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편하고, 설렘을 느낄 수 있는 공간. 자발적이지만 자연스럽지 않은 자리는? 정답은 바로 소개팅이다. 남들이 흔히 하는 소개팅에 괜한 반감이 들어왔던 이유는 아마 이것 때문이었던 것 같다.
생전 처음 만나는 누군가와 몇 시간을 대화한다는 것은 결코 마음 편한 일이 아니다. 그것뿐만이 아니라, 그 사람에게 관심을 보여야 하는(최소한 보내는 척 해야 하는) 고된 자리이기도 하다. 눈 앞에 있는 상대방에 대해 아는 것이 없으니 말도 조심하게 되고, 촉각이 곤두선다.
차라리 맘에 들면 모르겠는데, 맘에 안 들면 이만큼 시간이 아까운 것도 없다. 시간뿐만이 아니라 돈도 아깝고 대화를 이어나가는 것도 고역이다. 자기주장이 확고하고 강한 사람의 경우에는 맘에 들지 않으면 밥만 먹고 약속이 있다고 자리를 박차고 가는 사람이 있다고는 하지만, 나는 그렇지가 못하다. 그래서 첫눈에 꽝이라는 생각을 하더라도 카페까지 가서 최선을 다해서 이 사람의 좋은 모습을 보려고 노력하는 편이다. 그렇지만 결코 그건 쉽지 않더라. 사람 마음이라는게 이성으로만 쉽게 움직이지 않는다.
사람 속은 열 길 물 속보다 알기가 어렵다는데, 고작 몇 시간 몇 번의 만남으로 '연인'이라는 중대한 인연을 이어갈 것인지 말 것인지 결정하는 것도 여간 부담스러운 게 아니다. 그 때문에 편하고 자연스럽게 시간을 보내기보다는, 짧은 시간 안에 빨리 생각을 검증하고 계산하고 재보려고 한다. 또 아직 친밀감도 없고 애정도 없는 사이다 보니, 자칫 하다가는 서로 쉽게 기분이 상하기도 하고 별 이유가 아닌 걸로 이제 더 이상 안 볼 사이가 되기도 한다. 최근 소개팅을 했다는 친구가 화난 목소리로 전화가 왔는데, 그 이유는 자신을 사상검증하려는 그 태도가 기분이 나빴다는 것이었다. 왜 그렇게 느꼈냐고 물으니, 자기가 예전에 여성인권단체에서 봉사활동을 했다고 하니 혹시 여성인권에 관심 많은 페미니즘이냐고 물었단다. 그래서 거의 말싸움을 하고 파토가 났다고 했다.
그런데 정말 신기한 사실은, 생각보다 소개팅으로 연인이 되는 경우가 왕왕 있다는 사실이다. 그 이유를 생각해 보면 소개팅이 아닌 자리에서 만난 인연은 친구도 될 수 있고, 썸을 탈 수도 있고, 지인이 될 수도 있다. 그리고 한번 친구가 되어버린 인연은 둘 중 한 명이 큰 용기를 내지 않는 이상, 관계가 바뀌기가 쉽지 않다. 엮여있는 친구들과 다시는 못 만날 수도 있고, 또 거절당할 위험을 감수하고 관계를 뒤집고 싶은 생각이 들기 어렵기 때문이다.
반면 소개팅은 모 아니면 도다. 사귀든지 말든지. 가끔 소개팅에 나가서 친구가 되는 경우도 있지만 이건 드물다고 본다. 소개팅 자체가 그런 목적이 아니기 때문이다. 사귀든지 말든지라는 말은 굉장히 공격적으로 들리기도 하지만, 사실상 사람의 생각을 단순화하는 기능을 하기도 한다. 그래서 소개팅에 나가서 딱히 걸리는 게 없는 경우에는 '한번 사귀어보지 뭐'라는 가벼운 마음에서 시작해서 마음이 커져 결혼할 사이가 될 수도 있겠다 싶었다.
게다가 생각보다 사람은 인연을 그리 쉽게 져버리지 않는다. 때문에 소위 결혼 적령기에 있는 사람의 경우에는 진득하게 만나볼 의향에서 한 소개팅에서 맘에 드는 상대를 만난 경우 최선을 다해서 인연을 이어가기도 한다.
모순적이고 부자연스러워보이는 이 소개팅, 해볼 만한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