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을 쓰는 우리, 참 배려로워

by Lydia Youn

글을 쓰는 사람들은 참 배려심이 있는 사람들인 것 같다. 일단 하고 싶은 말들이 많은 사람들일 것인데, 그 말들을 내 안에다 다 담아둘 수만도 없고, 누군가를 붙잡고 주저리주저리 내 모든 생각들을 읊어댈 수도 없으니 글을 쓰게 되는 것이 아닌가. 나는 항상 북받쳐 오르는 감정과 영감으로 글을 써서 단번에 주르륵 글을 써 내려가고 퇴고를 하지 않는 타입이다. 아마도 그래서 아직 그냥 방구석 글쟁이인 것이겠지만.


여하튼, 나는 하고 싶은 말이 정말 정말 많은 사람이다. 사랑을 할 때면 어쩔 줄 모르는 감정의 소용돌이에 상대에게까지 폐를 끼칠까 봐 조용히 입을 닫고 글을 쓴다. 글로 나의 휘몰아치는 감정을 담아내면 조금 나아진다. 그리고 시간이 지나고 그 글을 보면 심지어는 그 글을 쓰며 사랑했던 이가 누군지조차 잘 기억이 나지도 않는데 그 사랑만은 그 자리에 남아있는 것이다. 누군가를 사랑했던 내가 그 자리에 남는다. 그래서 나는 사랑하며 글 쓰는 것이 좋다. 가끔씩은 내가 사랑하는 남자들이 나의 글감이 되어주고 있다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사랑에 힘들 때면 그래, 그는 나에게 좋은 글을 쓰게 하잖아라고 생각하며 자기 위안을 하기도 한다.


정치적으로도 하고 싶은 말이 너무나 많다. 우리 가족들은 정치 토론에 열려있는 편이어서 최근에도 전쟁이 벌어지고 있는 국제 정세를 두고 뉴스를 시청하며 이런저런 이야기가 오갔다. (나로 인해 언성이 높아졌다. 하하) 정치나 세상 돌아가는 상황에 대해서도 너무 관심이 많은데 실생활에서 누군가에게 그런 이야기를 꺼내기만 하면 대부분의 사람들은 그런 이야기를 회피하고 싶어 한다. 난 그들이 어떤 정치적 성향을 가지고 있느냐보다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있는지가 궁금했을 뿐인데.


한 번은 이런 적이 있었다. 어떤 모임에서 처음 보는 사람이랑 어쩌다가 한국 정치에 관해 나는 좌의 편에서, 그는 우의 편에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했던 적이. 사실 누가 좌고 누가 우인지는 별 큰 문제가 되지 않는다. 좌고 우고 간에 어떤 사상을 가지고 세상이 어떻게 되어야 하는가에 대한 분명한 자신만의 철학을 가지고 있다면 모두는 자신만의 정답을 가진 것이라고 생각한다. 나는 스스로 좌파라고 칭할 만큼 소수자에게 관심이 많고 내 이득을 더 챙기기보다는 남과 함께하는 세상에 대해 관심이 많다. 하지만 내가 좋아하는 중도나 중도우파 진영 쪽의 좋은 정치인들도 있다. 나와 정치 토론을 하던 그는 너 같은 깨어있는 좌파랑은 대화가 통한다면서 나와의 대화를 즐거워했다. 하지만 세상에서는 깨어있는이고 뭐고 정치얘기는 그냥 금물이다. 그러니 글로 주저리주저리 써서 인스타 스토리에 겨우 올리는 것이 내가 할 수 있는 전부이다. 혹은 슬슬 떠 본 다음에 정치 토론의 장을 열던지!


또, 책에 대해서도 할 이야기가 많다. 나는 거의 매일 한쪽씩이라도 책을 읽으려고 노력하는 사람인데 요즘 사람들은 도통 책을 잘 읽지 않는다. 우리 아빠는 엄청난 다독가시라 나는 항상 아빠에게 책을 추천받고는 하며, 재미있는 책을 읽은 뒤에는 항상 아빠를 앉혀두고는 책에 대한 이런저런 이야기를 함께 나눈다. 가끔 정말 좋은 책을 읽으면 독후감을 쓰기도 하고. 특히 좋아하는 몇몇 작가에 대해서는 경외심을 가지고 있어서 그 작가의 책을 읽은 사람들과 정말이지 이야기를 좀 나눠보고 싶다! 다시 함께 그 작가의 책을 읽으며 와인이나 위스키라도 한 잔 하는 모임이라도 만들어야 하나! 하지만 내 주위엔 아빠와 몇몇 친구들을 제외하고는 책을 읽는 사람들이 거의 없다. 독서모임을 가볼까도 했지만 아직은 내 취향에 딱 맞는 모임을 찾지 못했어서 내가 만들어야 하나 싶고. 그러니 또 역시 글만 끄적인다.


또, 영화와 미술에 대해서도 큰 관심이 있다. 왓챠 피디아에 800편 정도의 영화 별점을 남기기도 했고, 주기적으로 좋은 영화를 찾아보며, 정말 보고 싶었던 영화는 혼자 극장에서 본다. 한국 감독님들 중에서는 봉준호 감독님을 좋아해서 기생충이 처음 개봉하던 날 보고 와서는 너무 좋았다고 할머니까지 온 가족을 대동해서 영화관을 다시 방문한 적이 있었다. 그 뒤로 그 영화가 여러 해외 유수 영화제에서 큰 상을 받았을 때, 나의 안목에 다시 놀라기도 했었고!(ㅋㅋ) 미술에 관해서는 원래 전공이 디자인과긴 하지만 비실기로 입학을 했던지라 그림 그리는 자체보다는 미술이라는 그 자체가 좋아서 그 전공을 택했던 것 같다. 미술사 수업이 제일 좋았었는데, 해외여행을 가서도 그 지역의 가장 유명한 미술관 한 군데 정도는 꼭 방문해 보는 편이다. 특히 예술의 도시인 파리를 정말 좋아하는데, 파리에서는 뮤지엄 패스를 3번 사서 거의 20군데 정도가 되는 파리의 온갖 미술관과 박물관에 수 차례 방문했었다. 피렌체의 우피치 미술관을 처음 방문 했을 때와, 파리의 오르세 미술관에서 고흐의 아를의 별이 빛나는 밤을 처음 감상했을 때는 감격에 겨워 눈물이 나기도 했었다. 이런 모든 경험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과 직접 이야기를 나누는 것 역시 어렵다. 그러니 여기서 주저리주저리 글을 쓸 수밖에.


나는 봉사에도 관심이 많다. 세상이 더 아름답고 행복해질 수 있다면 나의 돈과 수고를 조금 보태는 것에는 전혀 개의치 않는다. 올해 목표 중 하나는 한 달에 한 번 봉사활동에 참여하는 것인데, 매번 봉사를 할 때마다 충만한 채워짐이 있어서 정말 행복하다. 인스타 스토리로 봉사활동을 함께하고 싶은 사람을 모집해 1월에는 나를 포함에 5명의 지인들과 함께 봉사 단체의 활동에 참여했던 적도 있었는데 그때는 정말 기뻤다. 하지만 세상에는 항상 나처럼 나누고 싶은 사람들만 있는 것이 아니니 나는 주절주절 글을 쓰며 나처럼 나누고 싶어 하는 누군가를 찾아 헤매야만 한다. 나의 글로 누군가가 오늘 하루 더 나누는 삶을 산다면 그걸로 족하다.


여행이나 술, 파티, 명상, 운동, 강아지, 음악 등 아직도 더 하고 싶은 말이 많지만 배려의 의미에서 이쯤 해두고. 아무튼 글을 쓰는 나, 글을 쓰는 당신, 참 배려롭다!

매거진의 이전글그래도 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