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래는 물이었다.
하늘에 작은 입자로 떠다니다가,
구름 속에 몸을 섞었다.
어느 날 알 수 없는 힘에 이끌려
땅으로 떨어졌다.
흘러 강물이 되었고, 정수시설을 거쳐
도시의 수도관을 지나왔다.
결국 카페의 얼음기계 속에 담겼다.
라테 한 잔 속으로 들어가,
누군가의 입속으로 스며들었다.
몸을 돌아다니며 피가 되었다가,
소변으로 흘러나왔다. 다시 정수시설로 향한다.
얼음은 원래 물이었다.
우리가 되었다가, 또 다른 곳으로 흘러간다.
때로는 차갑게 얼고, 때로는 뜨겁게 끓는다.
어떤 순간엔 하늘로 날아올라 다시 구름이 된다.
목마른 이를 살리기도, 차가운 강물로
생명을 앗아가기도 한다.
지금은 내 컵 속에 조용히 녹고 있다.
얼음은 물이었고, 물은 언제나 우리 곁에 있었다.
어쩌면 우리도 그렇다.
단단히 얼어붙기도 하지만,
언젠가는 녹아 흘러 또 다른 삶 속으로 스며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