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유진 Jun 29. 2023

매일 행복할수는 없어도 정말이지 매일 감사할수는 있다.

퇴근하고 레지던스에 있는 수영장에 왔다. 선베드에 누워서 음악을 들으면서 해가 지며 하늘이 어두워지고 동시에 빌딩의 불빛들이 반짝이는 것을 가만히 보고 있다가 생각했다. 내가 말레이시아에 온 지 얼마나 됐지? 내일이면 딱 일주일이구나. 정확히 일주일 전 이 시간쯤 엄마랑 공항으로 커다란 짐 네 개를 들고 갔었지. 일주일 동안 대체 내게 무슨 일이 일어났었는지 지난 일주일을 돌이켜봤다.


갑자기 눈물을 줄줄 흘리며 출국을 했었던 순간부터 엄마랑 며칠간 함께 지내며 쇼핑몰 이곳저곳을 다녔던 것, 너무 긴장됐던 입사 전날 밤, 긴장했던 것과는 다르게 정말 너무너무 좋았던 회사랑 우리 팀, 그리고 정말 완전히 달라진 나의 일상과 모든 순간들. 가만히 누워서 생각하다 보니 뭔지 모를 찡한 감정에 마음이 벅차서 갑자기 눈물이 날 뻔했다.


이 생각이 짧게 휘리릭 스치면서 생각했다. 진짜 꿈같다.. 말 그대로 요즘 내 일상들을 보면 정말 꿈같이 느껴진다. 달라진 것도 정말 너무 너무 많고 그 속에서 느끼는 것도 많고 새로 경험하는 것도 새로 도전하는 것도 모든 게 다 새로운 요즘이라 아무런 인과관계 없이 갑자기 많은 일들이 내게 벌어지는, 그런 꿈같이 느껴진다. 이전 회사와는 완전히 다른 분위기의 자유로운 회사와 그 속에서 사람들과 너무 편안하게 소통하는 나. 이런 사소한 모든 것들이 되게 신기하고 가만히 생각하다가 내가 갑자기 여기에 무슨 연고로 와있나 싶기도 하다. 그만큼 이게 아주 특별한 경험이라는 거겠지.


하지만 앞으로 내가 이곳에서 살면서 언제나 항상 너무 좋기만 하지는 않을 것이라는 것도 이제는 잘 안다. 가만 생각해보면 만 프로 좋기만 했던 순간들은 언제나 순간이었으니까. 천국은 어디에도 없다는 것을 이제는 잘 안다. 대신 가끔 불행하더라도 그 상황을 긍정적으로 생각할 수 있는 힘이 이젠 아주 많이 생긴 것 같다. 그래서 나는 매일 행복할 수는 없어도 정말이지 나는 매일 감사할 수는 있다.


마음이 되게 편안하지만 그렇다고 루즈하지는 않고 매일 내게 적당한 긴장감과 도전의 순간들이 주어지는 지금이 알맞게 딱 좋다. 기대되는 것도 많고 그 기대를 현실로 만들고 싶은 욕심도 있고 용기도 낼 수 있다. 고작 일주일 있었지만 그간 느끼고 생각한 것들이 정말 아주아주 많은데 앞으로 차차 정리해 봐야지.


2023.06.10.


매거진의 이전글 생애 첫 해외취업과 해외살이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