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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이현 Jun 04. 2024

엄마의 행복은 귤밭에 있었다

: 엄마의 환갑 여행, 소소한 행복을 가득 느끼며 살아요 우리.

엄마의 환갑, 함께 제주도로 떠났다

붉은빛의 동백보다 엄마는 귤나무 앞에서 더 행복해하셨다


'제주도는 드라이브만 해도 좋네'

돌담길을 따라가다 보면 자연스럽게 보이던 귤밭들이 엄마가 가장 사랑하는 풍경.


'귤 따기 아르바이트라도 하러 오고 싶네'

엄마가 사랑하는 풍경이 꽃보다 귤이라니


엄마의 귀여운 마음이 귤밭에 대롱대롱.



엄마 우리 제주도 갈까?


12월이면 엄마와 함께 제주도로 떠나곤 했다

4년 전, 새롭게 일을 시작하고 조금의 여유가 생겨 엄마와 단 둘이 제주도로 떠났다. 코끝이 시린 계절, 엄마의 코는 루돌프처럼 빨개져 있었다. 늘 제주도로 떠나는 딸을 마음을 잘 몰랐던 엄마는, 제주에 자주 몇 번 다녀간 이후로 내 마음을 이해해 주기 시작하셨다.


'이런 풍경들 보러 자꾸 제주에 오는 거구나. 이제 이해가 가'

제주만의 색으로 반짝이는 바다와 겨울이어도 꽃을 피우는 섬. 제주 어디를 가도 귤밭이 보여서 자꾸만 귀여운 마음이 채워지는 섬을 우리는 좋아했다. 육지의 겨울이 차갑게 느껴지는 순간, 제주의 겨울이 그리워 여전히 제주로 향하곤 한다


육지와 다르게 제주는 여전히 초록초록한 풍경을 볼 수 있고, 곳곳에 꽃들이 가득했기에 맑은 날이면 겨울을 지나 봄이 온듯한 기분을 만끽할 수 있는 섬. 유독 차갑게 느껴지는 겨울이라는 계절은, 제주에서는 또 다른 계절로 인식되곤 한다. 이른 봄, 벌써 봄이 찾아온 듯한 계절감을 보여주는 제주. 여전히 겨울이면 제주를 찾고, 제주의 겨울 낭만을 사랑하는 이유이지 않을까.


환갑을 맞은 엄마, 엄마에게 겨울 제주를 선물하기로 했다



가장 먼저 만났던 함덕 바다.

'여기 이름이 뭐라고 했지?' '엄마 함덕해수욕장 함! 덕!' '함덕, 아이코 아주 예쁘네'

동쪽에서 내가 사랑하는 바다. 함덕서우봉을 오르는 길을 기억하는 엄마는, 저 위에 올라가면 참 예쁘다며 동생에게 '저기 올라가면 참 예뻐 올라가 볼까?' 뚜벅뚜벅 걷기 시작하셨다. 날씨는 흐렸지만 한없이 아름다운 풍경, 엄마가 제주 바다를 좋아해 줘서 다행이다


'여기 유채꽃을 뿌려 놓았네'

떨어진 유채꽃을 바라보고 있던 엄마의 한마디. 내가 소소한 것들에 대한 관심도가 높았던 건 엄마를 닮아서 이지 않을까. 고개를 숙여 떨어진 무언가를 보는 일, 엄마의 다정함을 배운 덕분이지 않을까 생각했다


'제주에 오기를 잘했지?' 시간상 제주에 오기를 망설였던 엄마였지만,

 좋아하는 풍경들이 가득해 싱그럽게 웃고 있는 엄마의 얼굴을 오래오래 기억하고 싶다.


엄마의 행복은 귤밭에 있었다.


겨울이면 유독 아름다운 동백꽃을 피워내는 제주.

'엄마 여기 왔던 거 기억하지?' 4년 전, 엄마와 함께 왔던 곳이다. 4년 전 보다 더 많은 꽃을 피워 내고 있는 시기에 찾아온 꽃 밭. '아이코, 꽃이 한가득이네'. 날씨는 흐렸지만 여전히 아름다웠던 꽃밭을 거닐었다



"어머, 엄마 여기서 사진 찍어줘"


엄마가 사진을 찍어 달라고 한 곳은 꽃밭이 아니라 귤을 닮은듯한 과일이 있는 곳이었다. 엄마는 여행 내내 이름 모를 과일을 만나면 마냥 신난 어린아이처럼 밝아지셨다. 엄마에게도 언젠가는 과수원을 선물해야 할까 싶을 정도로 과일을 좋아하는 엄마에게는 이 귀여운 과일이 최고였나 보다


엄마와 함께 떠나는 진짜 이유는,

여행은 삶의 힘든 시간들을 잠시 내려놓을 수 있도록 해주기 때문이 아닐까.


평생을 우리 가족을 위해 보이지 않는 곳에서 우리를 챙겨 주는 엄마는 보이지 않는 아픔이 많은 사람이니까. 다정하지 못하고 욕심 많은 남편 때문에 고생을 많이 한 엄마. 그럼에도 '엄마'라는 이름으로 삶을 포기하지 않고 딸 셋을 데리고 살아온 엄마의 삶, 어찌 그 삶을 다 헤아릴 수 있을까 싶다. 그런 엄마에게 잠시나마 행복한 감정을 선물할 수 있다면, 우리의 여행은 늘 완벽하다고 생각한다



엄마와 나는 자연의 아름다움과 산책을 좋아한다

동생이 걷지 않는다고 해 엄마와 단 둘이 새연교와 이어진 새섬을 걸었다.


특별한 인연이 있는 곳이기도 한 새섬, 한 바퀴를 걷는데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지만 꽤 아름다운 풍경을 자랑한다. 날씨는 흐려서 아쉬웠지만 엄마와 소소한 이야기를 나눌 수 있어서 행복했던 시간. "엄마 여기서 봐! 사진 찍어줄게!" 오늘의 행복한 시간들을 기억하기 위해, 엄마에게도 행복한 시간이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엄마의 행복은 귤밭에 있었다


돈가스를 먹으러 간 식당에서 엄마는 가장 신이 나 계셨다

오늘의 점심 메뉴인 돈가스 때문이 아니라 식당에서 보이는 귤밭뷰 덕분이었다.


"어머어머, 여기 귤 많은 거 봐!"

제주의 다양한 아름다움 중에서도 엄마는 과일이 단연코 최고인 듯하다. '우리 귤 사갈까?' 수제 귤주스를 마시고 엄마는 귤밭에서 직접 딴 귤을 한 바구니 담아 사 오셨다. 어린아이가 선물을 받아 설렘이 가득한 표정으로. 우리는 귤밭에서 사 온 귤을 여행 내내 먹었다. '엄마 귤이 참 맛있네! 다음에는 또 사 오자!'


엄마의 행복은 귤밭에 있었다.


                    

엄마의 환갑 여행, 엄마 몰래 귀여운 케이크를 주문했다


엄마와 둘째 딸 셋째 딸의 제주 여행, 엄마가 좋아할 듯해 온천에 다녀온 후 간단히 저녁을 먹고 환갑 파티를 열었다. 소소하고 귀여운 환갑 파티. 딸이 30대가 되니 엄마가 60대가 되었다. 여전히 친구 같은 엄마, 다정한 말을 건네는 엄마는 아니지만 마음은 늘 딸들에게 다정한 엄마.


엄마를 떠올리면 여전히 마음이 뭉클하다

엄마가 살아 계실 때 효도는 아니더라도 행복한 추억을 가득 만들고 싶다. 시간이 흘러 엄마가 여행을 다닐 체력이 되지 않는 그날까지, 엄마와 소소한 추억을 가득 만들어 갈 수 있도록 노력해야겠다고 다짐해 본다.


엄마의 환갑 제주 여행,

엄마의 행복은 귤밭에 있었다.


엄마 우리 다음에는 귤밭에서 귤을 가득 드실 수 있도록 해드릴게요.

오래오래 우리 곁에서 건강하게 소소한 행복을 가득 느끼며 지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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