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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DH Oct 19. 2018

만족의 기준

'n순위'의 삶, 그럼에도 불구하고 만족한다고 말할 수 있는 이유

결론부터 말하자면, '내 만족의 기준은 낮다'.


일, 연애, 인간관계 등 내 삶에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는 것들에서 쉽게 만족을 느낄 수 있다는 것이다.


누군가 '잘 지내고 있어?'라고 물어볼 때 '나야 뭐 잘 지내고 있지'라고 주저없이 말할 수 있는 삶을 살아가고 있다. 그건 내가 정말 걱정없이 힘든 일 없이 살아간다는 의미가 아니다. 그저 이만한 삶이면 괜찮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항상 나는 최고의 길만을 걸어왔을까. 생각해보면 그렇지 않았다. 20대 중반, 얼마 오래 산건 아니지만 나름 그 중에서 중요한 사건이 있을 때 나는 1순위를 선택하지 못했다.

1. 대학 입시 땐 수시전형으로 쓴 5곳 모두 떨어졌고 재수를 할 수도 있었지만 수능 공부를 더 하고 싶진 않아 수시를 쓸 땐 생각도 하지 않았던 대학에 정시로 입학했다. 아쉬움은 있었지만 후회는 하지 않았다. 정확히 말하면 후회하지 않기 위해 대학생활에 충실했다. 4년동안 장학금을 받고 동아리 활동을 하고 학교 지원을 최대한 받으며 소위 말하는 대학 네임벨류가 나에겐 중요하지 않도록, 대학이 아닌 나 자체로 인정받을 수 있도록 최선을 다했다.


2. 다음으로 인생의 큰 선택인 취업에서도 마찬가지였다. 가고 싶은 곳이 생겼고 그곳을 목표로 취준 생활을 시작했다. 가고 싶은 곳을 가기 위해서는 생각했던 것보다 더 오랜 시간을 투자해야했고 그 과정에서 다른 곳에 취업을 하게 됐다. 내 목표 리스트에는 없던 곳이었지만 인턴부터 시작해서 1년이 다되어가는 지금, 나는 이곳에 만족한다고 말한다.


내가 목표했던 곳에 다니는 지인은 왜 좀더 해보지 않았냐고 되려 아쉬워한다. 누군가에게는 내가 쉽게 포기하고 주어진 것에 만족하는 사람으로 보일지도 모르겠다. 물론 내가 더 시간과 노력을 들여 재수를 했다면 더 멋진 캠퍼스 생활을 했을지도 모르고 목표하던 회사에 들어갔다면 더 높은 연봉과 복지를 누리며 회사를 다녔을 것이다. 하지만 그런 불확실성을 버틸 자신은 솔직히 없다. 대신 지금 나의 상황에서 최선을 다하고 더 많은 기회를 찾아 발전하고자 하는 것이다.

 n순위였던 대학교에서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의 노력을 다했다. 목표했던 대학에 가지 못했다는 미련과 아쉬움을 버리지 못하고 다니는 대학에 불만만 느꼈다면 흘러가는대로 살았을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만족스러운 대학생활을 위해 충실히 하루하루를 보냈고 그 결과 (1순위는 아니지만) 이른 나이에 괜찮은 직장에서 만족스러운 직장 생활을 시작할 수 있었다. 이처럼 직장인이라는 중요한 새 출발을 하며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한다면 회사 내에서도, 밖에서도 만족스러운 삶을 계속 살아갈 수 있을 것이라 믿는다.



최근에 대학 동기 언니를 만났을 때 서로에게 했던 질문이 있다. '다시 대학생으로 돌아가고 싶어?' 우리 둘 모두 대답은 '아니 지금이 좋은거 같아'. 서로 웃으면서 그 말을 하는 순간 느꼈다. 나 지금 행복하구나. 잘 살고 있구나. 언니가 퇴근하고는 뭐 하냐고 물어봤다. 수채화와 독서 동호회, 캘리그라피 연습, 운동 등등 나열하다보니 생각보다 뭔가를 많이 하고 있었다. 엄청나고 대단한 것들은 아니지만 취준 때까지 미루고 있었던 활동들을 소소하게 하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앞으로도 하고 싶은 일들이 너무나도 많다.


누군가는 현재의 상황에 만족하지 못하고 재수, 삼수, 퇴직과 이직을 한다. '만족의 기준'이 다르기 때문이다. 높은 만족의 기준을 충족하기 위해 더 발전하고자 하고 노력하는 사람들이 있을 것이다. 만족의 기준이 낮은 나는 지금 상황에서 만족하며 그 안에서의 발전과 노력을 하고 있는 것 뿐이다.

물론 내가 겪는 모든 일에 대해 만족하지는 않는다. 만족할 수도 없다. 분명 직장에 대한 불만도 느끼고 인간관계에서 오는 스트레스도 받는다. 나는 왜 이럴까, 왜 저렇게 못하는걸까, 자책할 때도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만족하고 있다. 만족스러운 삶을 살고 있기에 행복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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