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틴 슐레스케라는 바이올린 제작자가 있습니다. 현재 뮌헨에서 바이올린 제작 아틀리에를 운영하고 있는데, 세계의 많은 유명 연주자들이 그가 만든 바이올린으로 연주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그분이 쓴 <가문비나무의 노래>와 <바이올린과 순례자>라는 책은 바이올린 제작의 장인으로서보다는 성직자의 심오한 영성을 들려주는 것 같아 감명을 받고 있습니다.
슐레스케는 바이올린 제작 과정을 설명하면서, “손에 든 연장은 단순한 도구가 아니고, 생명 없는 차가운 물체가 아니라 내 몸의 일부가 된다”라고 하였습니다. 더 나아가 “바이올린을 제작하는 모든 과정은 바이올린 제작이라는 목적을 초월한다”라는 의미 있는 말을 남기고 있습니다. 짧은 글이지만 세상의 이치가 담겨 있습니다.
그분은 나뭇잎과 뿌리의 관계를 설명하면서도 “뿌리가 물을 전달하지 않고 자기만을 위해 사용한다면 잎은 시들어 버릴 것이고, 잎이 햇빛으로부터 받는 것을 전달하지 않고 자신이 간직한다면 뿌리는 죽을 것이다”라고 했습니다. 상부상조 또는 상호 의존의 원리를 설명했습니다. 그러면서 슐레스케는 “삶을 가치 있게 하는 것은 우리가 보낸 세월의 양이 아니라, 얼마나 충만한 세월을 보냈느냐 하는 것이다”라는 메시지도 주었지요.
저는 과거, 새마을운동중앙회에서 일하면서, 슐레스케가 말한 상부상조나 상호 의존이 새마을 정신이라고 얘기했습니다. 뿌리와 잎의 관계처럼 의식적으로 ‘서로를 위해 사는 것’이 새마을 정신이며, 또한 새마을 지도자들은 나눔과 돌봄 활동을 충실히 하기 때문에 충만한 삶을 사는 것이라고도 설명했습니다. 이는 단순히 새마을 정신일뿐만 아니라 공동체 정신이어야 하지 않을까요? (이상 <염홍철의 새마을 인문학> 34~35쪽 참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