려 색깔론으로 대한민국을 위기로 빠트린 건 윤 대통령 본인이었다.


민주당도 이념에 갇혀있기는 매한가지다. 21대에 이어 22대 국회에서도 제1당이 되었지만 제1당으로써 무슨 역할을 했는지 의문이다. 폭주하는 윤석열 정부에 맞서 민주화를 기치로 내걸었지만 민주당 내에서도 끊임없는 계파 갈등에 당내 민주주의가 무너졌다는 평가를 당 내외에서 받았다. 50대 아저씨들(386 세대)이 주를 이루는 K정치는 1980년대 있었던 자유 대 민주의 진영 갈등을 계속해서 이어오고 있는 것이다.


지난 30년 간 K팝은 세대를 거듭하면서 4번의 세대교체를 이뤄냈고, 5세대 아이돌의 등장을 눈앞에 두고 있다. 반면 K정치는 여전히 80년대에 머물고 있다. 다양성을 토대로 외부로 확장해 나가는 K문화와 특정 계층의 전유물로 몰락해 버린 폐쇄적인 K정치 간의 충돌은 불가피하다. 비상계엄 사태로 불거진 집회 시위 현장에 청년들이 응원봉을 들고 나온 건 K문화와 K정치가 충돌한 대표적인 장면이다.


확장하려는 문화와 폐쇄적인 정치가 충돌한 사례는 우리나라 외에도 세계 곳곳에서 목격됐다. 그리고 충돌의 끝은 늘 정치의 승리로 끝났다. K문화와 K정치의 충돌도 K정치의 승리로 끝난다면 한류도 자취를 감추게 될 것이다.


정치는 어떻게 K팝을 몰락시킬까
[프롤로그] 정치는 어떻게 K팝을 몰락시킬까?
[1화] K팝의 성공은 '다양성'이었다.
[2화] MZ세대는 왜 집회 현장에서 K팝을 틀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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