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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으로, 진짜 한복을 찍다.

셔터를 누르는 순간, 숨이 멎었다.

by 요요

창덕궁의 오후 햇살이 JS님의 댕기머리를 비추던 그때.

처음으로 진짜 한복을, 제대로 사진에 담고 있었다.


사실 인물 촬영은 꽤 해왔어. 하지만 이런 건 처음이었지.

행사장에서 스쳐가듯 몇 장... 그게 내 한복 사진의 전부였으니까.


아, 그리고 관광지에서 보는 그 형형색색 정체불명의 옷들 말이야. (눈이 아팠어... 정말 이상했어 ㅜㅜ)

그래서 더 간절했나 봐. 단아하고 고운 선이 살아있는, 진짜 우리 한복을 찍고 싶다는 마음이.


때마침 알게 된 모델 JS님.

촬영 제안을 드렸더니 눈이 반짝이시더라.

"정말요? 전통 한복이요?"


그 목소리에 담긴 설렘이 내게도 전염됐어.

바로 날짜를 잡고, 서로 할 일을 나눴지.


나는 창덕궁 구석구석을 돌며 빛이 어떻게 떨어지는지 봤고, 한복 사진들을 밤새 들여다봤어.

JS님은 손끝 발끝까지 신경 쓴 우아한 동작들을 연습해 오셨대.

참, 사람이 좋더라.

서로가 얼마나 준비해 왔는지 아는 그 순간.

말하지 않아도 통하는 그런 믿음 같은 거.


촬영 당일.


소격동과 삼청동 사이, 조용한 골목 안.

전통 한복을 대여하는 그곳에서 우린 한참을 머물렀어.


"이 치마, 색이 참 곱네요."

"저고리는 이게 어울릴까요?"


옷을 고르는 그 시간이 참 좋더라고.

뭐랄까... 옛날 여인들도 이렇게 설렜을까?

새 옷을 입기 전의 그 두근거림 말이야.


JS님이 댕기머리를 곱게 하고 나왔을 때,

나는 잠시 말을 잃었어.


평소의 힙한 모습이 익숙했던 분인데...

거기 조선의 양반가 아씨가 서 있었거든.

그 낯선 단아함이 오히려 더 강렬하게 다가왔달까.


'아, 오늘 50%는 이미 성공이다.'

혼자 그렇게 중얼거렸지.


창덕궁까지는 걸어갔어.


해가 완전히 기울기 전, 그 미묘한 빛.

한복자락이 살랑이는 소리.

돌길 위로 고무신 소리가 달각달각.


"저, 걷는 거 이상하지 않아요?"

"아뇨, 정말 자연스러우세요."


짧은 대화들 사이로 흐르는 침묵이 좋았어.

찍히는 사람도, 찍는 사람도 조금씩 마음이 풀어지는 시간.


창덕궁에 도착했을 때, 후원 표는 역시나 매진.

늘 조용하고 예쁜 그곳에서 한복을 찍고 싶었는데...


뭐 어때.

있는 곳에서, 있는 빛으로, 우리가 가진 것들로.

그게 사진 아닐까.


창덕궁의 돌담을 따라 걷는 JS님을 보며, 문득 말을 잃었다.

어떤 순간은 말로 담기엔 너무 벅차서, 그냥 셔터만 계속 누르게 되더라.

찰칵, 찰칵.

그 소리만이 내 마음을 대신했다.


노을빛이 처마 끝에 걸릴 때, 바람에 치맛자락이 살짝 들릴 때, 고개를 돌려 수줍게 웃을 때.

그런 순간들이 프레임 안에 차곡차곡 쌓였어.


쓸 말이 없어.


...

여기까지 쓰고 나니, 갑자기 말이 막힌다.
촬영 중에 나눈 이야기들도 떠오르지만, 그건 JS님의 몫이기도 해서, 내가 덧붙이는 게 예의가 아닐 수도 있겠다 싶고.


사실 오늘은 그냥... 사진을 자랑하고 싶었어.

어쩌면 나답지 않게. 아니, 이게 제일 나다운 건지도 모르겠다. ㅋㅋㅋ


누군가는 이 사진을 보며 한복의 고운 선을 다시 볼 테고, 누군가는 창덕궁의 그 오후를 함께 걷는 기분이 들 테고, 또 누군가는 그저 예쁘다고 미소 지을 거야.

그거면 충분해.


내 브런치 글에서 존댓말 처음 써보는데...

예쁘게 봐주시면 정말 고맙겠습니다.

아, 그리고 JS님. 그날의 아름다움을 함께 만들어줘서 고마워요.


여기서부터 글 없이 사진 감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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