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널리즘의 미래

by 유안

요즘 기자가 되려는 친구들의 자소서를 봐주고 채용 과정에 작은 조언도 해주고 있다. 기자가 되고싶은 열망이 빼곡하게 담긴 자소서를 읽고있자면, 한국 저널리즘의 미래가 밝다 싶어서 다행이다 싶고 마음 한 켠이 따뜻해진다.

하지만 현직 기자인 친구들을 만나서 얘길 나누다보면 기자 일을 실제로 하고있는 이들에 대한 성장 지원이나 보살핌은 상당히 부족한 것 같아서 마음이 아프다. 기자는 본인을 고생시키는 직업이 맞다. 매일 새로운 일이 벌어지고 모든 새로이 벌어지는 사안에 대해 웬만한 전문가만큼이나 잘 아는 상태에서 기사를 써내야 한다. 기사라는 것은, 모든 글쓰기가 그렇지만, 오래 고민할수록 당연히 좋은 결과물이 나온다. 나는 그 전날밤부터 고민하는걸 택했던 때도 있었다. 그러다보니 일과 쉼의 경계가 없다. 체크리스트를 다 채우면 바로 머릿속 온오프 버튼을 끌수있는 직업이 아니다. 온갖 댓글로 외모 품평부터 각종 평가를 받으니 입밖으로 말을 꺼내는 것 자체가 조심스러워진다. 글로 누군가의 흥망성쇠를 결정지을수 있는 직업이다보니 반발해오는 이들과의 싸움도 잦다. 그러한 싸움을 겪다보면 그저 좋은 사회를 만들었음 좋겠다 라고 생각했던 나의 마음이 얼마나 소소하고 낭만적이었던 것인가 하는 깨달음을 얻게되면서, 번아웃과 현타의 무한 굴레에 빠지게 된다.

매력적인 직업임은 분명하다. 내가 문재인 정부 초반 조각할때부터 볼수있는 기회를 얻었던 게 20대 후반이었다. 하노이 북미회담 출장때 베트남 신문에서 MNG하는 내 얼굴을 대문짝만하게 실어준 것도 인생의 대단히 큰 영광이라 생각한다. 오키나와에서 국가대표팀 김인식 감독이 야구 초짜 기자인 내게 따로 해준 말씀도 내가 기자가 아니었다면 못 들었을 내용이다. 하지만 그런 매력적인 직업인만큼 초년병 기자들의 열정이 올바른 방향으로 오래 탈수있도록 좋은 환경이 마련됐으면 좋겠다. 열정 있는 친구들을 받더라도 그 친구들이 한 10년 하고 나가떨어진다면 업계에 득이 될리가 없다.

현장의 기자들은 당장의 취재만으로도 버거워 환경 개선까지 고민할 여유가 없다. 그래서 언젠가 ‘기자들의 장기적 성장과 안전한 취재 환경’만을 전담해서 고민해주는 팀이 생기면 좋겠다고, 종종 상상하곤 한다. 나 역시 내가 어떤 일을 하게 되든 주변 사람들의 열정이 오래 지속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사람이 되고 싶다. 그것이 기자라는 직업을 떠난 지금도 내 마음 한켠에 계속 남아 있는 꿈이다.

작가의 이전글25.11.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