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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DH May 12. 2019

신입사원의 갈등(6)_회식자리에서

여긴 어디, 나는 누구?

회식 (會食) : [명사] 여러 사람이 모여 함께 음식을 먹음. 또는 그런 모임


회식은 회사 생활에서 빼놓을 수 없는 요소 중 하나다. 함께 일을 하게 되면 자연스레 함께 밥을 먹게 되고 그 시간이 언제냐에 따라 점심 회식이 될 수도, 저녁 회식이 될 수도 있다. 워라밸을 중시하는 요즘엔 저녁 회식을 지양하고 점심 회식으로 대체하는 곳도 많아졌다고 하지만, 여전히 정석(?)으로 이루어지는 회식이 사라지기엔 역부족인 듯하다. 회식에 대한 호불호는 사람마다 갈린다. 매일 하루라도 회식이 없으면 안 될 정도로 '회식광'인 사람부터 개인 시간을 더 갖고 싶어 갖가지 이유를 대며 피하는 사람까지. 회식이 업무의 연장선이라는 말을 그전까지는 이해하지 못했는데 직장 생활을 하며 알게 되었다. 구들과 편하게 먹는 저녁과는 확실히 구분 지어 생각할 수밖에 없다.

회사 생활 초반, 회식자리에서 '술은 얼마나 마셔야 하는가''어떤 행동을 취해야 하는가', 이 2가지로 가장 많은 내적 갈등을 겪었다.


유전적으로 술을 못 마시게 태어난 나로서는 술과 함께 하는 회식 자체가 정말 힘들다. 특히 입사하고 인턴으로 지내는 기간 동안, 환영회부터 시작하여 참석했던 각종 회식은 맛있게 먹은 음식을 게워내는 일로 끝났다. 환영한다는 의미에서 술을 주는 마음은 잘 알지만 그 술로 인해 내가 즐거워지기보다 몸이 힘들어져 괴로워지는데 회식이 즐거울 수가 없었다. 그렇다고 술을 못 마시니까 먹기 싫다고 빼기에는 인턴으로서 눈치가 보였기에 괴로워도 참았던 슬픈.. 기억이 있다.

회식이 술 때문에 힘든 것도 있지만 내 행동과 태도를 어찌해야 할지 모르겠어서 어렵기도 하다. 회식 분위기가 달아오르면 사람들은 자연스레 자리를 옮기며 새로운 테이블에 가서 술을 주고받는다. 오고 가는 술잔을 바라보고 있다 보면 여러 생각이 머리를 스쳐 지나간다. '나는 이 상황에서 뭘 해야 하는 걸까' '뭐라도 해야 할 거 같은데 할 수 있는 게 없네' '이렇게 가만히 있어도 되는 걸까'.. 술을 잘 마시지도 못하지만 분위기 메이커 역할을 하지도 못하는 성격 탓에 회식 자리에서의 내 모습은 '맛있게 음식을 먹으면서 가만히 앉아 사람들의 얘기 듣는 사람'으로 보일 수밖에 없다. 술을 마시지 못하니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먹기'밖에 더 있을까.. 자리를 옮긴다는 것도 나로서는 너무나 어색한 행동이기 때문에 회식이 끝날 때까지 망부석처럼 처음 자리를 끝까지 지키게 된다. 그 와중에 분위기를 띄우고 주도하며 센스 있는 행동을 하는 사람들을 보면서 마음속으로 감탄한다. 가 봐도 내 모습이 답답할 때가 많다.



지금도 여전히 회식 자리는 많고 술은 빠지지 않는다. 다행히도 이젠 많은 분들이 내가 술을 못 마신다는 것을 알고 이해해주셔서 술을 마셔도 맥주, 보통 물과 음료수로 대체해서 마시게 되었다. 그리고 회사를 다닌 지 1년이 넘어가면서 어느 정도 회식 분위기에 익숙해졌다. 뻣뻣하게 굳어 긴장을 풀 수 없었던 지난날들에 비해 스스로 더 편안해졌음을 느낀다. 인정할 건 인정하자는 생각으로 써보자면, 사람들이 왜 회식을 하려고 하는지도 어느 정도 이해하게 되었다. 확실히 회식 자리가 있어야 서로에 대해 더 잘 알게 되고 친밀도를 높일 수 있는 것 같다. 업무적으로 만나 일 얘기만 하던 관계에서 더 나아갈 수 있는 건 회식을 통해 가능해진다. 소위 말하는 인맥도 회식자리에서 쌓아갈 수 있다. 


직장인 1년 차, 회식에 대한 나만의 칙을 세우게 되었다. 회식을 싫어하고 피하기만 하기엔 회사 생활에서 차지하는 부분이 너무나 컸기 때문에 절충안이 필요했다.

첫 번째. 괴로워하며 무리하면서까지 분위기를 맞추려고 하진 말자 : 술을 못하면 무리해서 마시지 말라고 하지만 동시에 술을 잘 마시면 좋아하는 것 또한 알고 있다. 그 사실을 알지만 그렇게까지 맞추면서 내 몸을 혹사시키지 않기로 했다. 술은 마시면 는다는 말을 수도 없이 들었지만 그 과정이 얼마나 괴로울지 알기 때문에 내 한계치를 넘기면서까지 술을 늘리고 싶지도, 분위기를 맞추고 싶지도 않다. 

두 번째. 모든 회식에 무조건 참석하면서까지 내 일정을 포기하지는 말자 : 6시가 되기 5분 전, 갑자기 오늘 약속이 있는지 물어본다. 당일 회식이 추진되는 것이다. 컨디션도 괜찮고 이후 아무 일정이 없다면 가능하다고 하겠지만 몸도 피곤하고 이미 잡아둔 일정이 있다면 어느 정도 거절하는 것도 필요하다. 회사 생활을 잠깐 하다 그만둘 것도 아닌데 내 모든 시간을 회사에 초점을 맞춘다면 빨리 지치고 힘들어질 것 같다. 내가 감당할 수 있을 만큼, 스트레스를 받지 않을 만큼을 유지하자. 

세 번째. 내가 할 수 있는 정도, 딱 그만큼만 보여주자 : '아 이렇게 하면 안 되는데' '아 저렇게 했어야 했는데' 싶을 때가 많다. 나 스스로 부족하다고 느끼는 행동과 말이 있고 그중에는 노력으로 극복 가능한 부분이 있는 반면 성격상 도저히 저렇게는 못하겠다 싶은 부분이 있다. 한동안 나는 왜 저렇게 못할까, 라는 생각에 휩싸여 자책하기도 하고 바뀌려고 노력한 적도 있다. 하지만 내가 아닌 다른 사람의 모습을 보여주기는 불가능에 가까웠다. '이런 모습이 나야'라는 생각으로 있는 그대로의 나의 모습을 보여주기로 했다. 그 모습을 누군가는 좋아하겠지만 싫어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모든 사람의 '호(好)'를 얻을 수 없기에. 정말 고쳐야 할, 개선해야 할 부분은 바뀌려고 노력하되, 다른 사람이 되기 위한 가면은 쓰지 않기로 했다. 


이렇게 나름의 원칙을 세우고 나니 회식 자리가 무섭지 않았다. 오히려 좋은 사람들과 함께 한다면 회식이 이렇게 즐거울 수도 있음을 느끼는 중이다. 술도 안 마시는데 어떻게 오랫동안 자리를 지킬 수 있냐는 반응도 얻으면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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