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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DH Jun 08. 2019

왜 나는 너를 사랑하는가_알랭 드 보통

사랑을 시작하고 사랑을 끝내고 다시 사랑을 시작한다

'왜 나는 너를 사랑하는가'


사랑을 한 번이라도 해본 사람이라면 공감할 수밖에 없는 내용들로 채워진 책.


나만 이런 생각을 하는 게 아니구나, 새삼 깨닫게 된 책.



1. 낭만적 운명_첫 만남

사랑에 빠지게 되는 순간, 상대와의 만남은 더 이상 일반적이지 않게 된다. 여러 번의 선택 끝에 엄청나게 희박한 확률로 만나게 된, 이 정도면 운명이 아닐까라는 생각이 들 수밖에 없는 '낭만적 운명론'에 빠진다.


2. 이상화_사랑에 빠지는 이유

나도 나 자신 온전히 알지 못하는데 타인을 완전히 알 수 있을까? 게다가 알게 된 지 얼마 되지 않은 사람이라면, 그 사이 알게 된 몇 가지 사실과 정황에 근거하여 나보다 완벽한 사람일 것이라는 착각에 빠지게 만든다. 불완전하고 완벽하지 않은 나 자신을 대신해 보다 완벽하고 무결할 것이라 믿고 싶어 진다. 상대에 대한 '무지'가 '이상화'로 탈바꿈하여 사랑의 촉진제로 작용한다.


3. 이면의 의미_첫 데이트

'모든 것에 의미를 읽어내는' 낭만적 편집증 환자가 되었다니. 사소한 행동, 말투, 표정 하나하나에 의미를 부여하고 혼자 생각하고 고민하는 주인공의 모습이 상상되었다. 흔히 요즘 말하는 썸 탈 때의 전형적인 증상 아닐까. 아직 확실한 관계가 정의되지 않은 상황에서 상대의 마음을 좀 더 알고 싶지만 그러기 쉽지 않을 때 우린 설렘과 불안의 감정을 동시에 느낀다.


4. 진정성_매력을 느끼는 순간

내가 상대에게 어느 순간 매력을 느끼는 것처럼 상대도 나에게 매력을 느끼는 순간이 있을 것이다. 그 순간은 의도한다고 해서 만들어지지 않고 오늘은 꼭 매력을 보야줘야지! 다짐한다고 해서 보이는 것이 아니다. 그저 어느 순간 서로의 진정한 모습을 보고 자연스레 어느 순간 매력을 느끼는 것이다.


5. 정신과 육체_첫날밤

육체가 정신을 뛰어넘는 순간.


6. 마르크스주의_사랑은 주고받는 것

사랑을 받는 것보다 주는 것에 더 익숙한 사람이 있다. 나는 사랑을 줬을 뿐인데 내가 이런 사랑을 받을 자격이 있는가, 라는 의문에 사로잡혀 혼란스러워한다. 아무것도 아닌 나에게 더없이 완벽한 상대가 마음을 열고 호의를 베푸는 모습을 그대로 받아들이지 못하고 상대의 매력까지 떨어트릴 수 있다.

자기 사랑이 우위에 있을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 왜 나에게 이렇게?라는 의문이 아닌 나도 사랑받을 수 있는 사람이라는 '자기 사랑'이 필요하다. 그래야 사랑을 주는 만큼 받고 받은 만큼 줄 수 있다.


7. 틀린 음정_알아갈수록 들리는 불협화음

동성이든 이성이든 유독 말이 잘 통하는 사람이 있다. 내가 '어.. 그거.. 그거 있잖아'라고만 말해도 '아 그거!?'라고 한 번에 알아듣는 사람. 더 나아가 내 생각과 의견에 공감하고 고개를 끄덕거려줄 수 있는 사람. 연인 간 대화가 잘 통하는 것은 중요한 항목 중 하나이다. 하지만 어떻게 모든 부분에서 같은 방향을 바라볼 수 있을까. 우린 다른 날 태어나 다른 삶을 살아온 '완벽하게 다른 사람'이다.

서로에 대해 알면 알 수록 불협화음이 생겨날 수밖에 없기에, 가장 사랑하기 쉬운 사람은 아무것도 모르는 사람일지도 모른다. 동시에 상대의 다른 점을 모두 다 알고 이해할 수 있는 사람이 되길 바란다.


8. 사랑이냐 자유주의냐_사랑하기 때문에

공감 200퍼센트. 그래도 내 남자 친구인데 이것만은 안 그랬으면 좋겠다. 이것만은 잘했으면 좋겠고 이렇게만 해주면 좋겠다. 주변 사람들, 친구들에게는 바라지 않는 기대와 요구가 연인에게 생길 수밖에 없는 것은 그를 사랑하기 때문에. 그 사람다운 모습으로 살아갈 수 있도록 자유를 주기에는 안타까운 마음과  더 나은 사람이 되면 좋겠다는 바람 때문에. 왜 있는 그대로의 내 모습을 사랑해줄 수 없냐고 묻는다면 내 사랑은 기독교적 사랑이 아니기 때문이라고 말하면 되려나.

만약 이런 마음과 바람을 포기하게 되고 요구를 유머로 승화시키지 못해 에둘러 말하기조차 지치게 될 때, 우린 그렇게 헤어진다.


9. 아름다움_아름다움의 재규정

헤어지고 나면(콩깍지가 벗겨지면) 어떻게 이런 사람을 멋지다고 생각했지,라고 생각할 때가 있다. 적어도 사랑에 빠진 순간엔 아름다움의 관념이 재규정되면서 아름다움의 표본 따윈 생각하지 않게 된다.


10. 사랑을 말하기_정답이 없는 일

사랑은 사랑한다고 말할수록 더 깊어진다, 고 말하는 사람이 있는 반면 왜 굳이 말로 표현해야 하는지 모르겠다며 행동과 표정으로도 충분히 표현되지 않느냐고 반문하는 사람이 있다. 너무 사랑해서 사랑한다는 말을 하지 않고서는 참을 수 없을지도 모르고 사랑한다는 말만으로 단순히 표현할 수 없는 감정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 잘 모르겠다. 정답은 없는 듯하다. 다만 상대가 사랑을 느낄 수 있느냐가 중요하지 않을까.


11. 그녀에게서 무엇을 보는가?_겉과 속, 전체와 일부

연인의 무엇을 보는가? 조금은 생소한 질문이다. 겉모습이 좋은 것인가, 속(본질)까지 좋아하는 것일까, 일부만 보고 전체를 좋다고 생각하는 것은 아닐까 등등.. 꽤 깊게 생각해볼 만한 질문이다.


12. 회의주의와 신앙


13. 친밀성_라이트 모티프의 힘

함께하는 시간이 길어질수록 함께 경험하는 일도 많아진다. 경험을 공유한다는 것은 '라이트 모티프'가 많아진다는 것이다.


14. "나"의 확인_나의 정체성 찾기

내가 모르는 나의 모습이 누군가를 만남으로써 발현될 때가 있다. 그럴 땐 나의 새로운 모습에 스스로 놀란다. 내가 무엇을 좋아하고 무엇을 싫어하는지 깨닫기도 하고 그 리스트가 업데이트되기도 한다. 새로운 항목들이 추가되는 것이다.

정확한 정체성을 가지는 일이 다른 사람들에 의해 좌우될 위험. 언젠가 내 입이 고집 있어 보인다는 말을 들은 적이 있다. 이는 곧 내가 고집이 있다는 뜻이기도 했다. 자기주장이 강하다고 조금은 유하게 말할 수도 있었겠지만 '고집'이는 단어를 굳이 써서 나를 고집 있는 사람으로 만들어버렸다. 그 고집이 싫다는 마음이 들어있는 말이었기 때문에 나도 신경 써서 행동하려고 했지만 나도 모르게 고집(자기주장)을 부리게 되었다. '나'라는 사람을 형성하는 데 있어서 그 말이 어느 정도 영향을 미친 것이다.


15. 마음의 동요_사랑한다, 사랑하지 않는다

지금 이 순간의 좋아하는 감정을 숫자로 표현하기는 정말 신박한 방법인 것 같다. 아무리 상대가 좋고 사랑스러워도 매 순간 10만큼 좋아할 수는 없기에. 사랑한다, 사랑하지 않는다는 두 극단 사이에 놓여있는 감정의 존재를 인정하고 서로 받아들여 이를 공유하는 것도 필요할 것 같다.


16. 행복에 대한 두려움_정말 너무나 행복하다면

지금 이렇게 행복해도 되는 걸까? 그 순간의 행복을 온전히 누리지 못하고 불안함이 행복의 틈 사이를 비집고 들어오는 기분. 이 파트는 이해하기 좀 어려웠는데 이에 대해 공감할 정도로 완전히 한 사람에게 빠져있는 현재의 마음이 불안하다는 것을 못 느껴봤기 때문일까.


17. 수축_새드엔딩의 조짐

독자의 입장에서도 급작스러운 관계의 변화가 당황스러운데 주인공의 입장에서는 얼마나 더 그랬을까. 갑작스러운 분위기의 변화, 같은 상황 속 다른 반응은 사랑의 끝이 얼마 남지 않음을 알려준다.


18. 낭만적 테러리즘_왜 너는 나를 사랑하지 않는가

일반적인 테러리스와 비슷하게도 낭만적 테러리스트는 사랑하는 상대로부터 사랑에 대한 반응을 얻기 위한 삐침, 질투, 죄책감 자극 등을 시도한다. 하지만 돌아오는 건 사랑이 아니다. 사랑이라고 해도 자발적인, 진심이 담긴 사랑이 아니다. 일반적인 테러는 성공할 수 있을지 몰라도 낭만적 테러는 성공할 수 없다.


19. 선악을 넘어서_헤어짐

헤어져야 한다는 것을 받아들이는 과정 속 남자의 심리. 안타까웠다.

사랑의 끝에는 헤어짐을 말하는 사람과 듣는 사람이 있다. 꼭 각자가 한 역할을 맡지 않을 수도 있겠지만. 누군가는 상대에게 더 큰 상처를 주며 헤어짐을 말한다. 헤어짐을 촉발시켰다고 해서 나쁜(악) 사람이고 헤어짐을 당했다고 해서 착한(선) 사람이라고 보기엔 사랑의 시작과 끝을 도덕성의 기준에서 판단할 수 없다. 하지만 사람들은 흔히 차였다고 말하는 사람에게 더 동정을 표하며 찬 사람에 대해 열을 올린다.


20. 심리적 운명론_반복 강박증


21. 자살_죽음의 의미

전개가 너무 극단적으로 가는 것 같아 놀랐다.. 자살이라니.. 만약 내가 클로이라면, 내가 헤어지자고 한 남자가 그로 인해 자살을 선택했다면 그 사실 만으로도 견디기 힘들었을 것이다. 그 사람의 사랑이 그만큼 대단했다고 생각하게 되진 않을 것이다.


22. 예수 콤플렉스_상실을 극복하는 방법

보통 헤어진 직후 드는 생각의 초점은 '나'에게 맞춰져 있다. '내'가 뭘 잘못했을까, 처음에 비해 내가 어떻게 변했길래 이런 결과가 초래된 것일까, 나는 어떻게 했어야 하는 걸까.. 나 자신을 탓하게 되는 것이다. 하지만 그 고통을 넘어서 초점을 달리하면 예수 콤플렉스에 따른 자기 고양을 느낄 수 있다. 자기혐오에서 벗어나 자기 사랑이 우세해짐으로 헤어짐으로부터 오는 상실을 그나마 견딜 수 있게 한다.


23. 생략_잊어는 과정


비유적 표현이 인상적인 파트. 영혼은 낙타의 속도로 움직인다(아랍 속담)에 따라 볼 때 사랑의 짐은 낙타의 속도를 늦추게 만들겠지만 시간이 흘러 그 짐의 무게가 가벼워지면 더 이상 과거에 머무르지 않고 현재의 속도를 따라잡을 수 있을 것이다.

이미 너무나 익숙해져 버린 장소, 음악, 건물이 그대로인데 나의 상황은 바뀌어버렸을 때, 헤어졌음을 다시 한번 인지한다. 사소한 일이라도 말하고 싶은데 말할 수 있는 상대가 이젠 없음을 깨달았을 때, 함께 듣던 노래를 이젠 아무 의미 없는 노래로 들어야 할 때, 공허해지는 마음은 어쩔 수 없다. 하지만 시간이 해결해준다는 말이 있듯이, 시간이 흐를수록 더 이상 어떤 사물과 행동에 그 사람이 연결되지 않는다. 그에 대한 기억은 단편적으로 남아 가끔 상기되는 정도로 머릿속에 자리 잡는다.


24. 사랑의 교훈_그저 받아들일 뿐


낭만적 실증주의, 금욕주의 등 사랑의 결말을 극복하고 그로부터 교훈을 이끌어내기 위한 여러 해결책이 제시될 수 있겠지만 우리는 결국 다시 누군가와 사랑에 빠진다. 억지로 밀어내려고 하지 말고 마음이 가는 대로 사랑에 빠지는 게 어떨지.

 


저자가 25살 때 쓴 책이라고 하니 지금 내 나이와 비슷한 시기에 썼다고 볼 수 있다. 그래서 그런지 (출간이 된지는 20년이 넘었지만) 여러 부분에서 더 공감이 가고 마음속으로 복잡하게 떠돌았던 생각과 감정이 책 속의 글로 정리되는 기분이었다. 소설 같지 않은 서술 방식 속 은근한 유머가 들어가 있어 지겹지 않게 읽을 수 있었던 책이다. 누군가를 만났을 때, 사랑에 빠지기 시작했을 때, 권태기, 헤어졌을 때, 언제라도 찾아 읽고 싶은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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