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최유나 Feb 16. 2023

이태원 사고 후 20대 학생들에게 했던 말

각자도생의 시대를 사는 젊은 여러분들께.

사고도 있고 해서 여러분들 참 보고 싶었어요. 사고 뉴스보고 제일 처음 들었던 생각이, 여러분들 걱정이었어요. 아무래도 학교가 이태원이랑 가깝다 보니.. 혹시 주변에 피해 없나요? 네에, 다행입니다.


며칠 뉴스를 계속 보게 되는데 이런 말이 나오더라고요. 지금의 젊은이들이 자신의 안전확보에 대해 둔감한 것이 아니냐, 하는 말이요.

그 말을 듣고 저도 많이 생각을 해 봤어요.

제 또래만 해도 삼풍백화점 사건도 겪었고 성수대교 사건도 겪었죠. 두 사건은 여러분들 태어나기 전, 제가 중학교 시절이었고 대구지하철 사건도 있었는데 아마 그건 여러분들이 얼핏 기억할 수도 있어요.


그때는 야만의 시대였어요. 삼풍백화점 사고 당시 신문에는, 희생자들이 건물 잔해에 끼어 있는, 살아있는 사람인지 죽은 시체인지도 모를 사람들의 사진이 등장했었어요. 지금도 그 사진이 생생하게 기억나요.


그리고 제가 학교 입학하기 전, 저는 강릉에 살았었는데 그때 부모님께 들었던 이야기가, 단오제 같이 사람 많은 지역축제에 아기를 이불 같은 거에 싸서 안고 나갔다가 아이가 아래로 쑥 빠져서 밟혀 죽는 경우들도 있다. 사람 많은 곳은 절대 가면 안 된다. 아기들은 더더욱 데리고 가면 안 된다... 그리고 또 자주 들었던 이야기 중에 큰 건물건축이나 터널공사 같은 대형 토목공사가 끝나려면 꼭 일하는 사람들 한둘은 죽어야 끝난다, 등의 이야기를 부모님께 들으면서 컸어요. 물론 인과관계가 어긋나있는 말이고 제 개인적인 경험을 말하는 거니까 일반화는 조심해 주세요. 여하튼 저만 해도 그런 이야기를 들으면서 자랐습니다. 아마 여러분은 이런 이야기는 잘 듣지 못했을 거예요. 왜냐하면 여러분 세대와 제 세대, 20년의 간격에는 그런 이야기를 더 이상 하지 않아도 괜찮은, 안전한 사회를 우리가 살고 있다고 믿었으니까요. 물론 여전히 빵공장에서 사람이 죽고 광산에 사람이 매몰되고 건물 짓다가 사람이 죽고 있긴 합니다만.


부디 자기 안전을 지키면 좋겠습니다. 사람 많은 곳은 조심하고 가능한 가지 말고요, 자기의 안전을 절대적으로 지키면서 지내길 바랍니다. 각자도생이라는 단어가 나오는 순간, 사실 그 사회는 이미 문제가 있는 사회라는 게 제 개인적인 생각입니다.


제가 일본에서 지낼 때 시나가와에 있는 외국인출입국관리소에 갈 일이 자주 있었어요. 유학비자를 연장하거나, 아르바이트 허가를 받으려고 말이죠. 그때 느꼈던 이방인으로서의 쓸쓸함을 요즘 며칠 내 나라에서 사무치게 느끼고 있습니다.. 자신의 안전은 스스로 꼭 챙기도록 하세요..


수업 시간에 학생들에게 했던 이야기.

 사진은 학교 건물 위로 비췄던, 아름답기 그지없었던 오늘의 달.

매거진의 이전글 배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