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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더블제이 Nov 30. 2022

11월까지의 요가원 이야기

니야사 요가원은 어떻게 흘러가고 있나요


무려 3월에 쓰고 쓰지 않은 요가원 이야기. 지금까지 저는 무엇을 경험하고 느꼈냐면요!


3월에 아주 적은 수의 사람이 와서 조금 불안했던 기억이 있다. 이 공간이 정말 살아남을 수 있을까 (=연/월세를 부담할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을 했다. 그런 기억이 웃어넘길 수 있는 추억이 될 만큼 (내 기준) 많은 분들이 오고가는 공간이 되었다. 이것은 나의 목표랄지 바람이랄지 하는 것이 아주 작았기 때문이기도 한데, 내게 이 공간은 나의 수련을 나누는 곳이기 때문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1. 나의 수련이 있어야 하고 2. 나누어야 한다. 나는 두 가지를 매우 충실히 했으니 이미 나는 성공했다! (약간 눈가리고 아웅같이 들려도 나는 정말 그렇게 생각한다.)


처음 오전 수업을 열었을 때에는 한 명만 온 날도 적지 않았다. 지금은 상황이 역전되어 저녁반에 한 명만 오는 날도 종종 있다. 덕분에 저녁반은 주5일에서 주3일로 줄었고, 내일은 저녁반 마지막 날이다. 그러나 사실 1:1로 수업을 하게 되면 수업 듣는 사람들은 나쁘지 않은 경험을 한다 (고 믿습니다요). 사운드배스나 테일러링된 수업은 꽤나 괜찮습니다요. 겁먹지 말아요


1월부터 4월까지는 고분군투의 느낌으로 오전/오후 수업에 토요 수업까지 이어갔는데, 두세달간 일 주일에 수업 열 한개를 해보니 그것은 체력의 범위를 넘어서는 것이라는 결론에 다다라게 되었다. 운좋고 시기좋게 만난 근희 선생님 덕분에 저녁 수업이 조금 수월해졌고, 주말 수업은 아쉽지만 작별했다. 근희 선생님은 오전에 셀프 마이솔때 수련생의 소개로 요가원에 오게 되었다. 만나자마자 맘에 들어 곧바로 수업을 부탁했다. 



바비도 한 번이지만 저녁반 사람들과 함께 아쉬탕가 수업을 진행했다. 바비는 나와 몸도 다르고 접근법도 달라서, 나에게 익숙해졌던 수련생들은 바비의 티칭에 조금 새로운 시각을 가져보는 기회가 되었을 지도 모르겠다. 수련 스타일이 다르니 프렙을 쓰는 방법도 다르고 (나는 프렙을 거의 쓰지 않는다) 몸이 다르니 아사나에 접근하는 방법도 다르다. 꽤나 반응이 좋았기 때문에 내년에는 조금 더 부탁을 해볼 예정!




때때로 드롭인과 한달살기 하시는 분들도 찾아주셨다. 별다른 홍보를 하지도 않았는데 어떻게 원데이를 오시는지 궁금했는데, 수련생 중 민박 운영하시는 분들이 추천해주신다고 한다. 이 자리를 빌어 감사합니다. 또 어느 게스트하우스 방명록에도 적혀있다고 했다. 인스타 홍보에 돈을 조금 지불했었는데 사실 그렇게 오시는 분들보다 이렇게 (입소문으로?) 오시는 분들이 더 많았다. 정말로 감사한 마음뿐. 한달살기 하시는 분들은 꽤 많은 수가 우선 요가원을 찜콩하고 그 근처에 숙소를 잡으셨다고 했다. 뭔가 established 된 곳도 아니고, 그렇다고 뭔가 엄청난 홍보를 하는 것도 아닌데 별것 없는 정보만으로도 여기다! 하는 분들이 있었다니. 때때로 생각하지만 이 곳에서 만나는 분들은 나와 전생에 어떤 인연이었을까 싶다. 아마도 나는 많은 스승님들을 찾아다니는 수련생이었던 모양이다. 오시는 모든 분들이 나에게 가르침을 주신다. 오글오글하려고 하는 말이 아니라 모든 분들께 배우는 점이 있다. 그런 면에서 나는 참 복받았다.





여름의 끝자락 10월 중순에는 사정이 있어서 (결혼했다) 요가원을 2주간 비웠다. 비운 기간 동안에는 근희 선생님이 오전반 수업을 맡아주었고, 저녁반은 잠시 닫아두게 되었다. 여름의 끝자락이 온 것이 느껴져서, 요가원을 비우기 전 급하게 숲에서 요가를 했다. 곶자왈의 아름다운 햇빛을 받아 (반쯤 태양에게 공격을 당하며) 몸이 잘 데워지는 수련. 숲에서 하는 웃짜이 열 호흡은 꿀맛이니까. 열 다섯명이 왔다. 나도 그렇고 많은 분들이 마치 소풍가기 전날 아이처럼 설레 잠도 잘 못잤다고 했다. 그것이 아깝지 않도록 나름 최고의 경험을 선물하려고 했는데 나의 의도가 잘 전달 되었을 지는 모르겠다. 사바사나때에는 바비가 행드럼을 연주해주었다. 바람을 솔솔 맞으면서 (모기를 쪼끔 물리긴 했지만) 행드럼을 들으니 기분이 좋았는데. 내년에는 조금 더 알차게 이것저것 이벤트와 소풍을 기획해보려고 한다.




나의 수련은 공간 덕분에, 그리고 마이솔 크루 덕분에 적절하게 흘러가고 있다. 처음에는 예전 드리시티 제주 마이솔 크루와 함께 했는데, 이런 저런 사정과 거리 문제로 유야무야 되었다. 그리고 지금은 또 다른 구성원들과 함께 나눈다. 내게서 수리야나마스카라부터 배운 친구가 풀 프라이머리를 연습하게 되었고, 다른 한 명은 하프를 넘어갔고, 내 맘을 든든하게 해주는 남편과 두 명의 도반들 덕분에 나도 핀차의 벽을 넘어갔다. 또 제주에 콕 박혀 수련하는 동안 여러 방문객들이 오고 갔다. 위 사진에 보이는 뒷줄의 두 분은 원데이로 왔다가 우리와 친구가 되었다. 12월에는 제주로 이사까지 온다고 했다. 인연은 알 수 없는 것.


오신 분들 가운데 더러는 맞지 않는 사람도 있었고, 마치 이곳에서 늘 함께 수련했던 것처럼 편안했던 사람들도 있었다. 그 모든 분들에게서 크고 작은 것들을 배웠으니 모든 분들에게 감사하지 않을 수 없다.수업은 감사함만이 가득할 뿐이다. 가진건 열쩡뿐인 나... 매일 두 시간씩 수련 하고도 사바사나 10초 후 벌떡 일어나 구령을 외칠 수 있었던 건 내 열정이 3할, 오는 사람들의 기운과 집중이 7할이었다고 생각한다. 아쉬탕가도 하타도 처음에는 어색하게 움직이던 분들이 이제는 착착, 아사나 이름만으로도 몸이 저절로 가는. 좋은 선생님을 만나는 것은 쉽다고 생각한다. 요즘같은 세상에서는 내게 맞는 선생님, 내 마음에 드는 선생님을 쇼핑하듯 찾아다닐 수도 있고, 그 범위도 국내 뿐만 아니라 해외로도 넓어질 수 있으니까. 그런데 좋은 학생을 만나는 것은 천운인듯 하다. 내가 전하려는 이야기를 어떻게든 담아내보려고 노력해주는 사람들. 그런 의미에서 나는 이곳에서 천운을 만났다고 생각한다.




어떤 날에는 자리가 모자라 내 매트를 치우기도 했다. 이것이 얼마나 큰 의미를 지니는 지 아마 모를겁니다. 이날 마음이 벅차올라 눈물...까진 흘리지 않았지만 하루종일 웃었다. 많이 오고 적게 오는 것이 대수냐 싶겠지만 아까 말한 것처럼 3월에는 존폐의 기로에서 위기의식을 느꼈기 때문에... 그리고 오신 분들께 요가를 나눌 수 있다는 것이 너무도 기뻐서.




주말에 셀프 수련을 하러 요가원에 갈 때는 강아지를 데려가기도 한다. 요가원은 케이지에 넣는다면 강아지도 데려올 수 있습니다. 가끔 바비가 나를 데리러 올 때면 사진속 강아지 (이름은 문도) 와 함께 오기도 한다. 모든 분들이 예뻐해주시고 한 분도 싫어하지 않으셔서 참 감사합니다.


앞으로 남은 12월은 오전 수업만 개설했다. 저녁 수요가 없기도 하고, 남편이 바빠 나를 데려다줄 수 없기 때문에... 저는 호환마마보다 무섭다는 무면허자입니다 흑흑. 언제나 무섭기만 한 운전이지만... 12월 저녁 수업 쉬는 기간 동안 운전면허 따고 주행연습도 열심히 해서 내년에는 저녁 수업을 밀도높게 운영해보도록 하겠습니다.




내년 1월과 2월 두 달은 부상 방지를 위해 따뜻한 나라로 수련을 떠납니다. 그 동안 공간은 잠시 닫아둡니다. 방문 일정이 있으신 분들은 12월에 뵐 수 있으면 좋겠네요! 제가 자리를 비우는 기간에도 셀프 마이솔은 오전 7:30에 계속됩니다. 제게 연락 주시고 참여하시면 됩니다. 하프 프라이머리 이상이신 분이라면 누구나 가능합니다. 지금 니야사에서 수련중이신 분들 중 제가 자리를 비우는 기간에 셀프 마이솔 오고 싶으신 분이 계시다면 주저말고 문의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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