멸치대가리를 따며 깨닫는 인생의 진리

나는 무엇을 위해 사는가

by 윤지윤

어쩌다 태어난 이 생에서

내가 가장 이뤄내고 싶은 것은 뭘까


내가 나의 장점이라고 생각하는 것은 몇 개 없는데

그 중의 하나가

무언가 벽에 막히거나

힘든 일이 있을 때면

"내가 진짜로 원하는게 뭐지?"라고

스스로에게 물을 수 있다는 것이다.


사소한 집안일이던

회사의 큰 일이건

무언가 일을 하다 막히면 이렇게 나에게 묻는다


"뭘 얻으려고 이렇게 고민되고 힘든 일을 하고 있는거지?"


내가 원하는 일이 무엇인가 생각하다 보면

진짜로 이 일을 하는 목적이 무엇인가 생각하다 보면

고민하던 일에서 조금 떨어져서 그 문제를 볼 수 있게 된다.


내가 고민했던 일들은 조금 사소해지고

사소한 일들은 금방 처리할 수 있는 일이 된다.


이 계획 왜 만들어?

지구를 지켜야 하니까

왜 지구를 지켜야 해?

그게 내 일이니까

왜 일은 해야 돼?

소득이 있어야 하니까

왜 소득이 있어야 돼?

그래야 자식새끼들하구 남편 먹여 살리지

왜 자식새끼들하구 남편 먹여 살려야돼?

사랑하니까, 내 가족이니까

사랑하는 일에 지금 붙들고 있는 일의 지분은

몇%나 차지해?

0.1%정도

그럼 니 인생에서 0.1%의 노력을 하면 안 됨?

안될 거 뭐 있나 ㅇㅋㅇㅋ


대략 요런 사고들이 흘러간 머릿속은

조금 편안해져서

막혔던 혈관이 뚫리듯

어려웠던 일들도 무언가 슬슬 풀리는 기분이 든다.


실제로 0.1%의 노력만 들여서는

처리할 수 없는 일이 맞다.

그러나 나라는 존재에서

살짝만 유체이탈하여 위에서 내려다보면

인생에서 별 거 아닌 일이 되어

조금 다루는 게 수월해진다는 말이다.


내가 이런 생각을 하게 된 것은

보리수 나무 아래서의 부처님보다는

매우 하찮은 깨달음의 순간이 있었는데


그것은 바야흐로 20여년 전.

지금은 남편이 된 남친과 함께 집에서

요리를 준비하고 있을 때였다.

나는 마트에서 싸게 득템한 멸치 대가리를 따느라

열중하고 있었고

남친은 자신과 놀아주지 않는다며 투덜거리고 있었다.

그가 투덜거리는 만큼 난 초조해졌고

얼릉얼릉 따서 냉동보관하려고

멸치 대가리를 따는 손을 더 빨리 놀려 보았지만

멸치는 따도따도 끝이 없었고 기어코

일 하는데 투덜거린다며 남편에게 짜증을 내어버렸다.

그리고 그 순간 깨달았다

이깟 멸치대가리가 뭐라고

시키지도 않은 일을 하면서 사람한테 짜증을 내다니.


내가 멸치대가리를 따는 이유는 뭐야?

싸게 산 음식 잘 저장해서 맛있는 요리 하려구

요리 왜 해 힘든데?

내 요리 맛있음. 남친도 잘 먹음

맛있는거 좋아하는 사람하고 나눠먹는 거 좋아.

왜 맛있는 거 나눠 먹으려고 해?

행복한 순간을 같이 보내고 싶어서

그런데 왜 지금 안 해?

그르네 ㅇㅋㅇㅋ


그가 행복하게 지낼 수 있는 귀중한 시간인데

그깟 멸치가 싸면 얼마나 싸다고

그걸 박스채 사놓고

정리하면서 혼자 끙끙대며

내가 행복할 기회를 버리고 있는지


내가 진짜로 원하는게 뭐지?

를 위해 왜?를 몇 번 넣어 물으면

나의 답은 항상

'사랑하는 사람들과 그 날의 소소한 일상을 즐기는 삶을 사는 것'

이었다.


무언가 막히면 '이거 왜해?'라고 몇 번 물어보자.


나는 왜 지금 이것을 하고 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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