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절일기
陶山書院(도산서원)
현판의 글씨는 석봉 한 호가 썼다. 모르는 눈으로 보기에도 기상이 느껴졌다.
임금 선조의 명에 따라 ‘원’, ‘서’, ‘산’, ‘도’의 순으로 글자를 쓰다, 자신이 도산서원을 현판을 쓰고 있다는 사실을 뒤늦게 깨닫고는 붓을 떠는 바람에, 마지막 ‘도’자는 다소 흔들리고 말았다는 일화는 전연 무색했다.
생후 처음으로 가본 도산서원. 생각보다 규모가 소박해 놀랍고 정다웠는데, 현판의 그 글만큼은 과연 달랐다.
‘그 시절, 여기에 머물던 선비들은 이 네 글자를 하늘에 띄우고 학문에 정진하였겠구나. 이토록 깊고 아름다운 곳에서.’
부럽기도 하고, 곧 소나기가 내릴 듯 맘이 쌀쌀하였다.
‘나의 하늘에는 어떤 글을 두어야 하나. 나의 발은 깊고 아름다운 곳을 향하고 있나.. 혹 얕고 미숙하기만 한 곳으로 터벅이고 있는 것은 아닌지…’
생각에 빠져 고개를 젖히고 현판만 들여다보는데. 톡, 토톡, 토도독. 제법 굵은 빗방울이 떨어지기 시작했다.
‘에그머니, 우산을 차에 두고 왔는데..!’ 빗발이 더 거세질세라, 손바닥으로는 황급히 하늘을 가렸지만 발은 좀처럼 따를 줄을 몰랐다.
소박하고 정겨운, 깊고 아름다운 기상을 조금이라도 더 채우고 싶어 머뭇거렸던 풍경들, 아래 나누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