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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유나 May 23. 2023

배려

며칠 전 아주 신기한 이야기를 들었다.

아동복지와 상담을 전공한 대학원 동료가 해준 이야기인데 내가 남한테 하는 배려가 매번 엄청나서 깜짝 놀랄 때가 있다는 이야기였다. 내가 정말로 배려라고 생각하고 하는 거였다면

'음.. 그렇지.. 배려했지...'

라고 생각할 법하지만 내가 그 친구에게 했던 '배려'는 내 기준엔 그리 대단한 건 아니었고 나로서는 배려라는 이름을 붙이기도 민망한 수준의 뭐 그런 거였다.



며칠 전 엄마를 간병한 딸에 대한 해외논문을 읽다가 같은 수준의 육체적 돌봄을 하더라도 간병 받는 어머니가 딸에게 의존적일수록 딸은 더 스트레스를 받고 어린 시절 어머니로부터 받은 돌봄 경험을 기준으로 자신이 어머니를 돌보려한다는 내용을 봤다.


그 내용을 보니, 내가 엄마 간병 때 물론 이런저런 이유가 복합적이었겠지만 왜 그리도 힘들어했고 그 마음의 일부는 여전히 지금도 남아있는지 어렴풋하지만 알 것 같았다. 그리고 그 친구가 말했던 '배려'도 어디서 기인했는지도 알 듯 했다.


엄마는, 그리고 아빠도 나를 참 열심히 키웠다. 최고였다고는 할 수 없지만 당신들의 역량에서 최대한으로 나를 키웠던 것 같다. 그 받은 사랑이 나에게는 당연한 기준치였고 내가 남에게 뭔가를 줄 때도 그것에 기반했던 것 같다. 그러니 내가 타인에게 주는 관심과 애정은 부모님이 준 것처럼 그렇게 하지 않는 것이 오히려 이상했던 것. 그리고 또 다행인건, 엄마보다는 내가 의존적이지 않은 인간으로 성장했다는 것. 사실 내가 이 나이가 되어서 생각해보면 엄마도 나에게 정서적으로 의존할 수 밖에 없었던  환경이긴 했지.



참 감사한 일이다. 남에게 작게라도 도움될 수 있는 인간으로 자랐다는 건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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