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면했던 숫자, 이제는 마주하다

마이너스 탈출기 : 빚의 무게

by 유정

부끄러운 고백부터 시작해야 할 것 같다.
한때, 내게 얼마나 큰 빚이 있는지 몰랐다.
정확히 말하면, 알고 싶지 않았다.


20대 후반, 한 달 벌어 한 달을 겨우 메우는 삶 속에서
예기치 않은 일이 생기면 바로 또 다른 빚이 생겼다.
그런 삶이 반복되다 보니, 어느 순간부터는
숫자를 보는 것 자체가 두려워졌다.


하지만 더는 도망칠 수 없었다.
숫자를 마주하지 않으면 아무것도 바꿀 수 없다는 걸 깨달았고, 그 일은 오롯이 나의 몫이었다.




숫자를 외면했던 시간


컴퓨터 앞에 앉아 엑셀을 열었다.
잘 다룰 줄은 몰랐지만, 그래도 눈으로 봐야 했다.

처음에는 복잡하게 하지 않고, 단순하게 적었다.


빚 정리를 시작할 때 가장 먼저 한 일들

각 대출의 출처(학자금, 신용대출 등)

대출 금액과 이자율

상환 방식(이자만 내고 있는지, 원금균등인지 등)


이렇게만 적어도 ‘내가 어떤 상황에 처해 있는지’가 명확해졌다. 눈을 돌리고 있을 땐 몰랐던 현실이, 정리된 숫자로 다시 나타났다.




20대 초반에 받은 학자금 대출의 이자는 4~5%.
저금리라 생각했지만, 돌이켜보면 꽤 높은 편이었다.
이직할 때는 월급이 끊긴 공백기를 메우기 위해,
생활비가 부족할 땐 카드 리볼빙을 이용했다.

그렇게 20%가 넘는 고금리 빚이 쌓여갔다.


정리하고 보니, 총 빚은 대략 3,700만 원 정도였다.
당시 내 월급은 200만 원도 채 되지 않았는데,
그 숫자를 마주한 순간 숨이 턱 막혔다.


누군가는 “그 정도면 감당할 수 있잖아”라고 말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내게 그 빚은, 하루하루를 질식시키는 족쇄였다.


"어쩌다 이 지경까지 왔을까."
"그래서 어쩔 건데?"


후회는 의미가 없었다.

이제부터 중요한 건 ‘어떻게 제로로 돌아갈 것인가’였다. 나의 첫 번째 목표는 플러스가 아닌 제로였다.




리볼빙이라는 고금리의 덫


가장 급한 건 리볼빙이었다.

리볼빙은 언뜻 보기엔 ‘이번 달 결제 유예’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매달 연체하지 않고 이자를 갚는 조건의 고금리 대출이다. 문제는 이자가 복리처럼 붙기 때문에, 원금보다 이자를 먼저 갚게 되는 구조라는 것.
몇 달만 지나도 원금이 줄기는커녕, 더 늘어버린다.


당시 나는 이걸 모른 채 돌려 막기를 반복하고 있었던 거다. 이대로 두면 매달 수십만 원이 공중으로 사라지는 셈이었다.


리볼빙을 정리할 때 내가 한 선택

리볼빙 전체 금액 파악 후

1 금융권(은행) 저금리 대출로 갈아타기 시도

이자율을 낮춘 뒤, 우선순위 상환 전략 세우기


우선, 1 금융권 대출로 고금리 일부를 막았다.
운 좋게도, 그 무렵 들어간 회사가 대기업 계열사였고

말도 안 되는 신용에도 조금은 대출이 가능했다.

그렇게 리볼빙의 절반을 저금리로 전환하고,

그다음부터는 전쟁이었다.




생활을 리셋하다


리볼빙을 없애기 위한 생활의 리셋.

비싼 커피는 끊었다.
제 집처럼 드나들던 편의점도 멈췄다.
작은 지출 하나하나를 붙잡고 되묻기 시작했다.


‘지금 이 돈, 정말 써도 되는 돈인가?’


이런 질문을 매일, 매번 했다.
습관처럼 쓰던 돈을 '선택해서 쓸 수 있게' 되는 순간이 오기 전까지는 지출을 단순히 줄이는 게 아니라

나의 소비 기준을 다시 세우는 작업이었다.


리볼빙을 없애는 것,
그것이 내 인생의 첫 번째 ‘재무 목표’였다.


숫자를 외면하던 삶에서, 숫자를 마주하는 삶으로.

숫자를 마주한 용기에서 시작된 변화였다.

리볼빙을 넘어서, ‘카드’라는 굴레까지

벗어던질 차례였다.



이 글은 과거의 저에게 쓰는 고백이자, 지금 어딘가에서 같은 무게를 짊어지고 있을 누군가에게 전하는 위로이기도 합니다. 숫자를 직면하는 게 두려웠던 시간, 나 혼자만 그런 게 아니었다는 걸 당신도 느낄 수 있기를 바랍니다. 모두의 '제로'를 향한 여정에, 조금이라도 힘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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