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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유나 Nov 06. 2023

내 생각을 믿기

내 장점이자 단점은 어떤 것을 한번 시작하면

정말 큰일이 없는 한, 몇 년이고 꾸준히 한다는 것.

그러니까 다시 말하면

어떤 걸 하다가 그만두는 건

'큰일'이 생겼다는 걸 의미한다.

큰일은 좋은 일일수도 있고 나쁜 일일수도 있는데

대체적으론 나쁜 일인 경우가 많았다. 


외골수 같은 면이 있어서

처음엔 좋았지만, 이건 분명히 나랑 안 맞고

앞으로도 점점 더 안 맞아갈 확률이 높아진다는 게 뻔히 보여도, 무엇을 시작했다는 것이 내가 나랑 한 약속이라 생각해서 그런지, 그래서 그걸 스스로 그만두면 자존심이 상한다고 생각해서 그런 건지 여하튼 어지간할 때 손을 빼지 못한다.


초등학교 시절, 내가 아플 때면 엄마는 일단 학교에 나를 보냈다. 그리고 점심시간에 집에 오라고 해서 병원을 데리고 갔다가 집에서 조금 쉬게 한 뒤 다시 학교로 보냈다. 그러니깐 난 초. 중. 고 12년 동안 결석을 단 한 번도 한 적이 없고 해서도 안 되는 것으로 생각하며 지냈다.


이 나이 되어서 엄마를 원망할 수도 없고 엄마의 방식이 나쁘거나 틀린 건 아니지만,  아무래도 그런 흔적이 남아있는 거 아닌가 싶다.


........


아빠가 며칠 전에 평상시와 다르게 정말 당부하듯 말을 했다.


네 엄마가 엄청 엄하게 예의범절을 가르쳤기 때문에 네가 그렇다고 생각은 하는데,

가만히 보면 나이 한두 살만 많아도 내가 상대를 절대적인 어른으로 대접하며 엄청 안 좋은 의미로 '겸손'하게 대하는 것 같다.

근데 그게 이제 네 나이와 네 위치에서는 좋은 자세라고만은 말할 수 없다.

잘난 척하라는 건 아니지만 너무 저자세여서는 안 된다. 왜냐면 그런 자세를 보고 분명 너를 만만하게 보고 무시하는 경우도 있으니까. 네가 절대 만만한 사람이 아니라는 걸 눈치도 못 채고 말이다.




아빠 말이 이해되고 옳은 말이고 나도 그렇게 하고 싶지만 여전히 참 어려운 일이다.


어느 순간 아니다, 싶으면 떠날 수 있도록.

시작에 대한 내 판단을 믿는 것처럼 그만하는 것이 맞겠다는 나의 생각도 믿을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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