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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무중력지대 성북 Feb 18. 2020

영상제작_
타인을 이해하는 그들의 방식

청년시민발견 모임트랙 ‘퇴적공간’

2019년 한 해 동안 무중력 지대 성북(무중력지대 성북@아리랑고개, 이하 무지랑)은 사회의 중력에서 벗어나 삶의 궤적을 그리는 청년들을 만났습니다. 한해의 소중한 만남을 담아 이들 청년의 이야기가 모두의 경험이 되도록 공유합니다. 


이번에는 사회·세대·도시의 문제를 커뮤니티의 움직임으로 풀어가려는 청년들의 시도를 지지하는 청년시민발견, 그중 노인 택배의 노동문제를 다큐멘터리로 아카이빙한 ’퇴적공간’ 팀의 이야기를 살펴봅니다. 



인터뷰 참가자: 김인규, 김나연

관심/주제: 노인 택배 노동자들의 일상

참여사업: 청년시민발견 


“회피해봤자 좋을 게 없다고, 직면하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했어요”
 

Q. 이번 청년시민발견 프로젝트에서 사회문제에 대한 영상을 만드시잖아요. 이게 평소 두 분의 관심사나 하던 일과 관련 있는지 궁금해요.

나연: 학교에서 편집 디자인과 영상 쪽을 공부했어요. 인규 오빠는 사진 작업을 해왔고 환경문제 관련 캠페인 등에도 관심 있어하던 사람이에요. 둘 다 사회이슈에 관심을 기울여왔고요. 올해 4월부터 팀을 결성해 활동하기 시작했어요. 


Q. 왜 노인 지하철 택배원이라는 주제에 주목했나요?

나연: 지하철 택배 자체가 사회에서 소외된 직업이에요. 복지조차 보장 못 받죠. 그에 대한 문제점을 알리면서 택배원들을 마냥 불쌍하게 보는 사회 인식도 개선해보고 싶었어요. 이분들이 택배 일을 마냥 힘들게만 생각하실 것 같은데, 되려 일할 수 있어서 감사해 하시는 분들이 있거든요. 무조건적인 연민을 바꾸고 싶었어요.


Q. 타인의 문제, 특히 사회적 차원의 문제에 개인이 관심을 두기란 쉽지 않잖아요. 

인규: 나쁜 것도 아니고 이기적이라고 말할 수도 없는데, 다들 바쁘잖아요. 남들에 대해 생각해볼 시간이 많지 않을 거라고 생각해요. 그래서 현실적인 문제에 대해 작은 목소리라도 내던져보자고 이번 프로젝트를 시작한 거였어요. 


이 문제를 학교 교수님에게 말하는데 해당 직업 자체를 모르면서 화를 내시더라고요. 누가 노인들에게 그런 일을 시키겠냐는 거예요. 하지만 할아버지들은 할 수 있는 일이 별로 없어서 나오신 분들이거든요. 돈을 벌었지만, 연금이나 기초 복지 등의 사회보장이 잘 안 돼 있어서요. 그런 현실이 있는데 무턱대고 그 일을 왜 노인에게 시키냐고 말하는 것 자체가 충격이었어요. 


나연: 사람들은 자기가 바꿀 수 없는 일을 회피하는 거 같아요. 봐도 슬프기만 하니까요. 노인은 우리의 미래잖아요. 회피해봤자 좋을 게 없다고, 직면하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했어요. 물론 사회문제 자체를 해결하는 게 저희 프로젝트로 달성 가능한 레벨은 아니겠죠. 그렇다면 보여주기라도 하자. 그런 마음인 거죠.


Q. 지하철 택배라는 사회적 문제를 다루기도 하지만, 그에 앞서 두 분 모두 창작자라는 개인이기도 하잖아요. 작업할 때 드러나는 본인만의 습관 혹은 취향 같은 게 궁금해요.

인규: 저는 그래픽이나 사진 작업을 할 때 이미지나 자료 등이 사실적인 느낌으로 전달되는 걸 무척 좋아해요. 할아버지의 손글씨로 적힌 수첩 일지들이 관람객들에게 재미있게 다가갈 거라 느껴져서 그런 자료들을 잘 활용했지요. 


나연: 마찬가지로 손으로 쓴 개인의 기록물에 집착하곤 해요. 할아버지들의 수첩 기록물들도 재미있었고, 노인 지하철 택배에 관한 내용을 아카이빙하며 작성한 노트 등을 활용한 것도 즐겨 작업하던 방향에 잘 맞았어요. 


Q. 영상 제작의 과정이 순탄치만은 않았을 거 같아요.

나연: 프로젝트를 진행하면서 중간중간 슬럼프에 빠진 때가 있었어요. 지하철 택배 인식개선을 위해서라곤 하지만 이 직업을 마냥 기쁘게만 보여줄 수도 없는 거죠. 그렇다고 촬영 대상인 할아버지분들을 통해 현장의 문제가 부각됐을 때, 할아버지들이 실업자가 될 수도 있는데 보상해드릴 수도 없는 문제더라고요. 지하철이라는 공간에서 촬영하는 것 자체도 힘들었어요. 


인규: 할아버지들을 무작정 따라다니면서 찍는 게 맞는지, 연출해서 콘티를 짜고 촬영하는 게 맞는지 고민했어요. 결국 제대로 콘티를 짜 보자는 의욕이 생겨서 기승전결이 있는 영화로 촬영하게 됐어요. 


 

Q. 촬영 중 기억에 남는 이야기가 있을까요?

인규: 서울에 와서 지하철 택배를 9년 정도 해오신 할아버지가 있어요. 그분이 지하철 택배 일이 힘들 때면 “나는 왜 이런 일을 했을까? 젊을 때 노후준비를 못 해서 이런 일을 하는구나”라는 생각에 비를 맞으며 울며 걸으셨데요. 반면, 이 할아버지가 지하철 택배 일을 소재로 블로그를 운영하시거든요. 그 블로그를 보고 좋은 사진과 글에 영감을 받았던 게 재미있었어요. 


나연: 할아버지가 일하는 모습을 촬영할 때 어느 정도 연출이 필요했어요. “여기 서보시겠어요?” “걸어보시겠어요?” “정면 한번 봐주시겠어요?”라고 요청하죠. 그러면 말끝마다 죄송하다고 말씀드리는데 오히려 할아버지께서 “감독님이 연출하셔야죠.”라고 하시는 거예요. “저는 배우라고 생각하고 다 하겠어요”라고 해주셔서 감사했어요.


Q. 프로젝트를 진행하면서 관점의 변화가 생겼는지 궁금해요. 

인규: 공공장소에 있는 노인들에 대한 시선이 바뀌는 것 같아요. 지하철 택배원분들에 대해 조사하면서, 이분들의 다양한 예전 직업들에 대해 들을 수 있었어요. “나를 받아주는 곳이 없는데 이렇게라도 일할 수 있는 게 감사하다. 운동도 되고 돈도 벌어서 좋다.” 이분들이 긍정적인 마음을 갖고 일하시는 모습이 중요하다고 느끼게 됐어요. 



나연: 저는 택배 일을 하는 분들에 대한 오해가 강했어요. 좀 무례하다고 생각한 적도 있죠. 이런 생각이 택배 할아버지들을 만나고 취재하면서 많이 변했어요. 좀 더 이해할 수 있는 여지가 생겼죠. 표정이 퉁명스럽고 바쁘게 몸이 부딪히는 일이 생기더라도 바쁘셔서 그럴 수 있겠다는 생각도 들더라고요. 이분들에 대한 연민을 줄이려는 노력도 하게 됐어요. 노인 지하철 택배의 임금구조 문제는 더 자세히 들여다봐야겠지만, 그걸 바꾸자고 접근하는 게 저희에게 과분했던 것 같고요. 그래도 구조적인 문제를 계속 살펴봐야 하고요. 일단은 이 문제에 대한 해결보다는 직시부터 해야겠다고 느끼게 됐어요. 직시하게 해주는 것만으로도 큰 도움이 된다고 생각해요.



Q. 이번 프로젝트를 계기로 팀의 모습은 어떻게 될 것 같나요? 계속 함께할 것 같나요?

인규: 나연 덕에 이번 프로젝트의 주제에 대해 알게 됐어요. 그러면서 저도 사람들이 모르는 직업에 대해 관심을 가지게 되더라고요. 관련 프로젝트를 더 해보고 싶고, 영상도 좋지만 사진이나 다른 매체를 통해서도 해보고 싶어요. 가능하면 팀으로 같이 작업해보고 싶어요. 


나연: 노인 지하철 택배기사 외에 다른 직업에 대한 시리즈물을 만들고 싶어요. 혹은 디지털 작업을 하는 친구와 연결되면 앱 개발 같은 걸 해보고 싶기도 하고요. 인규 오빠가 같이 작업을 해보자고 하면 고맙죠(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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