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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창선 Mar 18. 2018

연재를 마치며

나의 진실대로 살아가기

제가 쓴 『삶은 사랑이며 싸움이다』 (사우, 2017)의 내용을 브런치에 맞게 요약하여 연재합니다. 전체 글은 책을 통해 만나실 수 있습니다. 자세한 책 소개를 둘러보세요. 

http://book.daum.net/detail/book.do?bookid=KOR9791187332145


이 글은 브런치를 통해 연재했던 <삶은 사랑이며 싸움이다>의 마지막 회다. 필자가 지난해 12월에 냈던 책 『삶은 사랑이며 싸움이다』의 내용 가운데 일부를 그동안 12회에 걸쳐 소개했다. 필자가 독자들에게 말하려 했던 것이 무엇이었는지, 마지막 글을 통해 정리해보려 한다. 먼저 내 책의 서문을 옮기는 것이 가장 좋을 듯하다.


<서문: 내 삶의 산맥을 만든다는 것>


책을 읽는 것은 본질적으로 고독한 행위다. 다른 사람들과 섞이지 않고 혼자서 읽는다는 이유만은 아니다. 인간은 가장 고독할 때 책을 찾는다. 자신이 세상 속의 이방인이라는 생각이 들 때, 또 ‘다른 나’를 만나기 위해 책 속으로 들어간다. 


도스토옙스키는 스물네 살 때 집에서 책 읽기에 몰입했다고 회고하며 이렇게 말했다.


“독서 이외에는 할 일이 없었고 아무 데도 갈 곳이 없었다. 그리고 당시 내 주위엔 존경할 만

한 것도, 마음이 끌리는 것도 없었다. 게다가 나는 우울함에 사로잡히곤 했다.” (『지하생활자의 수기』)


그럴 때 마음을 잡아주는 것이 책이다. 내가 다시 책에 빠져들었던 것도 가장 고독했을 때였다. 한 시대가 바뀔 때마다 사람들은 이쪽과 저쪽을 오가며 우르르 몰려다녔다. 시대를 막론하고 세상은 온통 서로 무리 지어 있다. 어느 쪽이든 사람들은 무리를 지어 자기들의 도덕을 만들고 영웅을 만들며 정치를 해나간다. 하지만 어떤 무리이든 그 일원이 된다는 것은 자유를 내려놓는 대신 속박을 감수하는 것이다. 그러니 무리의 도덕과 나의 도덕이 일치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나는 언제나 떠도는 유목인이어야 했다. 그런데 세상의 모든 일은 그 무리 안에서 이루어진다. 나는 그 경계 밖에서 세상을 물끄러미 지켜볼 뿐이다.


천사를 그려달라는 교회의 주문에 쿠르베는 이렇게 답했다. “나에게 천사를 보여주시오. 그러면 천사를 그려주겠소.” 쿠르베는 사상이나 관념에 따라 그림을 그리지 않고, 자신이 직접 눈으로 확인하고 느낀 것만을 그렸다. 그런 점에서 오직 사실과 진실로부터 판단을 구하려는 나는 또 다른 사실주의자일지 모른다. 나 역시 내 눈으로 직접 확인하지 않고서는 천사를 믿지 않는다. 하지만 세상은 그런 사람을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다. 


나는 알고 싶었다. 세상이 옳고 내가 틀린 것인지, 내가 옳고 세상이 틀린 것인지, 아니면 둘 다 틀린 것인지. 그 답을 찾기 위해 책을 읽었다. 나와 이야기를 나눌 누군가를 책 속에서 찾으려고 나섰다. 그래서 동네 독서실 구석 학생들 틈에서 책들을 쌓아놓고는 아침부터 밤늦게까지 닥치는 대로 읽었다. 그렇게 몇 년의 시간이 지나고 있다. 책 속에서 만난 사람들은 모두 나와 비슷한 고민을 안고 있었다. 내가 하고 있던 고민을 2500년 전부터 오늘에 이르기까지, 수많은 철학자와 작가들도 하고 있었다. 삶의 동지를 만난 기분이었다. 아, 나만이 아니었구나! 그들도 외로웠구나. 그럼에도 자신의 얼굴을 잃지 않았구나. 나는 책 속에서 만난 사람의 이야기를 들으며 대화를 나눈다. 그 대화는 다시 내 안에서 자아와의 대화로 이어진다. 책을 읽는 나는 더 이상 혼자가 아니다. 작가와 등장인물들, 그리고 나와 자아가 한데 섞여서, 다른 곳에서는 꺼낼 수 없었던 대화를 나눈다. 책 읽기는 지극히 고독한 행위이지만, 그 고독을 이겨내는 힘을 준다. 


그것이 ‘책’ 이야기를 가지고 이렇게 한 권의 책을 쓰게 된 이유다. 이 책에는 내가 좋아하는 열두 권의 책이 소개되어 있다. 문학 책도 있고 철학 책도 있다. 그렇다고 해서 단순히 서평을 모아놓은 것은 아니다. 이 책은 사실은 ‘책’ 이야기가 아니라 ‘삶’에 관한 이야기다. 그 삶을 이야기하는 과정에서 저자인 내가 사는 이야기도 군데군데 들어간다. 자칫 자기를 드러내고픈 욕망이 개입되지 않을까 해서 망설이기도 했지만, 사유와 삶의 일치를 통해 자존을 지키려는 한 사람의 모습으로 받아주시면 고맙겠다.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 “산이 높아질수록 나와 함께 산을 오를 자는 그만큼 적어진다. 나는 더욱 신성해지는 산들로 하나의 산맥을 만들어낸다.”


함께 산을 오를 자가 갈수록 적어짐을 실감한다. 하지만 그렇더라도, 책은 내 삶의 산맥을 만들어낼 힘을 키워준다. 여러분도 저마다 책을 통해 자기만의 산맥을 만들어가기를 권하는 마음이다.... 


 삶은 사랑이며 싸움이다. 사랑하는 삶을 살려면 우리는 부단히 싸워야 한다. 내가 이 책을 내는 것도, 사랑하고 싶기에 벌이는 싸움일지 모른다. 더 뜨겁게 사랑하고 싶다. 그래서 나는 삶과의 치열한 싸움을 계속할 수밖에 없다. 독자들의 삶에 조금이나마 힘이 되는 책이 되기를 소망한다. 



서문에서 느껴지듯이, 이 책은 저자의 짙은 고독이 깔려있었다. 세상의 어느 무리 속에서도 완전하게 뿌리내릴 수 없는, 그래서 유목민이 될 수밖에 없는 한 인간의 내면이 담겨있다. 현실 속에서는 고독했던 나에게 다행스러웠던 것은 그동안 내가 많은 인문학 책을 통해서 나와 비슷한 생각과 고뇌를 안고 살았던 작가들을 만날 수 있었던 일이다.


책을 내면서 이 시대에 나의 자의식을 받아줄 독자가 얼마나 있을까 생각해 보았다. 유별난 자의식을 가진 작가의 공감하기 어려운 얘기들이 되지는 않을까 조심스럽기도 했다. 하지만 최근 전개된 미투 운동을 우리 사회가 받아들이는 광경을 지켜보면서 나는 내 생각대로 살아갈 수밖에 없다는 생각을 다시 한번 하게 되었다. 성폭력 고발에 대해서조차 정치적 진영의 유.불리를 따지며 피해자들에게 2차 가해를 하는 광경은 참담함 그 자체였다. 그것이 무리의 도덕이며 생존방식이라면 나는 그것을 거부할 수밖에 없다. 어느 쪽이든 무리에 속하기 위해 자기의 진실을 포기해야 하느니 자신의 모습대로 사는 것이 미덕이다. 나의 진실과 세상이 불일치할 때 나는 기꺼이 나의 진실대로 살아갈 것이다. 


브런치를 통해 연재된 이 연재물을 읽어주신 분들께 감사드린다. 내용에 공감하셨다면 연재물의 바탕인된 『삶은 사랑이며 싸움이다』 책에도 많은 관심과 성원을 보내주시면 감사하겠다. 이제는 인문학 작가의 길을 가고 있는 필자에게는 더 나은 글을 써나갈 큰 힘이 될 것이다.


이 글의 내용 전체는 제가 쓴『삶은 사랑이며 싸움이다』를 통해 만나실 수 있습니다. 자세한 책 소개를 둘러보세요. 

http://book.daum.net/detail/book.do?bookid=KOR9791187332145

"당신의 영혼을 흔들고 찌를 12권의 책

읽고 사유하는 사람만이 싸우고 사랑할 수 있다"


저자 유창선은 내면의 힘을 키워준 책 12권을 소개한다. 단순히 인문학 고전에 대한 지식을 전달하는 차원에 머무르는 것이 아니라 그 책이 자신의 내면 풍경을 어떻게 변화시켰는지, 오늘 이곳에서 우리 삶에 어떤 의미를 갖는가를 밀도 있게 보여준다. 그러니까 이 책은 자신의 진실을 지키고 존엄을 잃지 않으려고 분투하는 한 지식인의 자기 탐구 기록이기도 하다. 책 읽는 사람이 시공간을 초월해 위대한 사상가와 온몸으로 만날 때 그의 삶이 어떻게 달라지는지를 감동적으로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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