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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윤아 Jun 09. 2021

세 번째 바디프로필을 준비하다가 폭식이 시작됐어요.


아래의 사연은 책 출간 이벤트로 진행한 '비대면 심리상담'에 신청해 주신 내용입니다. 익명으로 공개가 가능하다는 당첨자분들의 동의를 얻어 남겨주신 사연(일부분 요약)과 제가 답글로 보내드린 '마음 처방전'을 공개합니다.


일주일 동안 평균적인 식사패턴은 어떤가요?

한 번씩 폭식이 아니라 근 한 달 가까이 세끼 사이사이에 과자, 빵 군것질거리들을 먹으면서 입이 쉴 틈을 주지 않아요ㅠㅠ


현재 다이어트를 하고 있나요? 어떤 식의 다이어트를 하고 있나요?

밀가루 음식, 단 음식 등을 철저하게 피해요. 칼로리 계산을 하면서 제한된 양만 먹고요. 다이어트 식단 하다가 폭식증세로 제대로 지키고 있지 않네요.


다이어트를 하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요?

지금은 세번째 다이어트 겸 바디프로필 준비 중인데 맨 처음 다이어트를 했던 이유는, 단순히 옷이 맞지 않아서였습니다. 그전에는 체중이 많이 나가고 먹을 건 먹으면서 지냈어도 스트레스 받지 않고 그냥 행복하게 지냈었는데 어느 날 옷 사러 백화점에 들어갔다가 옷이 맞지 않아 충격을 받고 환불 후에 바로 헬스장을 가서 등록을 하고 운동&식단을 하기 시작했습니다.


과식/폭식을 하고 있다면 주로 어떨 때, 일주일에 평균 몇 번 정도로 하나요?

바디프로필 준비를 거의 일주일 남겨두고 입에 한 입 들어간 후부터 자제력을 잃고 먹기 시작하더니 바디프로필까지 미루면서 폭식을 하기 시작했고 그 기간이 한 달 가까이 되어가고 있습니다. 일주일 몇 번 정도가 아니라 일주일 내내 쉬지 않고 한 달 가까이 밥은 밥대로 먹고 군것질들을 계속 먹었습니다. 입을 가만히 두지 못하고 쉴 틈조차 주지 않고 단 것들을 계속 먹었습니다.


이게 바디프로필준비 거의 막바지인 상태에서 식단도 제한하면서 가서 절제하지 못할 정도로 폭식을 하고 있는 건 아닐까, 그리고 원치 않게 일자리를 잃고 일을 일 년 가까이 쉬면서 일을 구하지 못하는 것에 대한 스트레스도 영향을 받아서 더 그랬던 건 아닐까 생각도 해보았습니다. 일을 오래 쉬면서 집에 있는 것이 눈치가 보이고 힘이 많이 들기도 했습니다.


집에 혼자 있는 시간이면 아무도 없다는 생각에 이것저것 다 꺼내 먹고 사 와서 먹었고 누군가 집에 있으면 몰래 방에서 먹곤 했습니다. 배가 불러 못 먹겠다는 걸 알면서도 입에 넣고 있었습니다. 너무 무서웠습니다.



몸이 점점 붓고 10kg로 가까이 찌게 되는 모습을 보고 마음을 다잡으려 했지만 쉽게 마음이 잡히지 않았습니다.


문제적 식사에서 벗어나기 위해 시도해본 것이 있다면 무엇인가요? 결과는 어땠나요?

해보고 싶었던 일이나 취미를 찾아서 그쪽으로 방향을 틀어서 관심을 돌리면 괜찮아질까 해서 시도를 해보았지만 처음에는 잘 되는듯했으나 되지 않았습니다.


식이장애를 겪었던 저자에게 궁금한 점이나 상담을 통해 꼭 알고 싶은 것이 있다면 말해주세요.

폭식하는 걸 멈추고 싶어 여러 가지 취미활동도 해보고 관심을 다른 곳으로 돌려보려 했지만 그 방법이 저에게 맞지 않았던 건지 되지 않았고, 온통 먹는 생각밖에 들지 않아서 폭식 증세가 나타나기 전 아침마다 하고 있던 일과도 하기 싫어져서 안 하고 있습니다.. 운동도 점점 하기 싫어져서 유산소만 한 이후에는 아무것도 하기 싫어지고, 일자리는 연락도 계속 안 들어오는 상황에 무기력하게 시간을 보내고 있습니다. 이런 상황을 진짜 벗어나고 싶고 스트레스 받지 않고 건강하게 다시 천천히 빼고 싶은데 방법을 모르겠습니다..



윤아쌤의 답변:

안녕하세요. 이렇게 사연 남겨줘서 반가워요. 우선 폭식한 지 채 한 달 정도 되었다니 지금이 골든 타임이라고 생각해요. 지금 방향을 바꿔본다면 식이장애로 이어지지 않을 수 있답니다. 앞으로 제가 하는 말들을 잘 듣고 따라와 주세요!


우선 식사를 짚고 가자면 ‘다이어트를 위해 밀가루 음식, 단 음식을 철저하게 피하고’, ‘칼로리 계산을 하면서 제한된 양만 먹는 식사’가 폭식의 원인이라고 보여져요. 우리 몸은 제한하면 할수록 집착이 더 심해진답니다. 한동안 참아왔던 욕구들이 한 번에 터지면서 단 음식이나 밀가루 음식으로 폭식을 하는 것이죠.


‘스트레스를 받지 않고 건강하게 다시 천천히 살을 빼고 싶다’라고 하셨는데, 다이어트를 하더라도 지속 불가능한 규칙을 세워놓고 무리하게 제한하기보다는 규칙적으로 먹고, 중간에 먹고 싶은 음식은 적당히 먹어주면서 운동을 병행하는 건 어떨까요? 지금처럼 엄격한 다이어트 식단을 유지하다가 폭식이 이어지는 패턴을 반복하다 보면 예전만큼은 살이 잘 빠지지 않는 몸으로 변할뿐더러, 체중도 급격히 변하게 된답니다. 그리고 D 님도 경험해봐서 잘 알겠지만, 진짜 먹고 싶을 때 음식을 즐기면서 맛있게 먹는 게 아니라 ‘정신이 반쯤 나간 채로’ 배가 터지기 직전까지 먹는 것은 우리에게 자괴감과 후회만 안겨주죠.


다음으로, 식사에서 나아가 ‘첫 번째도, 두 번째도 아닌 왜 세 번째 다이어트 시도가 폭식으로 이어졌을까?’에 대해 같이 생각해 봅시다! 물론, 이전의 경험이 축적되었다가 지금 빵 하고 터진 것일 수 있죠. 하지만, D 님이 써준 글에서 유추해보자면 ‘단순히 옷이 맞지 않아서 다이어트를 했다.’ 이상의 의미가 있을 거 같아요.


‘원치 않게 일자리를 잃고 일 년 가까이 쉬면서 일을 구하지 못하고 있는 것’에 대한 스트레스와 불안감이 살을 빼고 싶은 욕구를 불러일으킨 게 아닐까요? 일이 구해지지 않아 마음이 조급하고, 불안해 죽겠는데 정작 할 수 있는 건 제한되어 있고… 살이라도 빼야 안도감과 성취감을 얻을 수 있을 거 같다는 생각에 마음이 급해지면서 설상가상으로 폭식까지 이어진 거죠. 살을 빼면 뿌듯함과 성취감이 있고, 바디 프로필을 찍고 나면 주위 사람들도 찬사를 보내줬을 테니까요.


이 맥락에서 보면, D 님이 시도했던 ‘취미를 다른 것으로 만들어나가는 것’은 큰 효과가 없을 거예요. 취미를 만든다고 해도 불안함은 가시지 않을 테니까요. 그러니 우선은, ‘내가 엄청나게 불안하고 스트레스받는 상황일 수 있다’라는 걸 받아들여주세요. 불안함은 제대로 들여다보지 않으면 카드빚처럼 점점 불어나기만 할 뿐, 없어지지 않는답니다. 그러니 다이어트나 다른 강박적인 행동으로 잠시 잠깐은 도망갈 수 있지만, 내가 왜 그 행동에 빠져드는지는 꼭 알고 있어야 해요. 그래야 다시 돌아올 수 있답니다. 마치 시험 기간에 공부하기 너무 싫고 불안한 나머지 게임에 빠질 수는 있지만, 그 원인을 제대로 알아야 게임 중독으로 빠지지는 않을 수 있는 것처럼요.


또, 다이어트는 당장 성취감이나 통제감은 가져다줄 수 있지만 정작 문제 해결에는 장애물이 된답니다. 실은 취업이 안 되고, 시국마저 뒤숭숭한 불안한 상황 때문에 다이어트를 시작한 건데, 다이어트에 실패하다 보니 취업은커녕 무기력해지고 사람마저 만나기 싫을 정도로 좌절감이 크다면, 이건 뭔가 우선순위가 뒤바뀐 거겠죠?


물론, D 님의 불안하고 좌절스러운 마음이 너무 많이 이해된답니다. 그러니 많이 불안해는 하되, 내가 할 수 있는 일과 할 수 없는 일을 구별한 뒤 할 수 있는 일에만 집중해봤으면 좋겠어요. 예를 들면, 일주일에 이력서 5개씩 써보기, 혹은 다른 자격증 준비 일주일에 몇 시간씩 하기 등이요. 그리고 난 후에도 불안하다면, 그때는 우리 같이 버텨봐요…!


글을 읽으면서 걱정이 많이 됐어요. (내 맘대로 할 수 있을 거 같았던) 살을 빼는 것조차 바라는 대로 되지 않자 와르르 무너지면서 우울해지고, 설상가상으로 참았던 식욕까지 터지면서 상실감과 좌절감, 자책감에 빠져있을 거 같아요. D님! 지금은 힘든 상황이 맞아요. 힘들 수밖에 없고요. 그러니 주변 사람들에게 위로도 많이 받고, 적극적으로 속상해하고, 상황에 한탄도 하고, 그러고 나서 조금 힘이 생기면 할 수 있는 것들을 하나씩 차곡차곡해봤으면 좋겠어요. 살을 빼는 것보다, 바디 프로필보다 D님의 삶에는 소중한 게 훨씬 더 많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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