괜찮아, 사실은 안 괜찮아
40해를 살았다. 1월에 뜨는 태양을 바라보며 이듬해는 지난해 보다는 조금 더 단단해졌으리라
1년 365일 어느날은 새벽의 향기를 맡으며 위로를 얻기도 했었고 아침의 어설픈 햇살이 나를 꽤나
고요하게 했던 날도 있었지.
모두가 서둘러야 한다고 외치고 빽빽한 계획속에 부은 몸을 우겨 넣으며 심장을 꽉 조여 메어보아도
보았다가. 갑자기 내리는 촉촉한 비에 그저 넋이 나갔던 날들도 많았더랬지.
바스락 거리는 낙엽이 부르는 노래를 들으며 한걸음 한걸음 오늘의 목적지를 두고 걸음을 시작했던 날에는
바람이 싣고 날아드는 소리에 귀를 기울였어.
"너를 증명하려 애쓰지마.... "
"이해받고자 애쓰지마..."
"미워하지도 마 그냥 그대로 가 .."
중요하다 생각드는 것들이 보통은 중요하지 않아. 한걸음 한걸음 걸으며 오늘은 반드시 미움의 소리와
나를 아프게 하는 것들을 바라보지 않겠다고, 미움의 줄다리기에 내 손을 내어주지 않겠다고.
오늘은 미웠어도, 오늘은 나를 그만큼만 알고 그만큼만 생각하던 그 누군가도
머나먼 여행을 다녀오면 때로는 좋았던 기억만 생각날 것이라는 걸 ..
시린 겨울날 발목을 훨씬 덮는 워커를 신고 한번도 걸어보지 못했던 유럽의 거리를 새롭게 걸었었다.
남편과 나란히 손을 잡고 함께 알수 없는 그 길을 그냥 걸었다.
목적없는 트램을 타고 바람이 이끄는대로 그대로 걷다보니, 세상이 참 넓었다. 좁다고 생각했던 세상이
참 넓고 고개를 조아리고 가슴을 옭아메고 누군가의 말과 행동에 울고 웃었던 모든 일들이 부질없음을
느꼈다.
한참을 걷다가 볼을 에이는 찬바람의 아픔을 즐기며 한 솥가득 끓이는 뱅쇼의 향기에 못이겨 그대로 한모금
맛보았다. 꽁꽁 얼었던 몸과 마음이 사르륵 녹아내렸던 것.
그 시간, 그 향기, 사랑하는 사람의 미소, 힘들면 안길 수 있는 그 품,
때로는 이유도 묻지 않고 어떠한 해결 방법도 필요없이 그저 그 순간이 필요한 날이 있다.
내 마음은 회복의 능력이 있기 때문인지...
누군가 나를 베어갔대도...
나의 자리로 돌아갈 때 나에게 주어진 시간은 어떤 이유가 있는걸까 생각한다. 내 눈이 둔해서 보지 못하는
다른 캘린더가 있지는 않을까... 길고 긴 트램은 우릴 어디론가 데려갔고 다시금 트램을 타고 돌아올 때 쯤
이미 모든 기억은 미화되어 있었다.
미웠던 사람도 보고싶은 아름다운 날들이 있다. 나를 미워해도 괜찮아. 나를 무시해도 괜찮아.
길고 긴 트램을 타고 오면 가끔씩 너와 보냈던 그 향기, 시간, 날씨, 장소, 그 때의 나의 에너지
하루라도 어렸던 나와 너 , 지나가는 인연이었어도 그저 나도 널 딱 그만큼 알았던 그 때도 그리울지도 모르니까.
당시에 그 사람은 정말 그 사람이었을까? 아마 질투와 미움에 덮여버린 진짜 당신의 모습이 있겠지....
아쉽게도 그 때의 당신과 나는 내면의 좋은 사람을 꺼내오기까지는 시간이 부족했나보다..
길고 긴 트램을 타고 올 수 있다면 좋겠다.
사람이 아닌 시간을 보고, 사람이 아닌 향기를 보고 , 사람이 아닌 공기를 느끼는 하루를 보내길
그렇게 오늘도 중요하지 않은 질투와 미움들의 통각을 무디게 놓아두고 나는 하늘을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