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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wonder kimmmy Feb 15. 2019

성인 분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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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이 늙으면 다시 애가 된다더니, 어린이가 아닌 갓난아기로 돌아간다는 말이었나?'


마트에서 아기 분유 쇼핑을 하다가 성인 분유를 발견하고 든 생각이다.

처음에는 긴가민가 했다. 어른들이 마시는 분유가 있다는 말은 생전 들어본 적이 없었기 때문이다.

'이건 분명 내가 일본어를 잘못 읽고 있는 게지...'

확인을 위해 바로 핸드폰을 꺼내 성인 분유에 대해 찾아봤는데, 일본에는 정말 어른들을 위한 분유가 있었다. 처음에는 영양을 챙기기 어려운 노인들이 영양제 대신 아기 분유를 마시면서, 시니어층의 분유 소비와 니즈가 늘어나게 되었고, 우유를 못 마시지만 칼슘 보충이 필요한 사람들에게도 도움이 되는 성인 분유가 만들어진 것이다. 확실히 딱딱하고 맛없는 영양제 보단 따뜻하고 달달한 분유 한잔이 더 쉽고 기분 좋은 영양 보충 방법인 것 같긴하다. 어르신들이 분유 마시는 걸 상상하다 보니, 대학교 시절 한 선배가 생각났다.

쌀쌀한 가을 어느 날, 친구와 함께 선배네 집에 처음 놀러 갔을 때였다. 집에 찾아온 우리에게 그 선배가 건네준 건 따뜻한 믹스커피도, 차도 아닌 분유물이었다. 아기가 그려진 분유통에서 크게 두 스푼을 떠서 뜨거운 물에 타 주는 걸 직접 보고도 믿기지 않아 되물었다.


"이게 뭐예요? 애기가 먹는 우유 아니에요?"

“어, 이거 정말 맛있어 한잔씩 타 줄게 마셔봐”


선배의 건유에 마셔본 분유는 생각보다 심심하고 비릿한 맛이었다.

'자판기 우유처럼 맛있을 줄 알았는데...'

선배는 과제로 밤을 새울 때 입이 심심하면 종종 분유를 타 먹는다고 했다. 미소년처럼 창백하고 마른 몸을 가진 선배가 분유를 마신다고 하니 이상하다기 보단 어쩐지 어울린다는 생각이 들었다.


'근데... 그 선배는 아직도 분유를 마시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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