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켜지 못한 성냥]

by 미미야

치익-

추운 거리의 소녀는

언 손을 녹이려 성냥을 그었습니다.

피어오른 작은 불꽃은

어둠으로 덮어두고 싶었던 소녀의 마음을

세상에 드러냈습니다.


화락-

추위는 잠시 물러갔지만

원치 않은 무대의 핀 조명을 받은듯한 소녀의 마음은

다시 성냥이 꺼지기를 기다립니다.


사각-

주머니 속의 성냥을 만지작 거립니다.

"아픈 티 내지 마, 그건 촌스러운 거야."

"약한 모습 보이면 루저가 되는 거야."

치익-하고 성냥을 그어

따스함으로 내 마음을 보여주려다

멈칫하고 다시 주머니에 넣어둡니다.

무엇인가 내 손목을 붙잡으면서

스스로 더 단단해져야 한다고 속삭입니다.


톡톡-

나는 오늘도 성냥을 켜지 못하고

주머니에서 스마트폰을 꺼내

촛불 대신 꺼지지 않는 스마트폰 불빛을 보며

외롭지만 단단해 보이고 싶은 표정을 지어봅니다.

keyword
일요일 연재
이전 17화[돌아올 수 없는 퇴사의 다리 위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