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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주씨 Nov 27. 2024

뜨거운 첫 면접


 며칠 전, 이사한 뒤로 첫 면접을 보게 되었다. 원래 목표로 했던 업체는 아니었지만 소식이 없어서 비슷한 분야의 회사에 입사지원을 했었다. 연락이 와서 면접을 보러 지하철을 타고 가보았다.




 반짝반짝한 외관에 기가 살짝 죽는 듯했지만 꿋꿋하게 면접실에 들어갔다. 여러 사람을 만나며 이것저것 질문과 대답이 오고 갔다. 그런데 갑자기 테스트를 해봐야 한다면서 한국어 문장을 듣고 일본어로 즉시 통역해서 말해 달라고 했다.




 첫 번째 문장은 어찌어찌 완성했다. 그런데 긴장해서인지 자신감이 부족해서인지 집중이 깨졌다. 두 번째 문장은 꽤 길었고 갑자기 앞에서부터 말문이 턱 막혔다. 7일을 일주일로 바꿔서 말하면 됐는데 순간 머리가 하얘져서 버벅거리다가 결국 문장을 완성하지 못하고 끝났다. 아 떨어졌구나 싶었다.




 밖을 나오면서 조금 아쉬웠지만 회사가 원하는 능력치와 기여도에 비해선 연봉이 적은 걸 들었기에 그냥 훌훌 털어버리기로 했다. 이제 겨우 딱 한 군데 면접을 가봤을 뿐이다. 내 능력 부족이라면 부족이겠지만, 긴장하지 않고 실력이 아주 출중했다면 애초에 그 회사를 들어갈 이유가 없지 않나 싶기도 했다.



 여기저기 파다 보면 다른 기회를 잡을 수 있을 테니 실수한 자신을 너무 탓하지 말자고 생각했다. 이미 첫술에 배부를 기대는 안 하고 간 거지만 뜨거운 첫 면접을 봤으니까 한 발짝 뻗긴 한 거다. 귀가 후엔 차가운 캔맥주 한 잔으로 열기를 식히고 조용히 잠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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