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장을 앞둔 나를 위한 기도
본격적으로 뜨거운 바람이 느껴지기 시작하던 6월 마지막 주였다. 막연하게 쉬고 싶다는 마음, 그리고 무슨 의미가 있을까 라는 생각이 예상치 못한 순간에, 생각지도 못한 속도로 나를 덮쳐버렸다. 웃긴 건 그렇게 찾아온 무기력함과 마음 한 구석에 박힌 돌덩이 같은 찝찝함은 쉬면서 덜어지는 게 아니라 오히려 불어나는 듯했다. 흠... 점점 더 깊은 곳으로 들어가 아무 말도 하고 싶지 않은 기분이 들었다.
STOP
너 여기서 멈춰야 돼
이건 위험한 빨간불이라고, 의식적으로 이 루틴을 깨야 한다고 머리에서 끊임없이 신호를 보내왔다. 하지만 하루가 이틀이 되고 일주일을 지나 한 달을 훌쩍 넘기고 나니 다시 시작한다는 게 점점 어려워졌다. 컴퓨터 앞에 앉아 뭐라도 써보자고 8월 초부터 브런치를 하루에도 몇 번씩 들락날락했건만... 매일 한 줄도 쓰지 못한 채 노트북을 접어야만 했다.
그러다 오늘, 드디어 이렇게 기록을 남긴다.
세상에서 얻을 수 있는 대부분의 것은 시간과 노력에 정비례하여 얻어지지 않는다. 내가 하나를 넣었다고 그 자리에서 하나를 얻을 수 있는 것은 거의 없다는 얘기다. 하나를 넣고 두 개, 세 개, 네 개를 넣다 보면 어느 순간 임계점을 지나 넣은 것 이상의 무언가를 얻게 되는 것. 그게 인생인 것 같다. 공부도, 관계도, 심지어 건강도 말이다.
그런데 문제는 이 진리를 충분히 알고 있으면서도 갑자기 너무 답답하게 느껴져서 거부하고 싶어지는 때가, 나에게는 꼭 한 번씩 온다는 것이다. 2022년 여름이 나에게 그런 시즌이었다.
내가 이렇게 열심히 살았는데, 왜? 도대체 왜?
답답함에 스스로를 탓해보기도 하고 나 아닌 다른 무언가를 원망해보기도 하고 그런 한심한 모습에 실망했다가 너무 처량해서 셀프 위로도 하다가 다시 또 내가 덜 노력했나 싶어서 탓하기를... 여러 날에 걸쳐 도돌이표처럼 계속 이어졌다. 브레이크를 걸고 싶어도 마음대로 안 되는 구간이다.
다행히 그 멀미 나는 구간에서 이제는 벗어나고 싶다는 욕구가 차오르는 시기도 때가 되면 오는 데, 그때 신속히 빠져나와야 한다. 이번에 내가 택한 방법은 1일 단식으로 몸을 해독한 후, 소식을 하되 몸에 좋은 것만 먹는 것이다.
오늘은 딱 15일째 되는 날이다. 부기가 빠졌고 아침에 일어나면 몸이 가볍게 느껴지며 이제 복근에 힘주는 게 자연스러워졌다. 그리고 그 힘으로 나는 정말 오랜만에 브런치를 쓰고 있다.
살다 보면 나의 노력이 밑 빠진 독처럼 어디로 새 버리는 것 같은 구간을 지날 때가 있다. 누구든 살면서 한 번은 겪는 일이니 너무 심각하게 받아들일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
그렇지만 넋 놓고 휩쓸리지는 말자고 다짐해본다. 해결하겠다는 욕심은 내려놓되 묵묵히 버텨내는 힘으로 하루하루를 살아보는 게 어떻겠냐며 나를 다독인다.
이제 유난히 힘들었던 여름을 보내고
덤덤하게 가을을 맞이해보자.
멈추었다 다시 글을 쓰는 게
처음 글을 쓰기 시작하는 것보다 훨씬 어렵네요;;
스스로 고백하는 글을 시작으로
브런치, 다시 이어가 볼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