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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DH Jun 08. 2019

현실과 이상 사이에서

오랜만에 든 복잡한 생각 정리하기 

대학교 4학년 1학기, 가장 생각과 고민이 많았던 시기였다. 본격적으로 진로에 대해 고민해야 한다는 압박감과 한 치 앞도 알 수 없는 막막함. 그중에서도 가장 큰 고민은 현실과 이상 간의 괴리에서 왔다.


지금의 모습에서는 찾아볼 수 없는, 학생이었기에 가질 수 있었던 이상에 대한 막연한 동경, 좋아하는 일을 업으로 갖고 싶어 하던 시기였다. 첫 번째 브런치 글에서 당시 내 고민이 고스란히 담겨있다. 내게 시간이 더 필요하다며 기다려주지 않는 세상을 미워하던 시기. 무려 3년 전의 일이다. 


최근 잊고 있던 당시의 기분을 다시 느끼게 되었다. 그간 여러 방면으로 알아보고 시도해보며 이상적인 길은 이상일뿐이라고 마음을 접었다. 내게 찾아온 소중한 기회를 놓치지 않았고 가능한 많은 경험을 하며 앞으로 가야 할 길을 정했다. 그리고 꽤 빠른 시기에 그 길을 걸어가고 있다. 물론, 더 도전하고자 했다면 충분히 더 시도해서 정말 원했던 곳을 다니게 되었을지도 모르겠다. 상대적으로 이른 나이에 들어온 나를 보며 오히려 주변 분들이 더 안타까워하기도 한다. 더 즐기다 들어오지, 좀 더 준비해서 훨씬 더 나은 곳에 들어갈 수도 있을 텐데 등등.. 


대학 입시 때도 그랬지만 취업 준비를 하며 아무것도 정해지지 않은 앞날이 나를 너무 불안하게 만들었다. 아마 모든 취준생들의 마음일 것이다. 더 시간과 노력을 들여 준비를 한다고 해서 된다는 보장도 없는 상황에서 합격한 곳을 포기하기엔 짧은 시간 동안 많이 지쳐있었다. 욕심이 없는 편은 아니지만 특유의 긍정성 때문인지 지금의 내 모습과 주변 상황에 나름 만족하며 지내고 있다. 워라밸을 충족시키면서도 적성에 맞는 일과 좋은 사람들, 내 삶을 더 충만하게 만들어주고 있는 여러 취미 활동들.. 여러 갈래길 중에 내가 선택한 길이 이 길이라면 이 길 위에서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하며 행복하게 걸어가면 될 것이라 생각했다. 



함께 대학생이었던 주변 친구들, 언니 오빠들이 하나둘 취업을 하거나 자리를 잡는 모습을 옆에서 지켜보며 세상엔 정말 다양한 삶이 있음을 계속해서 느끼고 있다. 사기업, 공기업 등의 직장에 들어가 안정된 삶을 살아가기도 하고 스타트업을 하다가 더 좋은 직장으로 스카웃이 되기도 하고 자신이 하고 싶은 공부를 더 하기 위해 대학원의 길을 걷기도 한다. 안정적인 직장을 다니면서도 투잡을 고민하기도 하고 퇴사 후 창업을 미리 생각하고 준비하는 친구도 있다. 


26살, 결코 많지 않은 나이에 나는 안정적인 직장을 다니고 있고 별일만 없다면 30년 넘게 월급을 받으며 일을 할 수 있다. 누구에게는 선망의 대상일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동시에 이렇게 쉽게 만족해도 괜찮을까, 너무 안주하고 있는 건 아닌가 생각이 문득 들 때가 있다. 여기에서 다시 한번 현실과 이상의 괴리를 느낀다. 현실적으로 돈을 더 쓰기보단 돈을 버는 게 더 필요하기도 하고 지금 상황이 전혀 못 견딜 정도로 힘든 것도 아니다. 지금 하고 있는 일보다 훨씬 더 하고 싶은 무언가가 있는 것도 아니다. 다만, 하고 싶은 일을 좇고 있는 사람들의 모습이 부러울 뿐이다. 내가 선택하지 않은, 선택하지 못한 길을 걸어갈 수 있는 시간, 나이, 기회, 경제력, 용기를 갖고 있는 모습이 부러워서. 단순히 부럽다는 것만으로 설명하기는 어렵지만 그 이유가 어떻든 오랜만에 느끼는 이 혼란스러운 마음 다잡을 시간이 필요할 듯하다. 


새로운 일을 경험하길 좋아하고 도전하기를 두려워하지 않고 낯선 상황을 즐길 수 있었던 과거의 내 모습이 많이 사라진 것 같아 슬픈 마음이 든다. 안정적인 삶에 너무 익숙해지다 보니 새로운 일 앞에서 멈칫하게 되는 것 같다. '일단 해보자'라는 생각보단 '할 수 있을까'라는 생각이 먼저 든다. 예전 그 용기와 도전정신이 있다면 현실적 제약을 모두 극복하고 새로운 길에 들어설 수 있을까. 아니면 만족하는 지금의 하루하루에 충실하게 살아가며 그 안에서 더 나은 내가 되면 되는 걸까. 내가 여러 사람으로 복제되어 하고 싶은 모든 일을 다 해보고 싶다는 생각까지 든다. 정말 많은 생각이 드는 주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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