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넓은 길은 언제나 내 마음속에"
금년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 답안지에 실린 필적 확인 문구이다. 양광모 시인의 시 <가장 넓은 길>에 나오는 한 구절이다.
수험생들이 이 시구를 쓰면서 어떤 마음이었을지 상상해 봤다. 한 문제라도 더 맞혀 점수를 따는 것이 절실한 그들이나 수능 관련 뉴스를 실시간으로 확인하는 나나 어색한 상상이었다. 그들이 이 시구절을 쓰면서 힘을 얻었을까.
시는 입이 아닌 마음으로 읽는 것인데, 시험이라는 그것도 단 한 번으로 대학이 결정되는, 어쩌면 인생이 걸려 있다고 할 수도 있는 절박한 상황에서 이 시가 마음에 들어올지 의문이 들었다. 그래도 아름다운 시구절을 쓰면서 잠시나마 시름을 덜었기를 바랐다.
어제 오후 답답한 마음에 시 전체를 읽어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역시 마음이 산란하여 마음으로 읽을 수 없었다. 시를 담을 만한 여유가 없었던 탓이다. 어제는 모두에게 아주 긴 하루였다.
살다 보면
길이 보이지 않을 때가 있다
원망하지 말고 기다려라
눈에 덮였다고
길이 없어진 것이 아니요,
어둠에 묻혔다고
길이 사라진 것도 아니다
묵묵히 빗자루를 들고
눈을 치우다 보면
새벽과 함께
길이 나타날 것이다
가장 넓은 길은
언제나 내 마음속에 있다
<양광모 ㅡ 가장 넓은 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