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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끼 Mar 30. 2023

인간을 사랑하고 미워하는 사람들을 위한 책 추천

염세주의자와 불가지론자를 위하여

고등학교 시절 나의 별명은 류크였다. 데스노트라는 일본 만화에 나오는 사신 캐릭터인데 항상 인간을 궁금해하고 인간에 관심을 주는 사신이다. "인간은 왜 저럴까?"라는 호기심이 그를 움직였다. 나도 류크처럼 왜 사람은 서로에게 이렇게 이기적이고 이타적이며, 왜 저렇게 행동하고 말하며 함께 살아가는 것인지 항상 궁금했다. 더 나아가 이렇게 연약한 사람이 함께 더불어 잘 살아가는 방법도 궁금했다. 다행히 이런 호기심과 취향을 가진 사람이 나뿐만이 아니었다. 그 사람들은 친절하게도 자신이 얻은 지혜와 앎을 글로 써 내려갔다.


질문은 두 가지이다. "Why"와 "How". 왜 인간은 이렇게 되었는지에 대한 생각을 알아간 후에, 그래서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지에 대한 방법을 같이 고민해 보자.




1. 인간은 왜 이 지경이 되었나?



1

유발 하라리 3부작: 사피엔스, 호모데우스, 21세기를 위한 21가지 제언

유발 하라리

김영사


출처: 알라딘

아빠가 어느 날 재밌는 책을 추천 줬다. "사피엔스"였다. 뭐 그저 그런 재미없는 사실만 끝없이 늘어놓는 역사과학책이겠지 하고 첫 장을 폈다. 그 자리에서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읽었다. 유발 하라리의 특유의 따뜻하지만 염세적(?)인 말투가 정말 잘 번역되었다. 유발 하라리가 "인간은 선사시대에 과일 따먹던 때가 가장 행복했다"라고 단정지은 부분에서 크게 웃었다. 어쩌다 인간은 과일 주워 먹는 행복한 동물이었다가 이렇게 매일 스트레스받고 슬퍼하고 지구를 파괴하는 괴물이 되었을까?


사피엔스가 ".. 그래서 인간이 이렇게 불행해졌는데요"라는 이야기라면, "호모데우스"는 좀 더 현재에 가깝다. 이미 사피엔스에서 인간은 불행의 사과를 딴 이후로 돌이킬 수 없는 지옥열차를 탔음을 알 수 있다. 솔직히 세 개의 책 중에 가장 임팩트가 약했다. 마지막 피날레는 미래의 이야기를 하는 "21세기를 위한 21세기 제언"에서 한다. 이건 내가 미국서점에서 사서 읽었다.


"인생은 이야기가 아니다.... 하지만 실현 가능한 나 자신의 정체성을 구축하고 내 삶에 의미를 부여하기 위해서, 꼭 맹점이나 내적 모순이라고는 조금도 없는 완전무결한 이야기가 필요한 것은 아니다.... 첫째, 내가 맡을 어떤 역할을 부여해야만 한다.... 둘째, 좋은 이야기는 무한정 확장될 필요는 없지만 지금 나의 지평은 넘어서는 것이어야 한다."


인생에 대한 따뜻한 코멘트 고마워요 유발 하라리 씨!






2

불안

알랭 드 보통

은행나무


출처: 알라딘


대체 인간은 왜 이렇게 불안에 떨며 살까? 어렸을 때는 시험 성적 못 받아서, 대학 못 갈까 봐, 남들보다 못생겨 보일까 봐, 결혼 못할까 봐, 남보다 돈을 못 버는 것 같아서, 그 후엔 내 자식이 남들보다 못하는 것 같아서..


알랭 드 보통은 이 모든 불안은 인간의 결핍, 혹은 진정한 바람에서 비롯된다고 본다. 바로 "사랑받고 싶은 마음"이다. 인간은 태어나서 아주 어린 유년기 시절에만 부모로부터 "무조건적인 사랑"을 받는다. 성인이 된 아이는 사랑받기 위해 노력한다. 사랑받기 위해 공부를 하고, 좋은 직장에 가고, 살을 빼고, 화장품을 바르고.. 하지만 어느새 목적과 방법은 전도된다. 경제적 사회적 지위로 박탈감을 느끼고, 쉼 없는 비교에 끝없는 불안의 늪으로 떨어진다.


사실 이 책이 어떻게 살아가는지에 대한 답은 주지 않는다. 적어도 내가 뭔가 불안하거나 슬플 때에는 "사랑받으려고 사는 건데 이렇게 슬퍼할 필요 없다!"라고 위안을 얻는다. 그리고 내 곁에서 나를 생각해 주고 나를 사랑해 주는 사람들을 생각하면 그걸로 인생은 온전해진다.  






3

이기적 유전자

리처드 도킨스

을유문화사


출처: 알라딘


나는 20대 초반에 심각한 오춘기를 겪었다. 모든 게 마음에 안 들고 썽이 가득 난 상태였다. 그런 나에게 생각의 전환(?)을 가져다준 책이 바로 "이기적 유전자"였다. 책의 요지는, 결국 인간은 자신의 DNA를 전달하는 것이 목적인 생명체다. 인간이 딱히 다른 동물보다 더 우월한 것도, 더 대단한 것도 없다는 뜻이다. 놀랍게도 나의 오춘기는 이 간단명료한 사실에 큰 위안을 얻었다. 미래에 대한 불안, 내가 컨트롤할 수 없는 것에 대한 분노를 느낄 시간에 현재에 감사하며 내가 지금 할 수 있는 행동을 하면 되었다. 왜냐면 나는 이 세계를 구하러 온 용사도 아니고, 모두를 사랑해야 하는 천사로 아니기 때문이다.


*리처드 도킨스의 만들어진 신과 함께 읽으면 재미가 2배




4

죽음이란 무엇인가

셀리 케이건

웅진지식하우스


인간은 항상 죽음을 향해 가고 있다! 온 세상은 안티에이징이나 영원히 사는 방법을 연구하지만 누구도 죽음을 피할 수 없다. 나도 죽음이 마치 먼 이야기처럼 느껴지지만, 나의 죽음은 언제 어디서 발생할지 모르는 필수불가결한 이벤트다.


굉장히 논리적으로 죽음에 대해 말하는 이 책을 따라가다 보면 결국 우리는 죽음 그 자체보다는 죽음으로 가는 그 과정 (고통, 고립, 결핍 등)을 두려워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또한 죽음 혹은 사후세계를 믿는다는 것이 영혼이나 어떠한 신의 존재를 믿는다는 것을 의미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거 또한 작가의 논리로 설명되는 점이 신선했다.


작가는 죽음 이후에는 "무"라고 말한다. 당장 이렇게 들으면 "어떻게 죽음 이후에 아무것도 없어?!"라고 벌컥할 수 있지만, 읽다 보면 "그렇지.. 아무래도.. 아무것도 없겠지.."라고 받아들이게 된다. 그렇다고 허무주의에 빠지지는 않는다. 그렇기에 작가는 현재의 삶에 충실하고 매일 하루를 감사하며 살아가라고 한다. 오직 이 방법만이 우리가 행복하게 살 수 있는 방법이다.




2. 인간은 도대체 어떻게 살아야 하나?



1

물고기는 존재하지 않는다

룰루 밀러

곰출판


출처: 알라딘


과학기자의 자전적인 에세이인 이 책은 2022년에 읽은 책 중 가장 사랑스러웠다. "어떻게 삶을 살아가야 하나?"라는 질문에 답하기 위해 그녀는 몇 사람의 삶을 관찰한다. 그녀는 "큰 세상의 관점에서 봤을 때 너는 그다지 중요한 존재가 아니니 그냥 맘 편히 살아라!"라는 아버지의 말에 크게 공감할 수 없었다. 그래서 그녀는 세계적으로 존경받는 한 물고기 (!) 학자의 삶을 살핀다. 본인이 한 연구에 인생을 바쳐 열정적이고, 대충 가정도 이룬 것 같고, 모든 사랑에게 존경받는 듯한 그가 완벽한 인생의 표본 같다! 하지만 밝혀지는 어쩌고 저쩌고.


처음에는 뻔한 에세이 정도로 생각을 했다. 하지만 예측하지 않은 이야기의 전개로 이뤄가면서 마지막에 그녀가 찾은 해답은 정말 따뜻하고 사랑스러우며 한없이 인간적이다.





2

사랑의 이해

에리히 프롬

문예출판사

출처: 알라딘


사랑? 그거 어떻게 하는 건데..


특히 성애는 짧으면 3개월 길어야 1년 지속되는 호르몬의 농간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어떻게 오랜 시간 연인은 서로를 사랑하며, 결국 가족을 이루며 살아갈까? 애초에 성애가 그렇게 대단한 건가? 또한 우정은 사랑인가? 내가 우리 귀여운 고양이 설이를 사랑하는 것은 무슨 것인가? 호감과 사랑의 차이는 무엇인가?


에리히 프롬은 사랑이라는 용어에 대해 굉장히 구조적이며 섬세하게 접근한다. 그는 진정한 사랑이란 "감정"이 아니라 책임을 동반한 "행동"이며 "의지"라고 정의한다. 하지만 대부분의 인간은 어린 시절 양육자로부터 받는 무조건적인 사랑에만 익숙하다. 성인이 되어 이제는 사랑을 하기 위해 노력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나를 사랑해 달라! 해달라! 해줘!"라고 징징거린다.


에리히 프롬은 진정한 사랑의 본질은 사랑을 주는 행동에 있으며, 더 나아가 사랑의 객체는 중요하지 않는다고 한다. 내가 누군가를 진정으로 사랑할 수 있다면, 그것은 내가 세상을 사랑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사랑은 인간이 평생 동안 연습해야 하는 삶의 기술이다.


이것 외에도 사랑에 대한 여러 가지 즐거운 이야기들을 많이 있다. 건강한 관계를 위한 각 개인의 개별성에 대한 이야기, 종교에 대한 사랑 이야기(그에 따르면 나는 꽤 종교적인 사람이다) 등 사랑을 하고자 하는 모든 사람들에게 추천한다.





3

데일 카네기 인간관계론

데일 카네기

현대지성


출처: 알라딘


마지막으로 추천하는 책은, 데일 카네기의 인간관계론이다. 인간관계 박살 내지 않고 대화를 통해 내가 원하는 것을 얻는 기술책이다.. 거짓말이다. 아니, 사실 반쯤 맞는 것 같다. 왜냐하면 우리는 대화를 통해 친구와, 가족과, 연인과 대판 싸우기 때문이다.


A: (뭔가 잘못하고 있음) 아 이거 잘 안되네.. 좀 기다려줘. 내가 해볼게.

B: 네가 이걸 안 했네! 이걸로 이렇게 해야지! (조언을 해줘서 뿌듯함. 고맙다고 듣고 싶음)

A:  내가 알아서 해볼게. (누칼도? 누가 칼 들고 도움 달라고 함? B가 한 조언이 실제로 맞더라도 왜인지 기분 나쁨)

B: 아니, 네가 못해서 내가 말해준 거잖아... (심드렁한 반응에 짜증 버튼 on)

A: 내가 언제 도와달래? (분노조절버튼 와장창)

B: 왜 그렇게 말해? 네가 잘 못하니까 도와주려고 말한 거잖아!


A도 좋은 마음에서 무언가를 서툴게 하고 있고, B도 따뜻한 마음에서 도움을 주려고 한다. 하지만 우리는 대화방식 때문에 금방 싸우고 만다. 데일 카네기는 "대화의 진정한 목표는 서로에 대한 호감을 얻는 것이다. 만일 호감을 얻지 못한다면 그것은 실패한 대화일 뿐이다"라고 강조한다.


데일 카네기가 써준 수많은 사례를 읽으며, "인간은 정말 유치하다. (나 포함)"라는 것을 깨달았다. 모두 비난받고 싶어 하지 않는다. 누구도 자신의 못난 점을 누군가 지적하는 것을 싫어하고, 그러한 말에 쉽게 감정적으로 반응한다. 물론 이 책을 읽었다고 해서 갑자기 대화계의 부처님이 되지는 않는다. 여전히 말실수를 하고, 나도 상대방에 말에 벌컥 화나 날 것이다. 그래도 기준이 있다면, 꾸준한 훈련을 통해 더 나은 대화를 할 수 있을 것이다.





동서양, 그리고 시대를 막론하고 지혜로운 사람들이 깨달은 것들은 대부분 비슷하다.


1. 현실에 충실하고 감사하며 살 것.

2. 사랑을 하며 살 것.

3. 끊임없이 노력하며 살 것.


물질만능주의가 팽배한 한국에서 태어나, 격동의 입시를 거치고 이제 어느 정도 독립한 성인이 되었다. 그리고 하나의 답을 맞춰야하는 한국에서 벗어나 조금은 자유로운 뉴욕에 자리잡았다. 하지만 여기에서도 사람들을 만나면 "돈을 버는 법"에 대한 이야기가 빠지지 않는다. (그래서 부동산 이야기, 돈 잘 버는 커리어 가지는 법에 대해 이야기한다.  심화 버전은 내 자식 어떻게 하면 경제적 상류층으로 키워낼지에 대한 토론이다)  돈, 물론 중요하다. 나도 요즘 경제 관련 글도 읽으며 경제적 자유를 위한 계획을 차근차근 생각하고 있다. 하지만 나는 사랑하는 사람들과 우리의 삶을 어떻게 아름답게 가꿔나가야 하는지, 우리의 도덕성은 어디로 흘러가는지, 그리고 우리가 충분히 서로를 사랑하고 있는지 이야기도 하고 싶다. 이런 것들은 말로 표현하지 않더라고, 각자의 삶의 중심에 사랑과 감사함이 있는 사람들과 함께 하고 싶다. 나도 그런 사람이 되고자 평생 노력하고 있다.


다들 책 즐겁게 읽으시길 바라고, 이 글을 읽는 모든 여러분의 삶에 따뜻한 사랑과 감사함이 충만하시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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