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짜 가게 될 줄은 몰랐지만, 이런 로망같은 것이 있었다. 가족같은 분위기의 아담한 시골학교는 참 평화롭고, 자연친화적으로 보였다.남편의 귀농,귀촌은 그렇게 반대를 해놓고시골초등학교라니, 내가 생각해도 참 이중적이다.
아이셋을 사교육없이 키우고 있는 나는, 대안학교, 전인학교, 혁신학교에도 관심이 많았다. 선행학습이나 학원에는 관심이 없었고, 어떻게 하면 아이들을 더 자유롭게 키울수 있을까, 자연에서 뛰어놀며 자라게 할 수 있을까를 고민하곤 했다. 하지만 세아이를 보내기에 대안학교나 전인학교는 학비가 너무 비쌌고, 시골학교는 매일 차를 오래 태워야 하는게 싫었다. 근처 시골로 이사를 가지 않고서야, 현실적으론 결정하기 쉬운문제가 아니었다.
그런데 이제 귀농을 결심했고, 우린 정말 시골 학교로 가는거다.
계속 생각하고 반복적으로 이야기를 하면 결국 현실이 된다는 걸 느낄 때가 많다.나에겐 시골학교 또한 그런거였다. 진짜 시골초등학교 학부모가 될줄이야...
이지성 작가의 '꿈꾸는 다락방' 이란 책을 보면 미래를 보는 뇌의 한부분이 있다더니... 진짜 그런지도 모르겠다. 이래서 말은 혼잣말이라도 조심해서 해야 하는게 맞다.
시골땅 탐사를 마치고 집으로 돌아오면서, 나는 계속 스마트폰을 들여다보고 있었다. 근처 초등학교들을 검색했다. 나에겐 땅만큼이나 근처 환경이 너무 중요했다. 단순히 농사를 지을 땅만은 아닌것이다. 내가 살아야 할곳, 내 아이들이 뛰어놀며 자라날 곳이다.
남편은 다시 회사생활에 집중했고, 보은의 땅주인에게서 좋은 소식이 들려오길 기다리고 있었다.
'어디에서 살지? 농막? 마을? 빈집은 있을까 ? 그렇다고 빌린땅 옆에 집을 지을 수도 없고...'
라는 고민들을 하면서도 내심 그땅이 '취소'되기를 바라는 마음도 있었다.
'천안이면 더 좋은데...'하는 미련이 남아있었기 때문이다. 어쩌다 보은까지 가야 하냔 말이다.
천안이 친정이긴 하지만 주변에 농사짓는 사람이 없어 , 천안근교의 시골엔 인맥도 없다. 그나마 투자목적으로 샀던 조그마한 시골땅이 있는데, 그마을 이장님과는 안면을 튼 사이였다. 남편이 전화로 물어보았지만, 좋은 소식은 없었다. 그런 대지를 빌려줄 사람은 없다는 것이다. 게다가 그곳은 땅값이 더 비싼곳이다.
어느 귀농선배농부의 블로그에서 본 글이 생각났다.
귀농계의 금수저란... 후계영농인이라고..
부모님의 농장을 물려받는것. 땅 있고, 집있고, 판로있고 농사법도 그냥 배울수 있다.
그 귀농계의 금수저들이 부러워지는 상황이다. 후계영농인인들 나름의 고충이 없겠냐마는...
그만큼 초보 귀농인에게 땅문제는 넘어야 할 큰 산이었다. (오죽 비싸야 말이지...)
우리아이들이 살게 될 곳은 과연 어디일까? 틈날때마다 이런저런 시골풍경들을 상상했다. 아이가 셋인지라 아파트 층간소음문제도 여간 스트레스가 아니다. 주택에 살 수 있으면 여러가지로 좋을 일이다.
' 그냥 눈 딱 감고, 시골마을의 빈집이라도 알아볼까? '
마음을 먹어보기도 했지만, 쉽게 결정할 수 없었다. 저지를순 있어도 훗날 후회하고 싶지는 않았다. 그래서 마지막 까지 신중해야 했다.
땅근처 초등학교로 전화문의를 했다.
"한 학년에 몇명이에요? "
"학년마다 다르지만 4~5명정도있어요."
생각보다 적다. 그래 뭐 그건 그렇다 치고,
"병설 유치원은 있나요? 몇명이에요?
"내년에 6살이되는 아이 한 명있어요."
"아~~"
거기에선 말문이 막혀버렸다.
' 한 명이라니......'
선생님과 유치원생 한 명! 충분히 고민 될 문제다. 작년, 그때 당시 막내가 4살 둘째가 6살이었다. 다음해에 우리아이들이 그곳에 가게되면 5세(막내) 1명 , 6세 (기존에 있던 아이) 1명, 7세가 (우리집 둘째 ) 1명이 되는 것이다. 세아이가 통합반이 되어 유치원 생활을 하게 될 것이다. 그런데 문제는 이 세명의 아이들이 초등학교에 입학하게 될 땐 각자 1학년생이 한 명씩이 될 수도 있다는 얘기였다.
ㅡㅡ;
"유치원생이 한 명이래"
" 헐... 좋네 1대1 수업이야? "
" 친구한테 감기 옮아 올 일은 없겠어..."
우스갯 소리로 넘겼지만 충분히 고민되는 문제였다.
" 친구들이 더 있으면 좋을텐데 "
게다가 집이 그렇게 드문드문 있으니 아이가 학교친구와 놀고 싶을땐 어떻게 만나서 노느냔 말이다. 엘리베이터만 내려오면 바로 놀이터가 보이고 학교 운동장이 붙어있는 초품아(초등학교를 품은 아파트) 생활과는 아주 많이 다를 것이다.
아이들만이 문제가 아니었다. 나는 나에 대해서도 생각해 봐야 했다.
' 괜찮을까 ? 자신있어? '
집문을 열면 드넓게 펼쳐진 논밭만 보이는 풍경~~ 높은 건물이 없어 씽씽불어 댈 바람에 마음이 자주 시려울지 모르겠다.
그러던 중 도서관을 검색해 보았다. 육아의 반을 도서관에서 하고 있는 나에게는 도서관의 위치 또한 중요했다.역시 예상대로 군청 근처에 있었는데, 가까운곳에 초등학교도 보이는 것이 아닌가.
거리검색을 했다. 시골 땅까지 차로 15분 !!
" 오~~좋아 "
학교를 검색하고 부동산에 전화를 했다.
학생수는 한학년에 열댓명정도 !
" 딱 ! 적당하지 않은가 ?! "
"월세 있어요? 전세는 얼마에요? 매매는 얼마에요?"
전세는 별로 없다고 했다. 진도도 그러더니...
남편에게 말했다.
"보은군청근처 읍내로 가는건 어때? "
잠시 생각을 해보던 남편.
" 아이들을 위해선 그것도 괜찮겠네... 나는 차로 출퇴근 하면되니까 "
시골이라 그런지, 오래된 아파트와 신축아파트의 연식차이가 컸다. 이왕이면 신축아파트가 좋을테지만, 가격이 두배나 차이가 났다. 하우스 시설비를 다 대고 1년치 생활비까지 확보할 생각을 하니, 신축아파트를 사는건 어려워보였다. 나머지 돈은 대출을 받아야 할텐데, 남편의 회사 급여가 끊기는 상황에 대출이자는 부담스러울테다. 역시나 귀농을 하면서 모든 조건을 다 충족시키려 한다는건 사치스러운 욕심인지도 모르겠다.
게다가 모처럼 하는 귀농인데 기어이 가장 번화한 곳으로 찾아갈 건 또 뭐람? 1층이 아니고서야 애셋을 데리고 층간소음 눈치는 계속될테고, 아이들이 자연과 함께 자라기엔, 그래도 시골마을이 낫지 않나 싶은 생각도 들었다. 결국엔 우리가 가진 예산 대로라면 농장근처 임시농막이 가장 현실적이기도 했다.
이렇게 생각하고 보니, 또다시 원점이다. 머리가 많이 복잡하다. 그렇다고 생각을 멈출 수는 없다. 나는 엄마로써 아이들에게 가장 좋을 환경을 찾아내야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