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는 어떻게 K팝을 몰락시킬까 9화
2030년 세계엑스포 유치를 놓고 부산, 리야드(사우디), 로마가 붙었었다. K팝 스타들을 총동원해 엑스포 유치에 힘을 쏟았지만 2030 엑스포 BIE 회원국 투표 결과 리야드 119표, 부산 29표, 로마 17표로 부산은 처참하게 실패했다. 윤석열 전 정부와 부산시는 상당한 자신감을 내비치며 열세에도 불구하고 결선에 진출해 막판 뒤집기를 하겠다는 구상을 세웠지만 결과는 완패였다.
사실 사우디의 엑스포 유치는 기정사실이었다. 윤석열 전 정부는 부산 유치 실패 원인으로 사우디가 엑스포 유치 활동이 빨랐던 점, 오일머니로 대규모 자원을 지원한 점, 종교적 연대 지지를 받은 점 등을 꼽았다. 그중에서도 종교적 연대 지지가 컸다. 리야드는 BIE 회원국 투표 전부터 아프리카, 중동, 동남아시아 등 이슬람 문화권 국가로부터 전폭적인 지지를 받았기 때문이다.
전 세계 이슬람 인구는 약 19억 명으로 세계 인구의 25%를 차지한다. 이슬람 국가를 연상하면 중동 국가들을 떠올리겠지만 동남아시아와 아프리카에도 이슬람 국가들이 모여있다. 세계에서 인구가 네 번째로 많은 인도네시아(2억 7천만 명)는 국민 대다수가 무슬림이다. 말레이시아와 브루나이는 국교가 이슬람이며, 태국·필리핀·베트남 등에서도 이슬람 문화를 쉽게 접할 수 있다. 뿐만 아니라 세계 인구 순위 5위와 8위인 파키스탄(2억 4천만 명)과 방글라데시(1억 7천만 명)도 이슬람 국가다. 이집트, 튀니지, 알제리 등 북아프리카 권역의 국가들은 대부분이 이슬람 문화권이며, 사하라 이남 지역에도 이슬람 문화가 널리 퍼져있다. 이슬람 문화권은 아프리카-중동-동남아시아까지 거대하게 뻗어있는 셈이다.
이슬람 국가로부터 전폭적인 지지를 받은 사우디는 오일머니로 막강한 경제력을 행사했다. 2022년 네옴시티 건설 논의차 사우디 빈 살만 왕세자가 한국을 방문한 적이 있었다. 빈 살만 왕세자는 약 20시간 동안 한국에 머물렀는데 그 짧은 시간에 맺은 MOU 규모가 무려 40조 원에 달했다. 빈 살만 왕세자를 만나기 위해 대기업 총수들이 줄을 섰다는 얘기는 지금까지도 회자되고 있다.
세계 인구 25%를 차지하는 이슬람은 아프리카-중동-동남아시아를 잇는 이슬람 문화권과 오일머니로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그런데도 이슬람 문화는 인구 5천만의 한국만도 못한다. 오히려 이슬람 문화권에 K팝 열풍이 거세게 휘몰아치고 있다. 말레이시아, 인도네시아 등 동남아시아권은 일찌감치 한류 영향권에 속했다. 사우디 빈 살만 왕세자는 지난 2022년 CJENM, SM엔터테인먼트와 MOU를 맺었고, BTS 정국은 카타르 월드컵 개회식 무대에 섰다. 이보다 앞선 2007년에는 이란에서 대장금 시청률이 90%를 넘었었다.
지구 인구의 1/4을 차지하고 있는 이슬람이 인구 5천만의 문화 한류를 소비한다니. 재밌지 않나. 이슬람 문화는 왜 홍콩이나 일본처럼 흥행한 적도 없는 걸까. 왜 이슬람의 문화는 인구 5천만의 한류보다 영향력이 없는 걸까. 여기까지 내 글을 읽으셨다면 그다음 대답도 아실 것이다. 정치 때문이다.
다음 편에 계속
<정치는 어떻게 K팝을 몰락시킬까>
[프롤로그] 정치는 어떻게 K팝을 몰락시킬까?
[1화] K팝의 성공은 '다양성'이었다.
[2화] MZ세대는 왜 집회 현장에서 K팝을 틀었을까?
[3화] K문화, K정치와 충돌하다.
[4화] 정치는 어떻게 홍콩 영화를 몰락시켰나.
[5화] 중국 콘텐츠는 왜 세계를 장악하지 못할까?
[6화] K팝이 쫓던 J팝은 어쩌다 K팝을 벤치마킹하게 됐을까.
[7화] 자민당의 60년 독주가 망친 일본 문화
[8화] 세습 정치가 망친 일본 문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