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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영업본부장 한상봉 Dec 12. 2023

영업본부장이 제일 싫어하는 영업사원

영업사원 실전노트

가끔 생각해 본다. 내가 영업을 처음 시작했을 때 내 직속 사수나 팀장님, 영업본부장님은 날 어떻게 보셨을까? 처음 영업조직에 몸담고 갔었던 환영회식 2차 노래방에서 그때만 해도 감히 쳐다보기도 어려웠던 영업본부장님은(거의 40명 가까운 영업사원을 거느리고 계셨던) 내가 노는 걸 보고 물건하나 들어왔네라는 올드한 멘트로 흐뭇해하셨다.


내 글 '술접대의 모든 것'을 보면 알겠지만 한때 영업=접대라는 잘못된 공식이 횡행하던 시기에 난 나름대로의 경쟁력을 가지고 차별화비교우위가 있다고 생각한 적도 많았다. 어릴 때부터 묘하게 한 공간에 있는 사람들의 겉표정이 아닌 속마음이 읽혔다. 지금 술을 마시며 웃고는 있지만 지루해하고 있다던지, 노래를 부르며 무대에서 탬버린을 치고 있지만 제발 시간연장은 하지 말아 달라고 마음속에 비명을 지르고 있는 사람들을 잘 캐치했다.


궁예가 쓰는 관심법까지는 아니지만 영업을 하면서 큰 도움이 된 건 사실이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특히나 전체에 피해를 주면 안 된다는 마음에 싫어도 좋은 척, 안 웃겨도 웃긴 척하는 데 익숙한데 그와 비례하여 내 마음을 정확히 파악하고 원하는 대로 해주는 영업사원을 어떻게 안 좋아할 수 있겠는가? 의외로 착한 고객들이 많아서 오히려 영업사원의 비위를 맞춰주는 경우도 종종 있다. 하지만 그런 영업사원에게 계속 접대를 받거나 제안을 받는 건 즐겁지 않을 것이다.


이처럼 영업사원들도 각각의 유형이 있는데 오늘은 영업업본부장의 입장에서 아주 싫은 영업사원, 부서원의 유형은 어떤 게 있는지 가볍게 그 얘기를 해보고 싶다.



1. 너무 혼자 바쁜 척하는 영업사원


옛날에(이런 단어 쓰면 안 되지만) 한창 영업을 할 때(계속 쓰게 되네) 나보다 3년 선배인 영업사원이 있었다. 그런데 그 선배는 소위 말하는 분위기 파악을 못하는 분이셨다.


사람에 따라 성격에 따라 조금 둔할 수는 있다. 옛날에 썰렁 개그라고 하던 거 기억나는가? 누군가 분위기를 얼리는 농담을 하면 펭귄도 지나가고 릴레함메르 하면서 동계올림픽 선수들도 지나가고. 하지만 이 선배는 그 수준을 넘어선 사람이었다.


웃기지도 않는 농담을 계속하는 건 참아줄 수 있다. 고객들도 참을 텐데 같은 동료야 더 너그러운 마음으로 품어줄 수도 있다. 하지만 정말 못 견디겠는 건 농담을 넘어서 보였던 너무나 눈에 보이는 바쁜 척이었다.


그분은 다른 사람들은 저게 가식이라는 것을 다 아는 데 본인만 모르는 행동을 계속 해댔다. 예를 들어 각 영업팀이 사장님께 분기보고를 하는 자리에서 굳이 사장님께 고객과의 약속 때문에 순서를 앞당겨 발표해도 되겠냐고 묻는 다던가 하는 경우다. 그게 거짓말인 건 모인 사람들은 다 알고 있었다. 바쁘게 열심히 영업을 하고 있다는 걸 사장님께 어필하기 위해서 잘 보이고 싶어서 그런 얕은 계략을 쓴다는 걸 다 알고 있었다. 더 기가 막힌 건 자기 발표가 끝나자 그 좁은 회의실을 뛰어서 나갔다. 그때 사람들이 모두 헛웃음을 지었던 표정이 아직도 생각이 난다.


본인이 열심히 일하는 걸 어필하고 PR 하는 건 중요하다. 하지만 실제로 그렇지도 않으면서 자연스러움을 파괴해 가며 바쁜 척하는 것은 언젠가 뽀록이 날 수밖에 없다. 그리고 그런 행동들이 점점 더 발전(?)되고 대담해지면 쓴웃음으로 끝나지 않을 피해를 줄 수도 있기에 영업본부장들은 그런 행동을 싫어한다. 가령 예를 들면 다음에 얘기할 두 번째 같은 유형으로 말이다.



2. 항상 긍정적으로만 전망을 말하는 영업사원


영업을 하면서 긍정적인 마인드를 가지는 건 아주 좋은 습관이다. 하면 된다 같은 개발도상국의 최면요법까지는 아니더라도 불리한 상황에서도 포기하지 않고 수주할 수 있다고 자신을 다잡는 다던가, 혹시 실주하더라도 언젠가는 경쟁사를 이길 수 있다고 긍정적으로 생각하는 마인드를 가지고 있다면 그건 하늘이 내려주신 천복이다.


하지만 영업본부장들은 긍정적인 게 아니라 긍정적이기만 한 부서원을 싫어한다.


영업조직에 따라 수주확률을 가지고 접촉 중인 고객들을 분류하는 경우가 많다. 회사마다 다르겠지만 보통 처음 시작하는 단계엔 15%, 나름 몇 번 접촉을 통해 도입은 확실한데 경쟁사보다 우리 회사제품을 조금 더 선호하는 경우엔 50%, 거의 확실하게 수주가 가능하고 시기도 오래 걸리지 않을 거 같은 경우엔 75%의 형태로 고객을 분류하는 것이다.


보면 알겠지만 대개는 보수적으로 전망을 잡는 다. 영업조직은 수주보다는 실주했을 때 심리적으로 받는 타격이 크기 때문이다. 회사에 보여지는 것도 그렇고 조직 내 사기에 미치는 영향을 생각해서도 그렇다.


그런데 이 수주확률은 사실 그 사이트를 영업하는 영업사원이 가장 잘 알고 보고하는 자료일 수밖에 없는 데

긍정적이기만 한 영업사원은 늘 일반적인 평가보다 한 단계 이상을 높게 분류해 놓고 보고한다.


처음 만나서 아직 고객의 니즈도 파악되지 않았는데 고객이 친절하고 고객과의 미팅이 부드러웠으면 무조건 50%로 분류해 놓는다. 우리 회사 제품에 더 호감이 있지만 언제 도입을 진행하고 수주할지 모르는데 그 친구에게는 무조건 75% 사이트가 된다. 무슨 이야기인지 이해가 갈 것이다.


자기 영업만이 아니라 팀 또는 본부 전체의 영업을 윗선에 보고해야 하는 영업본부장의 입장에서는 이런 친구는 지뢰밭과도 같다. 하나하나 사이트를 탐침봉으로 확인하고 혹시 지뢰가 묻혀 있어 본부 전체가 터지게 되는 게 아닌지 확인해야 하는 것이다. 아주 피곤한 일이 아닐 수 없다.


물론 지나치게 보수적인 것도 좋은 건 아니다. 하지만 영업본부장의 입장에서는 둘 중에 하나를 선택하라고 한다면 보수적인 전망을 하는 사원에게 한 표를 던질 것이다.



3. 질투하는 영업사원


미래에는 아마도 영업팀장, 영업본부장의 역할이 희석되고 흐려질 가능성이 높다. 영업사원 개별적인 능력과 가치로 사장과 1대 1의 관계가 될 것이라고 내 글 '미래의 영업은 어떻게 변화할까-AI시대의 영업 2'에서 얘기한 바와 같다.


하지만 아직은 많은 회사에서 영업조직이 수직적으로 구성되어 있고 각각의 영업사원을 관리하는 영업본부장이 엄연히 존재하는 만큼 현재의 역할이 가볍지만은 않다.


이런 가운데 부서원들 사이의 갈등이 있을 경우 영업본부장은 고민이 많아진다. 전에 '사내영업이란 무엇인가'와 '공공영업을 할까 일반영업을 할까'라는 글에서 쓴 대로 영업조직은 팀별로 혹은 사람별로 각각의 영업분야가 다르고 가끔은 서로의 장점을 살려 콜라보로 도움을 주고받는 시너지가 발현되는 좋은 사례가 많기 때문이다.


그런 것을 방해하는 게 팀 간의 구성원 간의 갈등인데 이 갈등을 주로 일으키는 영업사원이 바로 질투하는 영업사원들이다.


사촌이 땅을 사면 당연히 배가 아프듯이 동료 영업사원이 실적을 내고 큰 사이트를 수주하면 100% 좋은 마음으로 축하를 해주는 건 쉽지 않다. 하지만 질투하는 영업사원은 배가 아픈 수준을 넘어 어떻게든 그 성과를 깎아내리고자 연구까지 하는 사람들이다.


그런데 생각해 보자. 다른 사람이 수주한 사이트는 내 영업에 도움이 되면 됐지 절대 해가 되지는 않는다. 다른 사이트에 가서 우리는 이런 곳에도 납품을 했습니다라는 레퍼런스의 효과도 생기는 것이고 실제 구축의 단계에서 얻어지는 노하우로 나에게 닥칠 수 있는 클레임의 사전대비 효과도 있는 것이다.


질투가 꼭 나쁜 건 아니다. 부러워하고 질투하면서 그 친구의 장점을 연구하고 내 것으로 만든다면 얼마나 좋겠는가? 하지만 심한 질투를 하는 영업사원은 좋은 걸 배움이 아니라 나쁜 걸 채움으로 그 기회를 놓치게 되며 조직 전체의 분위기도 저해한다. 그래서 영업본부장은 질투하는 부서원을 좋아하지 않는 것이다.



내가 느꼈던 싫었던 부서원의 유형을 한번 얘기해 봤다. 하지만 다행히도 난 그런 친구들을 많이 만나지 않았던 듯싶다. 오히려 내가 보고 배워야 할 후배 영업사원들이 많았고 선배들도 그러했다. 천운이라고 생각한다.


특히 내가 처음으로 영업팀장을 맡게 됐을 때 팀원이었던 이*두 대리의 얘기로 이야기를 마무리하고 싶다. 우리 팀이 실적으로 애매한 상황일 때 딱 서너 개의 사이트만 더 수주하면 목표달성을 이룰 수 있는 그때, 그 친구는 위에 얘기한 50%의 본인 사이트들의 발주서를 우르르 가지고 왔다. 그리고 그러면서 나에게 했던 말이 아직도 기억에 생생하다. "팀장님. 제가 가지고 있는 보따리 좀 일찍 풀어놓겠습니다."  



PS: 좋은 영업사원을 알아보는 방법에 대해서는 가인지 캠퍼스의 이 영상을 참고해 보라. 도움이 될 것이다.

https://www.gainge.com/contents/videos/167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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