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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화 넷플릭스는 어떻게 당신의 마음을 읽을까?

알고리즘 시대, 콘텐츠와 게임화로 살아남기

by 윤지원

토요일 밤, 침대에 누워 넷플릭스를 켜면 마치 마술 같은 일이 벌어져요. "이런 걸 어떻게 알았지?"라고 감탄하게 만드는 추천 목록이 뜨거든요. 어제 본 SF 영화를 좋아했더니 오늘은 비슷한 장르의 드라마들이 줄줄이 나타나고, 친구가 추천해 준 로맨스 영화를 몇 분 보다 끈 것까지 기억해서 그런 류는 아예 추천하지 않아요. 넷플릭스는 정말 우리 마음을 읽을 수 있는 걸까요?



사실 넷플릭스 뒤에는 엄청나게 복잡한 알고리즘이 숨어있어요. 여러분이 무엇을 클릭하는지, 얼마나 오래 보는지, 언제 일시정지하는지, 심지어 스크롤을 얼마나 빨리 내리는지까지 모든 행동이 데이터가 되어 분석돼요. 마치 여러분의 디지털 그림자가 따라다니면서 취향을 기록하는 것 같죠.



이 알고리즘은 크게 세 가지 방식으로 작동해요. 첫 번째는 협업 필터링이에요. "당신과 비슷한 취향을 가진 사람들이 이런 걸 좋아했어요"라는 방식이죠. 여러분이 좋아하는 영화를 다른 사람도 좋아한다면, 그 사람이 본 다른 영화들을 여러분에게 추천하는 거예요. 두 번째는 콘텐츠 기반 필터링이에요. 영화의 장르, 감독, 배우, 줄거리 같은 속성을 분석해서 비슷한 특징을 가진 콘텐츠를 추천하는 거죠. 세 번째가 가장 신기한데, 딥러닝을 이용한 하이브리드 방식이에요. 여러분의 시청 패턴, 시간대, 디바이스, 심지어 날씨까지 고려해서 추천해요. 비 오는 날 집에 있을 때는 느긋한 드라마를, 금요일 저녁에는 액션 영화를 추천하는 식이죠. 넷플릭스는 2억 명이 넘는 사용자의 데이터를 실시간으로 분석해서 개인별로 다른 메인 페이지를 만들어내요. 같은 넷플릭스지만 여러분이 보는 화면과 친구가 보는 화면이 완전히 다른 이유예요.



그런데 여기서 재미있는 게 있어요. 넷플릭스가 추천하는 콘텐츠를 계속 보다 보면 점점 비슷한 종류의 영상만 보게 된다는 거예요. 이걸 '필터 버블'이라고 해요. 알고리즘이 여러분의 기존 취향만 강화시키면서 새로운 경험의 기회를 차단하는 거죠. 마치 같은 맛의 음식만 계속 먹다 보면 입맛이 단조로워지는 것처럼요.



이런 현상은 유튜브에서 더 극단적으로 나타나요. 한 번 특정 주제의 영상을 보기 시작하면 알고리즘이 비슷한 영상만 계속 추천해요. 운동 영상을 보다가 극단적인 다이어트 영상으로, 역사 다큐멘터리를 보다가 음모론 영상으로 빠져들게 되는 경우가 있죠. 알고리즘은 여러분이 오래 머물게 하는 것이 목표이기 때문에, 자극적이고 중독성 있는 콘텐츠를 우선적으로 추천하게 되어 있어요.



그래서 요즘 교육계에서는 이런 게임화 요소를 적극 활용하기 시작했어요. 메타버스 교실에서는 수업이 마치 게임처럼 진행돼요. 학생들이 아바타가 되어 가상 세계에서 퀘스트를 수행하고, 레벨을 올리고, 배지를 획득하면서 학습해요. 역사 시간에는 고대 로마를 직접 걸어 다니며 콜로세움을 탐험하고, 과학 시간에는 분자 구조 안으로 들어가 원자들의 움직임을 관찰할 수 있어요.



메타버스 수학 수업은 정말 신기해요. 가상공간에서 3D 도형을 만들고, 부피를 계산하고, 친구들과 협력해서 문제를 해결해요. 게임처럼 재미있으면서도 실제로 수학 실력이 향상되는 거죠. 선생님은 각 학생의 학습 진도를 실시간으로 모니터링하고, 어려워하는 부분이 있으면 즉시 도움을 줄 수 있어요.



이런 게임화 교육의 핵심은 '플레이', '몰입', '창의성'이에요. 플레이는 재미있게 즐기면서 학습하는 것이고, 몰입은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빠져드는 상태예요. 창의성은 정답이 정해져 있지 않은 열린 문제를 해결하면서 새로운 아이디어를 만들어내는 거죠. 이 세 요소가 균형을 이룰 때 가장 효과적인 학습이 일어나죠.



여러분도 최근에 '흥미로운 몰입' 경험을 해본 적이 있을 거예요. 좋아하는 게임을 하다가 시간 가는 줄 몰랐거나, 재미있는 책을 읽다가 밤을 새운 경험 말이에요. 그런 상태를 심리학자들은 '플로우(Flow)'라고 불러요. 도전과 능력이 적절히 균형을 이루고, 명확한 목표가 있으며, 즉각적인 피드백을 받을 수 있을 때 플로우 상태에 들어가게 되죠.



그런데 문제는 이런 플로우 상태가 때로는 중독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거예요. 게임 중독, SNS 중독, 유튜브 중독이 바로 그런 경우죠. 알고리즘이 우리의 뇌에서 도파민을 분비시키는 패턴을 학습해서 계속 자극하는 거예요. 마치 슬롯머신처럼 언제 보상이 올지 모르는 상태로 만들어서 계속 확인하게 만드는 거죠.



그렇다면 우리는 어떻게 알고리즘의 노예가 되지 않으면서도 그 혜택을 누릴 수 있을까요?



첫 번째는 의식적으로 다양성을 추구하는 거예요. 넷플릭스나 유튜브에서 평소와 다른 장르의 콘텐츠를 의도적으로 찾아보세요. 알고리즘이 추천하지 않는 영역까지 탐험해 보는 거죠. 두 번째는 시간을 정해놓고 소비하는 거예요. "오늘은 30분만 유튜브를 볼 거야"라고 미리 결정하고 타이머를 맞춰놓는 거예요. 세 번째는 직접 콘텐츠를 만들어보는 거예요. 소비만 하지 말고 생산도 해보는 거죠. 여러분만의 유튜브 채널을 만들거나, 인스타그램에 창작물을 올리거나, 블로그에 글을 써보세요. 직접 만들어보면 알고리즘이 어떻게 작동하는지, 좋은 콘텐츠가 무엇인지 더 깊이 이해할 수 있어요.



가장 중요한 건 여러분만의 '인터랙티브 스토리'를 만드는 능력이에요. 단순히 정보를 전달하는 것이 아니라, 상대방이 참여하고 싶어 하는 이야기를 만드는 거죠. 예를 들어 환경보호에 대한 발표를 할 때, 지루한 통계 자료만 나열하지 말고 "만약 지구의 마지막 날이 온다면?"이라는 가상 시나리오로 시작해서 청중이 직접 선택하고 참여할 수 있는 스토리를 만드는 거예요.



이런 스토리텔링 능력은 AI가 대체하기 어려운 인간만의 영역이에요. AI는 데이터를 분석하고 패턴을 찾는 데는 뛰어나지만, 감정적 공감대를 형성하고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이는 스토리를 만드는 것은 여전히 인간이 훨씬 잘하거든요.



다음 화에서는 문과와 이과의 경계가 무너지고 있는 시대에 어떤 인재가 미래를 주도할지 살펴보겠습니다. 스탠퍼드 대학의 유명한 논쟁부터 현실의 융합형 인재들까지, 여러분이 어떻게 자신만의 독특한 포트폴리오를 만들 수 있는지 함께 이야기 나눠요.



다음 화 예고 : 문과와 이과, 누가 미래를 지배할까? - 스탠퍼드 최고 인기 강의가 밝힌 융합 인재의 비밀



이미지 출처 : 넷플릭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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