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즉흥적 쓰기, 나는 왜 기분이 나빴을까?

by 기록

도서관은 다양한 광장으로 활용됩니다.

그래서 시험 기간에는 기출문제를 전시하는 공간으로 시험이 끝난 후에는 졸업 앨범 회의 공간이나 작업의 공간 등으로 다양하게 쓰입니다.

이러한 과정에서 고3 학생이 시험지를 열람하는 학생이 시끄럽다고 조용히 시켜달라고 요구를 합니다. 이에 7일 동안 시험지 열람 공간으로 활용되기에 평소와 달리 다소 소란스러울 수 있다고 안내했습니다. 이에 학생은 도서관은 조용히 하는 공간이고 선생님은 그렇게 만들어야 하는 것이 아니냐고 반문을 합니다. 이에 저는 도서관 공간을 7일 동안 기출 시험지 공간으로 사용하기로 했음을 다시 안내했습니다. 그리고 요청할 것이 있으면 한 무리의 학생들에게 직접 말하라고 안내했습니다. 이에 학생은 되돌아가서 자신의 무리들에게 불만을 토로하고 저는 약간의 상한 기분을 다잡고 다시 작업을 진행했습니다.


얼마의 시간이 지났지만 제 업무 공간에서 일어난 일이기에 자연히 업무 중에 얼마 지나지 않은 그 일이 다시 떠올랐습니다. 그리고 왜 제가 기분이 나빴는지를 되돌아보고자 합니다.


우선 학생과 저의 상황에 대한 해석의 차이가 있었습니다. 학생은 평소와 동일하게 조용한 분위기를 유지해야 한다는 입장이었습니다. 제 경우는 7일 동안 상황이 변했으니 다소의 소란스러움은 어쩔 수 없다는 입장입니다. 의견 대립에 의해서 그 자체를 인정하지 못하고 감정이 상하는 것은 일상에서도 자주 경험할 수 있는 일입니다. 이런 문제로 인하여 거절을 하지 못하는 경향성의 사람들이 고민을 토로하는 글도 인터넷에서 종종 접할 수 있습니다. 이를 근거로 할 때 의견이 다름을 표현하고 이를 상호 확인하는 과정에서 기분이 상했음을 추측할 수 있습니다.


다음으로는 이익적 측면에서 차이입니다. 고3인 학생이 필요한 것은 학교 내 조용한 공간입니다. 제가 필요로 하는 것은 도서관의 가치를 높이는 일입니다. 따라서 학생의 입장에서는 평소와 같은 조용한 도서관이 필요했고 제 경우는 자습 공간만의 도서관보다는 더 많은 활용도를 지녀 도서관의 가치를 높이고 이를 운영하는 저의 업무에 대한 가치도 함께 높이고 싶어 합니다. 이러한 상호 이익의 충돌을 생각해 볼 수 있습니다.


다음으로 생각해 볼 수 있는 것은 역할에 대한 생각의 차이로 보입니다. 학생의 입장에서는 사서 교사의 역할이 도서관 관리이기에 현재에서 조용한 상황으로 관리를 희망했을 것입니다. 하지만 제 입장에서는 자습을 하는 학생이나 기출 시험지를 열람하는 학생이나 모두 동일한 도서관 이용자입니다. 그리고 동일한 권리를 가진 이용자 사이에서 제가 한쪽의 편만 들어주기는 어렵습니다. 왜냐하면 두 이용자 모두 도서관 이용에 대한 권리를 지니고 있기 때문입니다. 이렇게 생각하는 상황에서 학생과 의견 대립 이후에 조용히 시켜줄 것을 제게 요구했고 저는 이를 반대한 후에 학생이 직접 그 무리의 학생들에게 표현하라고 권유했습니다. 이 과정에서는 학생이나 저나 모두 타인에게 싫은 소리를 하기 실은 경향의 반영으로 보입니다.


제 개인적 상황을 생각해 본다면 업무 환경에 대한 불만이 있는 상태에서 학생의 발언이 감정이 상하는 계기가 되었을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보통 사서 교사는 점심시간에 도서관을 이용하는 학생이 많기에 점심 식사 후에 도서관에 상주합니다. 그리고 수업을 하지 않기에 수업 시간에 업무와 휴식을 스스로 판단해서 진행합니다.

그런데 고교 학점제가 되면서 교과 교사는 가르치는 과목이 늘어났습니다. 사서 교사는 수업을 하면서 도서관 운영을 함께 합니다. 그래서 과거에 국어 교사들이 도서관을 담당하면서 많은 갈등이 생기고 도서관이 기피하는 보직이었는데 그러한 역사가 되풀이되는 것으로 보입니다. 일을 하면서 교육청의 도서관 담당 업무를 하시는 분들은 공공 도서관 경험만 있었기에 행정적 사고를 바탕으로 보수적인 기준만 요구합니다. 학교 현장에서는 변화된 상황에 맞춰서 수업과 기존의 도서관 프로그램 그리고 도서관 운영 모두를 요구합니다. 이런 상황 속에서 점심시간에도 수업 시간에도 휴식 시간을 확보하기 어려우니 형평성 측면에서 평소에 불만을 축적하고 있다가 학생의 사소한 요구에 마음에 상처를 받았던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도 해 봅니다.


지나간 상황에 대한 분석은 어떻든 간에 학생의 사소한 부탁을 교사에 대한 시킴으로 해석하지 않고 무난하게 잘 넘긴 것... 결과론적으로는 그것이 다행인 듯합니다. 하지만 업무 피로 누적과 이후 학교 자율 과정의 진행으로 인한 별도의 수업 등을 생각하면 언제 다시 민감하게 될지 몰라서 그 부분은 조금 고민스럽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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