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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무중력지대 성북 Feb 25. 2020

문화기획_
내가 하고싶은 일을 찾는 여정

청년시민발견 개인트랙 ‘한주희’

2019년 한 해 동안 무중력지대 성북(무중력지대 성북@아리랑고개, 이하 무지랑)은 사회의 중력에서 벗어나 삶의 궤적을 그리는 청년들을 만났습니다. 한해의 소중한 만남을 담아 이들 청년의 이야기가 모두의 경험이 되도록 공유합니다. 


이번에는 사회·세대·도시의 문제를 커뮤니티의 움직임으로 풀어가려는 청년들의 시도를 지지하는 청년시민발견, 그 중 자기 건강에 대한 문제를 프로젝트의 형태로 시도해본 ’한주희’님의 이야기를 살펴봅니다. 



인터뷰 참가자: 한주희

관심/주제: 우-당(糖)탕탕 100일간의 설탕전쟁

참여사업: 청년시민발견 

홈페이지/SNS: Instagram @sugarbattling

blablauniv.com



여러 프로젝트는 사실 단 하나의 일을 찾는 과정이에요
 

Q. 작년에도 ‘마을버스의 발견’이라는 주희님의 프로젝트를 만난 적 있지요. 주희님을 보면 프로젝트 단위로 뭔가를 많이 하는 ‘프로 프로젝트러’ 같은 느낌을 받아요.

저는 단거리 주자예요. 고정된 환경에서 반복되는 일을 하기보다 기간이 짧고 단기간에 결과를 도출할 수 있는 일을 선호하죠. 끊임없이 변화를 주지 않으면 일을 이어나갈 수 없는 성향이기도 해요. 저의 또 다른 특징은 관심 주제가 굉장히 다양해서 그 모든 걸 다 하고 싶어 한다는 점인데요. 역설적으로 그 수많은 것 중 저에게 맞는 단 하나의 일을 찾고 싶은 마음도 크죠. 제가 정말 헌신하고 모든 걸 집어넣을 수 있는 단 하나의 일이요. 여러 프로젝트를 벌리는 과정은 사실 그 하나의 일을 찾는 과정이에요. 찾는다는 보장도 없고 찾는다 해도 나에게 이득이 될지는 알 수 없죠. 하지만 꼭 찾고 싶어요. 


Q. 프로젝트를 시도할 때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부분은 뭔가요?

사적인 동기요. 프로젝트를 할 때는 개인적인 동기가 분명하게 있어야 해요. 이번 청년시민발견에서 진행하는 설탕전쟁은 제가 빵을 정말 좋아하는데, 설탕을 많이 먹다 보니 건강이 안 좋아지면서 하게 됐거든요. 강한 개인적 욕망을 실현하는 건 회사에서는 불가능해요. 결국 내가 만들어서 직접 해보는 수밖에 없어요. 물론 욕망은 시기 혹은 제가 있는 지리적 환경에 따라 달라지는데요. 지금 이 시기의 가장 강력한 욕망이 빵이라는 점에서 이번 프로젝트인 설탕전쟁을 시작하게 됐어요. 



Q. 청년시민발견에서 진행하는 프로젝트에 대해 설명해주세요. 

프로젝트의 이름은 ‘우-당(糖)탕탕 100일간의 설탕전쟁’이에요. 설탕 때문에 아프면서도 행복한 사람이 설탕을 물리치기 위해 노력하는 프로젝트예요. 이번 프로젝트를 시작하면서 설탕을 대체한 감미료를 넣어 요리를 만드는 레시피 실험을 해봤고요. 다음에는 설탕 프리 음식점이나 설탕 없는 디저트를 만드는 분을 찾아가기도 했어요. 사람들에게 해당 가게 정보를 설명해주면서 가격과 실제 맛 등 먹을만한 곳인지를 알아보려 직접 방문해봤죠. 마지막으로 저의 시도 과정에서 알게 된 내용들을 가이드북으로 만들었어요.


Q. 매우 다양한 시도를 했는데 이걸 다 혼자 한 거예요?

프로젝트를 진행할 때 지키는 철칙이 있어요. 그중 하나가 자립하는 인간이 되기 위해 전문가에게 의존을 잘 안 하는 거예요. 출판 수업을 듣고 난 후 종이는 뭘 골라야 할지 등등 처음부터 끝까지 혼자 해봤지요. 책을 만들기 위해 출판수업도 들었어요.



Q. 그래도 프로젝트를 진행하며 협업 파트너를 만났다고 들었어요.

청년시민발견 중간공유회 때 협업할 만한 사람들을 만났어요. 제철과일 팀이 제 프로젝트르 관심있게 봐주었더라고요. 제가 인상 깊게 본 팀이 저를 좋게 봐주셨다고 하니 기뻤어요. 일적으로 많은 이야기가 오갔죠. 미팅을 하면서 함께 할 수 있는 일도 많다는 걸 알게 됐고요. 실제로 설탕 가이드북 공유회를 함께 진행하거나 청년살이발전소 공간을 활용하는 등의 도움을 받았어요. 또 청년시민발견 팀 중 청년들에게 올바른 성 인식 방향을 제시하는 ‘만유인력’ 팀이 관심을 가져 주었어요. 중간공유회 때 제가 만든 무설탕 레시피의 음식을 맛있게 먹어주었고, 성북구 청년들을 대상으로 설탕 없는 건강 식문화에 대한 워크숍을 해볼 기회도 마련해주었죠. 


Q. 협업 과정에서 좋은 에너지를 많이 받았겠네요. 

외롭지 않아서 좋았어요. 혼자 프로젝트를 하면 성취감을 보상받기 힘들어요. 일에 대한 칭찬을 많이 받고 싶은데 협업을 하니 나를 알아주는 것 같고, 사회에 고립되지 않고 존재한다는 느낌을 많이 받았죠. 게다가 저의 네트워크와 협업 상대의 네트워크가 결합되니 협력의 가능성이 폭발적으로 늘어나더라고요. 네트워킹에 관심 많은 저로썬 아주 훌륭한 만남들이었어요. 


Q. 프로젝트에 대한 느낀 점이 궁금해요.

어떤 제약 없이 순수하게 내가 좋아하는 것에 집중해 뭔가를 만들 수 있었어요. 그게 너무 즐거웠죠. 레시피대로 만든 음식을 먹고 제가 기대했던 반응대로 맛있다고 사람들이 얘기해줄 때의 쾌감도 있었고요. 내 욕망으로 공적인 일을 해냈다는 뿌듯함. 이게 제일 컸어요. 설탕전쟁을 100일이라는 짧은 시간 동안 했던 거라 완전한 성공이라 하진 못 할 거예요 그래도 완성을 하고 나니 즐겁더라고요. 가이드북이 종이의 물성을 가진 물건으로 탄생하니 현실감 있었죠. 시간이 헛되지 않았고 걱정 없이 해볼 수 있었어요. 


Q. 프로젝트에서 어려웠던 점을 꼽는다면요?

힘든 부분에 대해 말하자면, 청년시민발견 개인트랙은 필연적으로 길을 헤맬 수밖에 없는 뭔가가 있어요. 길다면 긴 시간 동안 계획한 대로 흔들림 없이 하려고 했는데 잘 안 됐죠. 서울시 지원금을 받고 하는 것인 만큼 자기 검열의 시간이 있었고요. 혼자 하는 프로젝트였기 때문에 고민들을 쉽게 나눌 수 없었어요. 개인트랙에 참여한 다른 분들도 공감하는 부분이지 않을까 싶어요. 그래도 청년시민발견의 개인트랙이 계속 있으면 좋겠어요. 프로젝트 주제에 대해 생판 모르는, 관심 없는 사람들을 동료로 선택하는 건 엄청난 소모니까요. 


Q. 청년살이발전소에서 설탕전쟁 종전기념회 행사를 진행하셨죠. 그날 설탕전쟁을 종전이 아닌 휴전이라고 표현한 게 기억에 남네요. 앞으로도 설탕전쟁을 계속 이어갈 생각이실까요?

설탕을 끊는 데 대한 강박을 갖는 게 더 안 좋을 수 있다고 생각하게 돼요. 강박에 대한 스트레스가 폭발적인 폭식으로 이어지거든요. 이성이 풀리면 엄청난 양의 과자와 초콜릿, 빵을 먹게 되더라고요. 스스로에 대해 관대해지는, 나 자신도 어쩔 수 없는 사람이니까 강박적이지 않고 자책하지 않는 방향으로 설탕 섭취를 조절해야겠다고 생각하게 됐어요. 


Q. 마지막으로 다양한 관심사를 프로젝트로 해결해나가는 주희님의 향후 계획이 궁금해요.

저에게는 매년 활동 테마가 있어요. 작년에는 농업 축산 분야였고 올해는 먹는 것과 책 쓰기였죠. 내년에는 음식이란 테마를 계속 가져가되 영화나 다큐멘터리를 해보려 해요. 이탈리아에 갈 예정인데 그곳에서 음식을 주제로 한 다큐나 영화를 찍어 영화제에 출품해볼 거예요. 새로운 프로젝트를 진행할 거지만 지원사업에는 참여 안 할 예정입니다. 지원사업이 주는 성취감과 안정감이 분명 있지만요. 끝으로 내년이 한국에서의 마지막 20대인데 30대가 되기 전에 자립할 길을 찾고 싶어요. 인생은 한 번뿐이라는 생각이 크거든요. 하고 싶은 일을 꼭 찾을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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