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 스토리펀딩 연재 - 노력말고 노조가 필요한 우리 2
청년유니온 스토리펀딩 ‘노력말고 노조가 필요한 우리’ 프로젝트는 청년유니온 활동 조합원들의 이야기를 담은 ‘노력말고 노조가 필요한 우리 이야기’와 노동법 상식을 담은 ‘노력말고 노동법이 필요한 그대에게’ 2가지 콘텐츠가 교차 연재됩니다.
‘노력말고 노동법이 필요한 그대에게’는 서울시 제공 채용정보 플랫폼 ‘서울잡스’의 ‘내일지도’ 콘텐츠를 기반으로 연재됩니다.
청년유니온은 지난 2016년 겨울 서울잡스의 노동법 상식 콘텐츠 제작 프로젝트를 진행하였습니다. 도서관 사서, 중소기업 직장인, 유치원 교사 등 다양한 일을 하며 일상을 살아가는 조합원 6명이 모여 구직자부터 직장인, 퇴사 후 다음을 고민하는 청년까지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 묻고, 듣고, 이야기 나누며 지금을 살아가는 청년들에게 필요한 노동법 콘텐츠를 고민하고 만들었습니다.
이를 통하여 ‘너만의 문제가 아니야’ ‘너만 모르는게 아니야’ 라는 말과 함께 오늘도 치열하게 하루를 보낸 우리들에게 ‘최소한의 보호장치’를 안내하고자 하였습니다. 우리가 대부분 일터에서 겪게 되는 문제들은 ‘안다고 해서 피할 수 있는 문제’도 아니거니와 ‘혼자 해결하기도 쉽지 않는 문제’가 대부분입니다. ‘노력말고 노동법이 필요한 그대에게’를 통하여 그러한 어려움을 함께 나눌 수 있는 곳이 있음을 확인하는 계기가 되기 바랍니다.
나를 지켜주는 울타리,
근로계약서
진로탐색과 구직활동을 할 땐 주문처럼 ‘취직하면 좋겠다.’를 반복하는데 막상 입사를 하게 되면 전혀 생각해 본 적 없는 어려움과 마주하게 됩니다. 구직활동을 할 때 회사의 정보를 꼼꼼히 확인하고 지원했음에도 불구하고 실제 일할 때 마주하게 되는 어려움은 수만 가지(!), 그도 그럴 것이 내게 업무지시를 하는 상사의 성격은 알 길이 없을뿐더러, 업무량이나 야근을 얼마나 하는 지 세세하게 알 길은 없기 때문이죠.
그렇기에, 일을 시작할 때 사장님과 나와 ‘일에 대한 협의’를 잘하는 과정은 매우 중요합니다. 노동법에서는 이를 ‘근로계약을 맺는다’고 합니다.
“집에 강아지 키우니? 우리가족이 3주간 유럽여행 가는데 우리 집 강아지 좀 돌봐줘.”
“너희 집 앞에 백화점 있지? 거기 남편 옷이 있는데 좀 찾아오면 안 될까?”
나를 자기 딸 삼고 싶다고 했던 사장님은 웃으며 이런 부탁을 아무렇지 않게 하곤 했어요.
“딸 같아서 그래, 뭐 어려운 일 아닌데 해줄 수 있지?”
혹여 내가 거절할까봐 친절하게 사족을 달아주는 센스까지.
저는 가족 같은(?!) 회사에서 근로계약서를 쓰지 않고 몇 달을 일했습니다.
‘사장님은 우리 엄마가 아니잖아요. 개인적인 용무는 알아서 하시죠!’ 라고 단호히 거절하지 못하고 요청을 들어주거나 핑계를 대기 바빴죠. 그 당시엔 근로계약서를 쓰지 않았던 것도 문제였지만, 썼다고 해도 노동법에 준수된 일하는 나의 권리를 잘 챙길 수 없었던 것 같아요.
그런데 이건
저만의 문제일까요?
주위를 살펴보면, 인턴이라고 들어갔는데 배우려는 일은 안 가르쳐주고, 커피, 복사만 시키질 않나. 자기 딸 과제를 나보고 대신 하라고 하지 않나. 신입사원으로 들어온 나는 ‘잡(job)’을 구한 건지, ‘잡일’을 구한건지 괴로움을 갖게 된다는 친구들의 토로는 익숙합니다.
일을 시작하며 우리가 잊지 말아야하는 건 ‘근로자는 사업주에게 임금을 받고 계약된 장소에서 계약된 업무내용을 바탕으로 노동력을 제공하는 자’라는 것입니다.
사업주는 임금을 주고 나는 노동력을 제공하기로 양자 간에 합의한 동등한 관계일 뿐, 그 노동력엔 약속하지 않은 업무지시나 내 감정까지 포함시킬 수 없습니다.
우리 헌법에서 보장하는 평등, 자유의 가치는 일터에서도 똑같이 보장받아야 합니다.
근로자에게 최소한의 인간다운 권리를 지켜주기 위해 만들어졌다는 근로기준법. 그런 근로기준법을 바탕으로 만들어진 계약서가 바로 근로계약서입니다.
“나는 약속한 돈을 받고 약속한 일만 하고 싶어요. 나는 사장님이 시키는 대로만 해야 하는 노예가 아니란 말이에요.”
근로계약서는 나와 사업주의 관계가 동등하다는 것을 확인시켜주는 종이인 것이죠.(호적에 없는 딸과 임금 주는 사장 엄마/ 또는 노예와 사장과의 관계가 아니라!)
근로계약서는 2012년부터 사업주와 근로자가 함께 작성해 사인해서 나눠 갖도록 의무화됐습니다.
작성하지 않거나 1장씩 나눠 갖지 않으면 사업주는 500만 원 이하의 과태료나 벌금형에 처해집니다. 위와 같은 조치가 만들어진 것은 일터에서 사업주와 근로자 관계가 동등하지 않기 때문에 근로조건을 제대로 합의하지 못해 생길 수 있는 불이익을 막기 위해서입니다.
근로계약서에 포함해야하는 각각의 항목은 근로의 대가로 사업주가 꼭 지급해야하는 임금과 관련된 내용부터 각 사업장에서 중요하게 생각하는 항목을 추가한 것이기 때문에 세세하게 확인하는 게 중요합니다.
세상에는 좋은 사업주도 많지만 나쁜 사업주도 많고, 근로자들에게 마땅히 보장해야 하는 사업주들의 역할을 모르는 경우도 많습니다. 마찬가지로 근로자들 역시 자신이 보호받을 수 있는 경우를 모르는 경우도 많다 보니, 근로계약을 맺을 때 근로자들이 불이익을 겪을 수 있는 내용들이 포함되는 경우를 흔하게 볼 수 있습니다.
위의 내용이 포함되어 있는 근로계약을 했다면, 과연 합리적일까요? 답은 ‘아니요’입니다.
사업주와 근로자의 관계는 평등에 기초하며, 근로자에게만 불리하다면 아무리 근로자가 동의하고, 사인을 했다 하더라도 법을 위반한 것이기 때문에 계약내용은 무효가 됩니다.
■ 도움말
전진희 청년유니온 前 노동상담팀장, 김왕영 노무사
■ 참고자료
『대한민국에서 반드시 알아야할 노동법 150』김동재 · 김응수 (2007)
『근로자의 비밀유지의무와 영업비밀』이달휴 (2009)
『영업비밀 판례동향 발표자료』다래/민현아 변호사(2011)
■ 더 궁금한 것이 있다면?
청년유니온 노동상담: 02-735-0262 / 온라인 게시판
발행일 | 2017-12-28
*2017 스토리펀딩 [노력말고 노조가 필요한 우리]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작성된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