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소평변호사
상담실에서는 종종 이런 이야기를 듣습니다.
“남들 보기에는 부부였습니다.”
사실 이 한 문장 안에 사실혼의 거의 모든 쟁점이 들어 있습니다.
법은 사람의 관계를 전부 서류로만 보지는 않습니다. 그래서 우리 법원도 혼인의사가 있고 부부공동생활의 실체가 있다면 사실혼을 인정해 왔습니다. 그 관계 안에서는 동거·부양·협조의무가 문제 될 수 있고, 정당한 이유 없는 파탄에는 위자료도, 함께 만든 재산에는 재산분할도 논의할 수 있습니다. 관계의 실질을 완전히 무시하지는 않는다는 뜻입니다.
그런데 법은 동시에 아주 차갑게 선을 긋습니다. 혼인신고를 전제로 하는 효과는 여전히 쉽게 열어 주지 않습니다. 대표적인 것이 상속입니다. 살아 있을 때는 부부처럼 살았더라도, 한 사람이 사망하면 남은 사람은 민법상 배우자로서 자동 상속권을 갖지 못합니다. 헌법재판소도 이 구조를 그대로 유지했습니다.
https://www.youtube.com/watch?v=xgnjztMqRTo
그래서 사실혼은 늘 묻습니다.
“우리는 어디까지 부부인가.”
이 질문에 대한 지금의 법적 대답은 대략 이렇습니다. 살아 있는 동안 형성된 생활공동체는 어느 정도 보호하지만, 혼인신고가 만드는 가족법상의 완전한 지위까지는 쉽게 주지 않는다. 바로 그 경계에서 분쟁이 시작됩니다. 결국 관계의 진실은 감정만으로 증명되지 않습니다.
법원은 부부처럼 살았다는 말을 듣고 싶어 하지 않습니다. 그 대신 상견례, 가족 행사, 주거의 일치, 경제공동체, 주변의 인식 같은 생활의 흔적을 봅니다. 사랑의 기억보다, 함께 살아낸 구조를 보려는 셈입니다.
사실혼 문제를 다루다 보면, 법이 가족을 이해하는 방식이 보입니다. 법은 관계의 실질을 조금은 따라가지만, 결국 제도와 형식의 문턱을 완전히 없애지는 않습니다. 그래서 사실혼은 언제나 보호와 배제의 사이에 놓여 있습니다. 그리고 그 사이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내가 실제로 어떤 관계를 살아냈는지를 증명할 수 있느냐입니다.
사실혼 분쟁은 사랑의 진위보다 생활의 실체를 묻는 소송에 가깝습니다.
서류 한 장이 없어서가 아니라, 준비된 자료가 없어서 지는 경우가 더 많습니다.
부부처럼 살았다는 사실과 법적으로 부부라는 지위 사이의 간격, 바로 그 틈을 이해해야 합니다.
https://www.youtube.com/watch?v=f3ARMelUaBs
https://www.youtube.com/watch?v=iPpUZYQuYW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