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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popofilm Mar 04. 2021

[영화 리뷰] 허니 보이 (2019)

달콤한 파이로 매맞는다는 건 (노아 주프/샤이아 라보프/넷플릭스)

<허니 보이> 관련 정보

감독: 엘머 하렐

출연: 샤이아 라보프, 노아 주프, 루카스 헤지스, FKA 트위그스, 마이카 먼로 등

개봉: 2018

장르: 드라마

러닝타임: 93분

샤이아 라보프의 자전적 스토리

 <트랜스포머> 시리즈로 당시 차세대 할리우드 스타 배우로 떠올랐던 "샤이아 라보프"는 유명세에 걸맞지 않은 각종 기행을 저지르며 나락으로 떨어졌다. 각종 사건사고에 휘말려 이미지가 추락한 그는 2017년, 조지아에서 취중난동을 일으키며 재활원에 입소하기까지에 이른다. 재활원에 들어간 그는 치료를 받던 중 자신이 PTSD를 앓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고, 어린 시절 자신의 상처와 마주하며 각본을 쓰게 되는데, 그 작품이 바로 <허니 보이>다.

 자전적인 경험과 픽션이 함께 섞인 이 영화는 12살 샤이아와 그의 아버지의 관계에 집중하며 이야기를 풀어낸다. '샤이아 라보프'는 극중 어린 시절 자신에게 끝없는 트라우마를 안겨준 아버지를 직접 연기했고, '노아 주프'와 '루카스 헤지스'가 각각 12살과 22살의 샤이아의 모습을 모델로 한 '오티스'를 연기한다. 아들이 자신에게 상처를 준 아버지의 모습을 직접 연기한다는 점이 굉장히 강렬한 인상으로 다가오는 작품이다.

재능있는 스타 아들과 막장 아버지

 1995년, 12살의 아역배우 '오티스(노아 주프)'는 길거리에만 나가도 알아보는 사람이 있을 정도로 제법 잘 나가는 스타다. 하지만, 매니저를 자처하며 그를 보살피는 아버지 '제임스(샤이아 라보프)'는 과거 알콜 중독자였고, 성범죄 전력도 갖고 있으며 아들에게 올바른 양육 환경을 전혀 제공해주지 못한다. 제임스는 오티스에게 수시로 손찌검을 하고, 자존감을 깎아내리는 말들을 시전하며 정서적 학대를 하지만 부자 관계가 늘상 나쁘진 않다. 아직 어린 오티스에게 의지할 수 있는 존재라곤 다 쓰러져가는 빈민가 모텔의 아버지 한 명뿐이고, 그가 자격 없는 아버지라는 걸 알면서도 동시에 끊임없이 애정을 갈구한다.

 2005년, 22살의 오티스는 할리우드의 스타로 성장했지만, 위태로운 삶을 겨우 이어오고 있는 중이다. 아버지의 인생을 대물림 받듯, 막장 인생을 살다가 음주운전으로 큰 사고를 일으키게 되고 곧바로 재활원으로 보내진다. 그는 재활 치료를 받으며 과거 아버지로부터 받은 상처로 인해 PTSD가 생겼다는 것을 알게 되고, 끄집어내고 싶지 않았던 과거의 끔찍한 트라우마와 다시금 마주한다. 막장 아버지로부터 받았던 어린 오티스의 상처는 이미 곪아질 대로 곪아진 상태였고, 그가 받아온 정서적 고통은 생각보다 크다. 고통과도 같은 삶을 살아왔던 그가 다시 아버지와의 기억을 떠올리며 과거의 아픔을 완전히 털어내고자 한다.

무엇으로도 정당화 될 수 없는 상처

 오티스와 제임스의 부자관계는 모순적이지만, 충분히 양쪽의 입장이 모두 이해가 된다. 12살의 오티스는 아버지다운 행동을 1도 하지 않고, 자신의 뺨을 때리고, 욕설을 내뱉으며 마약을 하는 모습을 아무렇지 않게 보여주는 아버지에 대한 증오와 원망을 갖고 있다. 하지만 그와 동시에 누구보다 사랑이 필요한 시기이기에 형편없는 제임스에게 어쩔 수 없이 자신을 아껴달라며 사랑을 갈구한다. 엉망진창인 삶을 살고 있는 제임스 역시 평범한 꿈을 지니고 있던 인물이다. 하지만, 자신의 실수와 잘못들로 인생이 망가졌고 그에 대한 자격지심과 열등감을 재능 있는 아들에게 필터링 없이 표출한다. 어린 아들에게 돈을 타서 쓰는 무능력한 아버지가 느끼는 자괴감이 이해가 되고 안쓰러우면서도 아들에게 마구잡이로 쏟아내는 정서적, 물리적 학대는 그 어떠한 이유에서라도 정당화가 되지 않는다.

달콤한 파이로 매맞는다는 건

 12살의 오티스가 처음 등장하는 씬은 날아오는 파이를 맞는 장면을 촬영하고 있는 모습이다. 나를 마구 때리는데, 그게 달콤한 파이로 때리는 것이라면 과연 아프게 느껴질까? 자신을 사랑하고 아껴줬으면 하는 아버지에게 학대를 당하는 기분은 마치 달콤한 파이로 매를 맞는 것과도 같다. 마음이 쓰라리고, 아프지만 함께한 세월과 잠깐의 행복했던 시간들로 인해 쌓인 정이 있기 때문에 고통을 수반한 감정이어도 수용이 가능하다.

 그렇게 폭신한 파이로 맞으며 쌓인 상처는 겉으로 드러나진 않지만, 실은 이미 오티스를 잠식시켜버린 그림자가 되어 버렸다. 그렇게 점층된 트라우마에는 아버지에 대한 애증이 함께 담겨 있기 때문에 더더욱 벗어나기가 어렵다. 그 고통을 끊어내고 싶지만, 그 고통 속에는 아버지와 함께한 어린 시절의 추억과 삶들이 함께 혼재해 있어 오티스는 아픔을 알면서도 좀처럼 트라우마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것이다.

과거 극복을 위한 자기선언

고통은 회피가 아닌, 직접 마주해야만 그것을 이겨내고 완벽하게 벗어날 수 있다. 22살의 오티스는 고통스럽지만, 과거 아버지와의 기억을 꺼내들며 매를 맞으면서도 서럽게 애정을 갈구하던 자신의 모습들을 떠올린다. 과거의 자신의 모습에서 고통을 느끼고, 울부짖으면서도 조금씩 치유를 해나가는 오티스는 마지막에 아버지와 살던 모텔로 향한다. 그리고, 어린 시절과 달리 아버지를 오토바이 뒤에 태운 채 함께 도로를 질주한다. 오티스의 서사를 가진 '샤이아 라보프'는 과연 지금 아버지와 완벽한 화해하고 상처를 극복했을까? 오토바이를 타고 달리는 마지막 장면이 아버지와 함께 있는 장면에서 오티스 홀로 타고 있는 장면으로 전환되는 것을 보면, 아마 모텔로 찾아가 아버지와 진한 포옹을 나누고 함께 모텔 밖을 나선 건 오티스의 상상일 것이다. 화해와 극복을 완벽히 장담할 수는 없지만, 그의 상처의 기억과도 같은 모텔에서 아버지와 함께 빠져나옴으로써 트라우마를 끊어내고, 아버지와의 추억은 계속해서 가져가겠다는 마음을 표현했다고 본다. <허니 보이>라는 영화를 만든 것은 곧 자신을 옭아매온 아픈 과거사에서 벗어나고, 다시 일어서겠다는 자기 선언을 해낸 결과라 볼 수 있다. 고통과 본격적으로 마주하기 시작한 그의 치유기는 지금도 조금씩 현재진행형으로 가고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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