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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끼 Mar 20. 2019

그래픽/커뮤니케이션 디자인 책 추천

디자이너 혹은 디자인에 관심이 있는 모든 분에게 추천하는 몇 가지 책들

미국의 커뮤니케이션 디자인 대학원의 학생으로 느끼는 미국과 한국의 차이점 중 하나는, 서점의 그래픽 디자인 책들의 종류와 양이다.  그 도시의 디자이너들의 사회적 위치는 디자인 서적의 양질과 꽤 깊은 관련이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유럽/미국의 디자이너들은 대체로 시각화를 책임지는 오퍼레이터로 국한되는 것이 아니라, '가치'와 '경험'을 창출하는 커뮤니케이터로 여겨지는 경우가 많다. 물론 아닌 곳도 많지만, 대학원이나 몇 스타 디자인 에이전시에서는 커뮤니케이터로서의 디자이너가 되는 것을 추구하는 곳이라는 것을 느꼈다. 무엇이 한국과 다른 것일까?


유럽/미국의 디자이너들이 가진 강점은 디자인에 대한 철학적 백그라운드의 양과 질이 다르다는 것이다. 그것을 단순히 서점의 디자인 세션의 크기로 판단해서는 안된다. 하지만 분명 디자인이라는 분야의 학문적 접근과 철학적 질문들은 디자인산업의 근간을 튼튼하게 하는 것은 명확하다. 디자인의 가치란 무엇인가? 현대 사회에서 디자이너의 역할은 무엇인가? 왜 우리는 이 색을 쓰는가? 왜 우리는 이것을 아름답다고 여기는가? 


컴퓨터 프로그램을 능숙히 다루고, 시각적으로 아름다운 작업물을 빠른 시간에 만들어 내는 것도 분명 중요하다. 그러나 우리는 '왜?'라는 질문을 던져야 한다. 개인이 품을 수 있는 질문의 범위도 한정적이고, 답을 얻는 것도 제한적이기 때문에 우리는 책을 통해 이 한계를 극복해야 한다. 


나도 책을 많이 읽는 편은 아니지만 몇 가지 내가 즐겁게 읽었던( 몇 개는 고통스러웠음 ) 책들을 소개하고 싶다.





1

디자인의 디자인

하라 켄야

안그라픽스


: 일본 디자인이란 무엇인가? 짧지만 일본 디자인 철학을 실제 사례와 함께 이야기한다. 무지의 성공신화와 함께  '일본 디자인'이라는 정체성을 locality와 emptiness의 결합으로 설명한다. 어떻게 흰색은 일본 디자인을 상징하게 되었는지도 흥미롭다. 그렇다면 한국(적) 디자인이란 무엇일까? 




 2

디자인의 가치

프랭크 바그너

안그라픽스


:현대 디자이너의 역할과 디자인이라는 시스템에 대한 사회문화적 단상. 어렵고 복잡한 문제에 대해 '이건 나도 모르겠다'라고 솔직하게 말하는 저자가 너무 맘에 든다. 왜냐면 진짜 나도 모르겠기 때문이다. 가벼운 책이지만 한 장에 엄청나게 많은 내용이 담겨있어서 쉽게 읽히지는 않는다. 그러나 오래도록 곁에 두고 싶은 책이다.




3

미디어의 이해 인간이 확장

먀셀 맥클루언

커뮤니케이션북스


:미디어 철학의 시작. 인간 확장하려다가 내 동공 확장된 책. 번역체가 나를 너무 고통스럽게 하지만(그렇다고 영어 번역본이 좋다는 건 아님) 내 주변의 모든 미디어를 새롭게 보게 된 책. 종이(책), 전화, 티비 등 모든 미디어는 메시지 그 자체라는 주제를 엄청나게 긴 텍스트를 통해 이야기한다. 뜨추칸 차추몬( 뜨거운 추상은 칸딘스키 차가운 추상은 몬드리안)을 넘서는 뜨거운 미디어와 차가운 미디어에 대해 알아봅시다. 




4

The Politics of Design: A (Not So) Global Manual for Visual Communication(영문)    

Ruben Pater

GreatBookPrices


: 디자인에 대한 사회문화 정치적 이해. 영어공부도 되고 짧고 재밌고 꽤 자극적이다. 대학원 토론 수업의 첫 책이었는데 바들바들 떨고 있던 나에게 큰 위안이 되었던 책이다. 왜 책은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읽나요? 인간의 '스탠더드'는 언제부터 시작되었나요? 이케아의 광고는 왜 지역마다 다를까요? 왜 우리는 빨간색으로 된 로고를 많이 볼까요? 

참고로 저 자국은 냄비 자국. 지금은 냄비 받침으로 아주 잘 사용 중이다. 




5

Grid systems in graphic design(영문)

Josef Muller-Brockmann

Niggli

:바우하우스에서부터 시작한 유럽산 그리드 시스템의 끝판왕 책. 이거 본다고 그리드 잘 짜는 건 아니지만, 적어도 내가 왜 그리드에 대해 고민해야 하는지 알게 된다. 가끔 화날 때 이거 보면 약간 화가 풀림. 인테리어용으로도 제격.




6—얀 치홀트에 관련된 책


(1)

막스 빌 대 얀 치홀트, 타이포그래피 논쟁

한스 루돌프 보스하르트

안그라픽스


(교수님이 주신 pdf로 읽었음)


(2) 

타이포그래피 디자인

얀 치홀트

안 그래픽스


(안 읽어봄)


이건 나도 안 읽어 봤지만 스스로 추천하는 책. 새삼 이 분이  그냥 서양 타이포그래피에서는 빼놓을 수 없는 분이고,  뉴 타이포그래피 혁명가임을 요즘 다시 깨닫는 중이다. 



7

are we human?; notes on an archaeology of design 

Beatriz Colomina&Mark Wigley

Lars Muller Pulishers


:인간과 디자인의 관계. 두 번째로 동공 빠질 것 같은 책이지만 디자인을 새롭게 보게 한 요상한 책이다. 처음에 짧아서 '힐링용이네'라고 읽었는데 이거 읽고 진짜 힐링이 필요해졌다. 짧은 내용 보기  "These notes dive into that hesitation to explore the intimate relationship between design and human.... If the human is a question mark, design is the way that question is engaged." 




8

Ways of Seeing

John Berger

Penguin


: 예술을 바라보는 시각에 관한 책. 어떻게 바라볼 것인가? 있는 그대로 받아들일 것인가, 아니면 그 뒤에 놓인 담화를 읽을 것인가? 우리 대학교 교양 시간의 교과서였다는데, 나는 대학원 방학 때 우연히 읽었다. 이걸 중고등학교 때 읽었다면 뭔가 바뀌었을까? 대학교 때 봤다면 더 나았을까? 담백하게 쓰인 visual literacy에 관한 책. 그러나 읽으면서 열불남.



좋은 디자이너란 올바른 질문을 하는 것이다.

우리는 수많은 질문을 책을 통해 얻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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