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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청년뷰 Nov 10. 2016

오늘 '행복'하기로 하다.


대학, 취업, 연애, 결혼, 출산, 내집마련... 
우리 사회가 청년들에게 요구하는 끝없는 '인생 스펙'들의 목록입니다.
사람들은 청년들이 '스펙만 추구하는 괴물'이 되었다고 비판하거나,
돈이 없어 희망을 갖지 못하는 'N포 세대'가 되었다며 측은해합니다.
우리는 청년들이 마주한 현실, 청년들이 살아갈 미래를 바라보는 다른 관점을 만나고 싶었습니다.
청정넷-기자단 청년view가 만난,
획일화된 삶의 기준에 문제를 제기하는 청년활동가들의 VIEWPOINT를 소개합니다.

1부. 질문하다.


잘 살고 싶은데 잘 살지 못하는 나

현대 산업사회에서 사람들은 시간 대부분을 부를 축적하는 데 소비하며 살아왔다. 물질적 부가 축절될 수록 '나'는 자연스레 고갈되어 갔고 사람들은 인간 소외, 우울증, 정신적 공황에 이르기 까지 건강의 불균형을 겪기도 하였다. '내'가 있어야 했다. '나'로의 회복. 좀 더 인간 운 삶을 살고 싶었다. 여기 행복하고 아름다운 삶을 영위하는 한 청년(조정훈 36, 오공 매니저)이 있다. 놀면서 일하고, 일하면서 노는 삶의 방식을 추구하는 그를, 카페오공(은평구 녹번동)에서 만났다. 대학을 졸업한 스물여섯에 한 투자 회사에서 직장 생활을 시작했다. 4년의 시간이 흘렀을 무렵, 직장생활에서 막연한 불안감, 밀려오는 스트레스와 회의감을 느꼈다. 잘 살고 싶은데, 잘 살지 못하는 자신에 대해 의문을 품은 그는 퇴사를 했다. 



“더 이상 오늘의 행복을 내일로 미루지 않기로 했어요”     

“그 전에는, ‘돈을 많이 벌면 잘사는 구나’ 라는 생각이 들어서, 돈을 많이 벌려고 대학 다닐 때 이것저것 고민을 했죠. 그러다 회사를 들어가서 생각을 해보니 이 길은 아닌 것 같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매일 매일이 힘들었어요.     제 앞에 앉아 계신 분들이 저의 미랜데 어떻게 보면, 직장생활을 한다는 게 되게 불안정한 거예요. 조기퇴직에 대한 두려움도 크고, 사실 나도 별 생각 없이 다니다 보면 그렇게 될 텐데..어떤 길이 있을까? 너무 찾고 싶었어요. 그러다가 법륜스님의 글을 보고, 정토회를 알게 되어서 불교대학이라는 곳을 신청해서 갔죠.”     


정토회는 1988년 정토포교원을 개원으로 시작된 법륜 스님이 지도법사로 있는 불교수행공동체다. 그곳에서 귀농, 귀촌에 대해 관심이 생긴 6명의 20~30대 친구들과 함께 우동사(우리 동네 사람들) 모임을 만들어 합숙하며  『녹색평론』에 실린 글을 기반으로 기본 소득, 공동체, 협동조합, 마을, 소통, 자립에 대한 주제로 의견을 나누다 마음 맞는 사람들 끼리 카페를 창업했다. 그가 만든 카페는 조합원 50명이 100만원 씩 출자하여 만든 협동조합 방식의 카페다. 조합원이 50명이라는 것을 착안해 카페오공(cafe 50)이라고 이름 지었다. 그와 조합원들은, 카페오공을 ‘삶의 고민을 나누고 다양한 이야기 같이 할 수 있는 공간’으로 만들기 위해 노력했다.   

   

카페오공이란 공간이 만들어지기 까지      

사공이 많으면 배가 산으로 간다고 했을까.  자리 잡기까지 많은 시행착오를 겪었다. 카페의 장소를 정하는 과정에서부터 여러 조합원들의 의견을 수렴하고, 조율 하는 것 까지 어느 하나 쉽지 않았다. 여러 사람이 모이다 보니 서로 다른 가치관과 반응은 당연했다. 갈등을 피할 이윤 없었다. 해결지점은 분명했고 발생한다면 해결할 수 있는 방향으로 가자는 것이 그의 원칙이다.      


“카페오공에서 일하는 사람들은 중간이 그만두기도 하고, 각자 인생을 다시 살기도 하는데, 싸우고 그만둔 사람들은 없어요. 그만 두었다가 다시 하는 사람들도 많고요. 그만큼 이 공간은 개인한테는 크게 스트레스가 안 되거든요, 그러니까 조율을 계속해서 해요. 규칙을 두고 조율해 나가면서 결과적으로 보면 조직이 단단해지고 그러죠.  이전엔 40명 정도까지 주인이 늘어났었죠. 4년이란 시간을 지나면서 처음에 시작했던 사람들은 다 각자 인생을 살게 되었어요. 주인장 제도는 크게 의미가 없어서, 지금은 한 20명 정도 남았어요”     


필요한 만큼만 일할 수 있는 공간

카페오공에서는 보통 일주일에 3일 정도 일할 것을 권유한다. 일자리를 여러 사람과 나누자는 의미이기도 하고, 어느 정도 일하고 나머지 시간은 자신이 하고 싶은 일에 집중하며 삶의 질을 높이자는 이유도 있다. 소비를 줄이고 삶의 질을 높여서, 행복하게 사는 선순환 구조의 마을공동체. 협동조합방식의 주거문제 해법도 그가 최근 해결하고 있는 문제 중 하나다. 먹거리 문제는 함께 필요한 만큼 농사를 지어서 마을 공동체 안에서 자급도를 높이고, 또 그 안에서 카페오공과 같은 일자리를 만들어서 스트레스 받지 않게 자기 시간을 잘 활용하며 재능 나눔을 통해 배움을 해소한다. 



“사실 이곳에서는 음료를 파는 것은 부차적인 문제고, 재능 나눔 프로그램을 하거나, 같이 모여서 인생의 경험이나 지혜나, 가진 물건들을 나누는 공간이죠.”     



카페오공에 찾아오는 손님들 대부분은 청년들이다. 직장을 다니다가 그만둔 사람, 백수로 살다가 불안해져서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를 고민하는 30대 등. 그렇게 자신의 삶 밖에 다른 삶에 대해서 관심 있는 사람들이 모여 카페오공이란 공간을 채운다. 삶에 대한 진지한 고민을 시작으로 이야기를 나누며 카페오공이란 공간을 만든다. 그가 말하는 와중에 특별한 단어가 들려왔다. ‘백수’ 카페오공에서 그가 만나고 싶은 사람들은 백수들이라고 했다. 그는 변화의 가능성이 있는 백수들을 이 사회에서 가장 큰 가능성을 가진 사람들이라고 말했다.     



"백수들은 변화의 가능성이 있는 사람들이예요.
시간이 많아 더 자유롭게 사는 길을 택할 수 있는 여지가 있기 때문이죠. 
아무것도 하지 않는 사람은 없어요. ”     


마을공동체, 인간으로의 회복을 꿈꾸다.      

“생산적인 활동을 하는 백수들을 늘리는 게 관심사에요. 예를 들면 내가 중국어를 잘하는데 중국어를 친구들에게 돈 받지 않고 가르치고 싶다. 이것도 생산이거든요. 농사를 하는 것도 생산이고, 청소를 하는 것도 생산이고. 이런 활동을 통해서 관계가 회복되고 서로 쓰이고 쓰이는 관계로 만들어지는 게 저는 앞으로의 자연스러운 방향이라고 생각해요. 그런 활동을 하면 사람들하곤 잘 지내는데 돈을 못 버니까 대접받지 못하는 사회지만 앞으로는 그런 활동이야 말로 인간성을 회복하는 활동이라고 생각하거든요. 그런 걸 같이 할 수 있는 사람들이 늘어났으면 좋겠어요.”    

 

노는 사람들이 아닌 활동가로서의 백수. 새로운 문화와 삶의 방식을 만드는 활동가부터 자기 삶을 바꾸고 편안해지는 것만으로도 이 사회에 의미 있는 활동이 되는 것. 내가 기타 좀 잘 치는데 기타 좀 알려주는 것. 그는 이런 것들이 큰 의미를 갖는 안전망을 기대했다. 마을공동체가 답이 될 수 있을 것 같았다. 그가 이미 활동을 하고 있는 ‘우동사(우리동네사람들)’ 활동이 그 증명이다. 우동사 안에선 쪼들리지 않고 각자의 나눔을 통해서 경제적인 활동까지도 할 수 있다.  소비되지 않으면 쓸모없어지는 쓰레기가 되는 가장 최적화된 시스템, 자본주의. 그는 그곳에서 어떻게든 파는 게 목적이 되어버린 현실 아닌 인간의 참다운 노동의 모습은 어떠했는가를 발견할 수 있었다.      


"한 번도 의심해보지 않았잖아요? 그게 당연하다고 생각하니까”    


그는 자본주의 사회에서 읽히지 못하는 질문들을 생각해보아야 한다고 했다. 인간으로서 삶과 행복이란 자신에게 어떤 것인지. 그 철학적인 물음만이 인간을 더 인간답게 만들어주고 ‘의미’있는 삶을 만들어 줄 것이라 말한다.     


“ 회사에서 일하면  인간으로 대접받는 게 아니라 하나의 부속품으로 대접 받는 거예요. 그거는 나쁜 사람들이 모여서 그런 게 아니라 시스템 자체의 역할이 그런 거예요. 그런데 알면서도 그렇게 하는 이유는 돈이 있어야하기 때문에. 그렇기 때문에 경제가 굴러간다고 생각하잖아요. 한 번도 의심해보지 않았잖아요? 그게 당연하다고 생각하니까”    

  

우리는 서로가 시스템에 대한 반문을 제기하기 보단 서로를 견제하고 서로에게 더 나은 부속품인지를 내보이고 있었다. 그가 찾은 힘든 삶을 살아내기 위한 가장 가까운 해결책은 질문하는 것이었다. 그는 잘 알기 위해서 인간의 본질을 탐하는 불가의 질문들 속에서 답을 찾았었고 하나의 해답으로 지금의 협동조합이란 형태로 사회 한 편에 사회안전망을 구축했다.      


“협동조합이나 이런 건 답이 아니에요. 협동조합은 하나의 껍데기고 형태일 뿐이고.  결국 이 ‘힘듦’에서 벗어나려면 구체적인 움직임이 있어야 된단 말이에요. 뭐가 힘든지가 정확하게 파악되는지가 우선이에요. 몸이 아파서 힘들다 이러면 갑자기 심장수술을 하는 게 아니잖아요. 검사를 쭉 해서 어디에 병이 있는지를 먼저 검사를 한 다음에 수술을 하잖아요. 그런 것처럼 내가 힘들다고 했을 때 뭐가 힘든 건지가 정확하게 밝혀지는 게 우선인 것 같아요. 모든 사람들에게 똑같은 처방을 하는 건 폭력이죠. 안 아픈 걸 아프라고 하는 거나 마찬가지죠.”


                    모든 이에게 하나의 답을 내릴 순 없다. 다만 모든 이가 같이 자신에게 질문해 보일 순 있다. 

                         어쩌면 그가 시작해온 카페오공이란 공간의 사람이 추구하는 말들은

                     이 사회가 ‘힐링’이라 불리던 처방에 대해 다시 생각해 볼 수 있게 하는 것들이었다. 



2부. 회복하다. 

"우리는 노동자로 태어나지 않았어요."


노동 목적이 되어버린 자본주의 사회에서 
본래 수단으로서의 노동을 논하고 인간은 본래 어떠했는지 그는 계속 질문한다.
부속품이 되기 위한 삶 아닌 인간다운 삶을 살기 위해선
‘행복’에 대한 기초적인 물음이 서로에게 필요했다.      


인간이 대체되는 시대에 인간의 존재와 방향은 어디로 향할까     

인간은 현재의 생산 영역에서 점점 멀어질 것이다. 그렇다면 생산의 영역에서 밀려난 인간은 축적된 부를 어떻게 사용할 것인지, 기계가 노동을 대체할 시대에 인간은 어떠한 것을 생산해내고 공유해 낼 것인지에 대해 물어봐야 한다고 그는 말했다.       


"좋은 방향으로 가려면 정치력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점점 일자리가 줄어들면 줄어들수록 그런 사회가 오면 ‘인간은 어떤 존잰가’에 대한 철학적 질문이 더 일어나겠죠. 지금은  뭐 ‘여가를 어떻게 보낼까?’ 정도의 수준이었다면 앞으로는 ‘인간이라는 게 앞으로 어떻게 살아야 되는가?’ 이 영역이 대두되겠죠. 그 영역을 좋은 방향으로 가려면 정치력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저는 그래서 지금 청년들, 2030의 앞으로의 삶 그리고 우리 후배세대의 삶을 제대로 하려면 정치력을 갖지 않으면 어렵다. 그래서 청정넷(청년정책네트워크) 활동이 그런데서 의미가 있다고 보고 있어요.”     


조정훈님이 표현한 카페오공. 소박한 그림에서 모두가 손을 잡은 모습이 인상적이다.  


내가 꿈꾸는 세계평화 … 서로의 선한 영향력이 공유되다      

“꿈은 세계평화죠. 내 주위에 잇는 사람들의 삶이 편안해 지는 거가 가장 기초이면서 최종 목표인 것 같아요. 그런 사람들이 확대되면 확산되는 것도 순식간이죠. 일단 저부터 내 삶이 편안해지는 방향으로 가고 그걸 보고 ‘저렇게도 살 수 있네? 나도 한 번 해볼까?’ 이런 사람들한테 내가 경험한 것들은 나누고 정말 효과가 있으면 그 사람들은 또 자기 친구들한테 나눌 테고 전세계 사람들이 배우는 건 순식간일 것 같아요. 여섯 다리만 건너면 다 아는 사람들이라며요?(웃음)”       


그는 수줍게 꿈을 말하며 거창한 의미는 아니라고 덧붙인다. 결국 내 주변에 있는 사람들이 행복해지는 것이 목표라고 말한다. 한 사람이 가질 수 있는 영향력과 온기에 대해 그는 신뢰하고 있었다.  그는 자신과 얽힌 사람들과의 거리를 뒤돌아보았다. 뒤돌아 보건대 그는 자신에게 얽힌 인연과 그 사연들 하나하나가 필연적이었다고 했다.  어느 것 하나 의미 없지 않은 일들, 그런 인연들 속에서 그가 추구하고 있는 사회는 따뜻해보였다. 



"내 인생이 어디를 목표로 하고 있는지 질문이 잘 안되고 있는 사회인 것 같아요."



-카페 오공을 나타낼 수 있는 상징적인 물건나침반     

“저는 ‘나침반’이 참 좋은 것 같아요. 어디를 향해야 할지 안단 말이에요. 나침반은 한 곳을 계속 가리키고 있는 게 아니라 계속 떨리잖아요. 위치를 조금만 옮겨도 뭔가 이렇게 다시 수정이 된단 말이에요. 안 움직이면 나침반은 죽은 나침반인데 그 긴장감을 유지하는, 살아있는, 내 인생이 어디를 목표로 하고 있는지. ‘행복’이라는 건 과연 뭔지. 어디로 가야 행복한 건지에 대한 질문이 잘 안 되고 있는 사회인 것 같아요. 이야기는 되게 많은데 나침반이 갖고 있는 생명력이랄까 이런 게 참 좋더라고요.”


청정넷-기자단 청년view [거리에서 만난 이야기] 인터뷰 연재
: 글/사진. 김도윤, 박진오 (agato.yun@gmail.com)
: 편집. 김도윤 (agato.yun@gmail.com)
: 일러스트. 허지나 (raptyw@naver.com)
: 문의. 이성휘(seoulyouth2014@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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