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목표 중 하나는 매달 일주일 이상의 기간 동안 해외여행을 다니는 것이다. 1월과 2월 중에는 4주에 가까운 기간 동안 태국 방콕 여행을 다녀왔다. 방콕에서는 정말 많은 일들이 생겼는데, 그걸 하나하나 다 풀자면 책 한 권이 돼야 할 정도이다. 오늘 이병률 작가의 산문집에서 마땅한 수건이 없이 5일간 행주에 가까운 것을 수건으로 사용하면서 쓴 글을 읽었다. 여행은 당신의 사소한 취향을 다려 펴주는 대신 크고도 굵직한 취향만 남게 할 것이라고. 그 글을 읽으니 이번 여행에서 수건 없이 3주를 보냈던 나날들이 떠올랐다.
수건 없이 몸을 씻어본 경험이 있는가? 나는 이번 여행에서 3주 동안 수건을 거의 쓰지 않고 보냈다. 웃기긴 하지만 정말이다. 4주에 가까운 꽤나 긴 기간의 여행이었기 때문에 중간에 짧게 친구와 함께 호텔에 갔던 것을 제외하면 호스텔에 오래 묶었었다. 두 군데의 호스텔을 갔었는데, 첫 번째 숙소에서는 수건이 제공되더니 두 번째 숙소에서는 수건을 주지 않는 것이다. 소액의 금액을 내면 수건을 빌릴 수 있는 구조였는데, 수건은 계속 반복해서 쓸 수도 없고 매번 코인 세탁을 돌릴 수도 없고 매번 빌릴 수도 없으니 그냥 대충 살아보자는 생각이 들었다. 일단 샤워를 한 후 손아귀에 세게 힘을 주어 온몸의 물기를 털어낸다. 그 후 머리카락에서 나오는 물기를 최대한 짠 뒤에 얇은 잠옷을 대강 둘러 입고 나와서는 선풍기 앞에 서서 드라이기로 머리를 말린다. 사실 이렇게 하면 충분히 물기가 다 마르기 때문에 수건이 필요도 없다. 이러한 방식으로 매일매일의 샤워에서 수건을 없앴다. (ㅋㅋ 나도 웃기다..)
매일 너무나도 당연하게 사용하던 것, 누리던 것들의 부재에도 살아가는 방법을 배우는 것. 그것이 여행의 묘미라고 생각한다. 손병호 게임을 한다면 수건 없이 살아본 사람을 외치고 혼자 손가락을 접을 수도 있으니 좋겠다. 이런 경험들이 하나하나 쌓여가다 보면 세상에 못 할 일이 별로 없다고 느껴지기 시작한다. 원래 작은 성취들이 모여 자존감을 높여준다고 하지 않았던가. 남들이 해보지 않은 이런 생소한 경험을 통해 나는 점점 더 단단한 사람이 되어간다는 기분이 든다. 사막 한가운데에 떨어지는 것까지는 아니더라도, 어떤 나라의 어떤 도시에 생전 처음 마주하는 광경에 맞닥뜨리더라도 어떻게 해서든 살아갈 수 있다는 자신감이 있달까. 서울에서도 가끔은 방콕에서의 나날들을 추억하며 수건 없는 샤워를 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