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유진의 <리얼월드 게임연구소> 대원들 모집 이야기
<타임즈>에 이런 구인광고가 나왔다
"위험한 여행을 함께 할 남자를 구함"
급료적음. 매서운 추위. 수개월 간의 암흑. 끊임없는 위험. 안전한 귀환 보장 못함. 성공한 경우에는 명예와 인정을 받음
위험.추위.암흑.불안전.확신없음
이런 불안한 단어들의 연속
당신이라면 이 도전을 받아들이겠는가?
이 광고는 영국의 탐험가 어니스트 새클톤(Emest Shackleto)이 남극대륙을 가로지르는 원정에 나설 대원을 모집하기 위해 낸 것이다
이 광고에는 놀랍게도 수백명의 남자들이 지원했다.
많은 경험과 더불어 선장의 지혜를 갖추고 있던 새클턴의 모험에 매력을 느낄 뿐만 아니라
인생에 한번쯤 진짜 모험을 떠나고 싶다 생각에 마음이 움직였기 때문이다
만약 회사의 일보다 관계에
만약 자신의 촉보다 상황에
얽메여
훌쩍여행이라도 가보고 싶은 사람이라면
혹은 퇴사라도 하고 싶은 사람이라면
이글을 끝까지 읽어보세요
그리고 가슴이 두근거린다면
아직 대원을 더 모집하고 있으니 문두드려주세요~
지인의 소개로 만난 첫번째 대원은
소개받기로는 엄청 일 잘하고
디자이너인데 기획자고
팀장으로 팀원도 잘 리드했다고 한다
그런 그가
얼마전 퇴직을 하고 쉬고 있다고 했다
어쩌면 내가 찾는 사람일수 있으니
잘 이야기해보면 좋겠다고 했다
두어차례 만나 정리하게된
그의 이력은 아래와 같다
게임아티스트 A씨
회사생활 10년차
대학생때부터 시작한 이러저러 사회생활을 포함하면 15년이 넘는 시간이다
뜨겁기도 하였고
성공예감이 들때면 자신의 팀원들과 열정몰이를 하기도 했다
그러나 모든일이 뜻대로 되지 않았고
자신의 촉도 이젠 다한것 같다고 생각했다
하나둘씩 업계를 떠난 선배님들을 보며
자신의 업계선택이 잘못됐다는 생각을 했다고
씁쓸하게 이야기했다
결국 이젠 그만하자~라는 생각으로
마지막 책상을 정리하고 집으로 왔다
그래서 게임에 게자도
디자인의 디자도 기피하며
그렇게 시간을 보냈다
지금은 그저 좋아하는 바이크를 타고
아이와 함께 시간을 보내며
어려서부터 재능이 있었던 만화를 그리기에 심취해 있다
...
나의 두번째 대원은
원래부터 알던 지인이다
이렇게 친해질지는 몰랐는데
속이야기를 하고, 같이다닌 여행이 계기가 되어 친구가 되었다
그리고 얼마전
퇴사한다는 이야기에 술한잔 하려고 했는데,
훌쩍 여행을 떠났더랬다
그리고 내가 간 답사지 근처에서 템플스테이를 하고있기에
여기좋다~! 고 오라고 했다.
혼자다니기 싫기에 꼬득임 기술을 발휘한것이지만
순순히 응한 우리는 깊은 밤이되도록 많은 이야기를 했다
그리고 서로의 바램을 이해하게 되었다
그녀의 이력은 아래와같다
온라인광고회사 작가 B씨
회사생활 10년차
대학때부터 글은 곧잘썼다
사람들이 자신의 글을 좋아했고, 그래서 잘쓰는줄 알았다고 했다
알만한 신문사의 기사,
알만한 디자이너 회사의 작가였다
그 경력을 바탕으로 일하다가
마지막 회사에선 어엿한 연구소 소장자리에 있었다
그러나 곧 받게된 정체성에 관한 질문들
대표와 다른 업무 스타일에서 오는 스트레스들로
결국 자리정리를 하고
육아맘과 착한아내 코스프레를 하며
시간을 보내고 있다
...
이 둘에게 한 이야기는 다음과 같았다
누구나 한번쯤 꿈꿨을법한 그런 상황. 그런 게임을 만드는걸 하고싶어~
"그러니까 말이지~
게임을 실제 여행에서 하도록 하는거야~
새로운 길을 가면 설레고 두렵기도 하지?
그런데 가다가 뭔가를 찾으면 신나고 설레지?
그런거랑 똑같아~!
사람들에게 현실에서 여정을 하도록 하는거야~ 마치 여행처럼..
이런 미스테리 심볼이 여정의 이정표인거야
실제 공간인데 나에게만 다른 이정표. 다른 상황이 펼쳐지는거지~
가는길에 나를 기다리는 고양이도 있고.
실종자도 찾고.
알려지지않은 공간으로 가서 미션을 수행하고.
그리고 최종목적지에선
내가 찾은게 이거구나 하고
결론의 최종메세지를 받는거야~
현실의 리얼리티를 최대한 살린채로 게임을 하는거지~"
이걸 공간에서 하는 게임. 빅게임이라고도 하지만
우리가 살고 있는 현실에서 게임한다는 뜻으로
우리는 리얼월드 라고 해~"
우리 리얼월드 만들어보자!
두명의 대원을 모집하는데
삼고초려쯤 하게 될줄 알았는데
각기 두번씩 만났다
짧지만 강렬했던 제안에
그들이 덧붙인 이야기는
뭘 하자는지 모르겠지만 하면 재미있을것 같아
나는 모험을 떠나자고 광고를 낸 어닌스트 새클톤이 된것같았고
두려움과 설레임으로 떠났던 여행에서 보물을 찾는 기쁨을 함께 느낄
내 대원들이 생겼다
이제 모두합쳐 셋!이 된것이다
지금와서 그때 상황을 다시 생각해본다
내 대원들은 왜 뭔지 모르는 제안에 반응한 것일까?
나는 이들을 만날때 늘 신나있었다
모험을 마주하는 나의 표정은
사뭇진지했고
이야기 하는 내내
큰 입에 미소를 머금고 있었다
그리고 먼곳을 보며 반짝이는 눈은
확신에 차있었다
하지만 어쩌면 그들은
이야기하는 나를 본게 아닐수도 있다
그동안 자신들이 일속에서 잃었던 자신의모습을 나를 통해 봤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한다
10년차 팀장으로
10년자 소장으로
위에서 누르고
아래서 받치는
그런 상황에서의 고립감과 스트레스가 아니라
온몸으로 미지의 순간을 맞설때
발휘하게 될 자신의 촉을 다시 찾고 싶다 생각했을지도 모른다
자신다움으로 마주하게 될 일의 감촉
완수하고 느끼는 그자체의 일의 상쾌함
온전히 집중해볼 그과정을
모험이라 생각했을지도 모른다
사람들은 누구나
한번쯤 정말 신나게 일하고 싶다!
그리고 그것을 하자는 사람의
표정과 몸짓과 말투에서
무언가를 전해듣는다
온몸을 스치는 바람
새로운 바람이 일고 있음을 느끼고
나답게 일할 곳으로 간다
회사가 아니다.
일이다.
그리고
그 일을 하는데 혼자가 아님을 기꺼이 감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