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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Red Marine Nov 19. 2020

이별일기(이별의 순간을 다시 만나게 된다면)

#. 45번째 이야기

'현실을 인정한다는 ' 대한 복잡한 심경이  무렵 영화 '신세계'  적이 있습니다. 10번도 넘게  영화였지만, 그날 유독 정청(황정민) 죽음을 앞두고 했던 대사가 마음속에  닿았습니다. 죽음을 앞두고 믿었던 사람에게 받은 배신과 함께 지내온 세월에 대한 그리움 등이 교차되는 복잡한 심정을 대변했던 대사 '독하게 굴어.. 그래야만 네가 살아..' 받아들이고 선택해야지만   있다는 메시지 같았고,  말이 마치 저에게 해주는  같았습니다. 이별의 현실은 너무나 가혹한 상황이었지만, 살아가기 위해서 받아들여야  방법을 찾기 시작했습니다. 그중에 저는 과거에도 그랬고 힘들  적어봤던 '이별 일기'라는 것을 떠올리게 되었습니다. 일기를 통해서 아이에 대한 죄책감에 대해서 마음의 무게를 덜어보고 앞으로  스스로를 자책하며 죄인처럼 살아가지 않길 바라는 마음에서 시작했습니다. 일기를 통해 아이와 처음 만났던  순간부터 아빠로서 얼마큼 노력하며 최선을 다했는지 적어보기도 했고, 조금은 늦었지만 전하지 못했던 아름다운 작별인사를 해보기도 했습니다. 그리고  가지 바람이 있다면 시간이 지나  훗날, 문득문득 이별에 대한 아픔과 만난다면 '잠시였지만  인생에서 가장 행복했던 시간을 주어서 행복했고 고마웠어!'라고 하며 덤덤히 넘길  있기를 바라며 그렇게 받아들이고  살아갔으면 하는 마음을 적었습니다.



[2018. 02. 17의 이별 일기 내용의 일부입니다]

처음 하는 이별도 아닌데 이별은 언제나 가슴 아프고 힘이 든다. 처음에는 미워하는 마음이 컸지만 점차 시간이 지날수록 스스로를 감옥에 가두고 자책하는 나를 발견했다. 이렇게 살다가는 정말이지 아무것도 할 수 없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못난 아빠였어도 짧았지만 우리가 함께 했던 시간 동안에 너를 위해 내가 어떤 생각을 했고, 어떤 걸 보여주고 싶었는지 짧은 글을 써본다.  

첫 번째 생각은 태어나서 첫 돌을 맞이하기 전까지 육아 일지라는 걸 써봤어. 나도 처음 해보는 육아가 쉬울 리 없었고, 어떻게 해야 하는지 몰랐을 때 좀 더 너를 잘 케어해주기 위해서 매일 자는 시간, 먹는 시간, 성장발달 등을 기록하며 1년을 하루도 거르지 않았고, 그 누구보다 내 아이의 발달 그리고 말하지 못하는 너의 불편함을 가장 빨리 알 수 있는 아빠가 되어주고 싶었던 것 같아. 너의 울음이 무엇을 뜻하는지 그게 부모 자식으로서 처음 나누어본 둘만의 신호가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두 번째로 했던 일은 무엇일까? 아마도 사회적 편견을 무릅쓰고 육아휴직을 했던 일이 아닐까 생각해. 2살이 되던 해 1년이란 시간 동안을 함께하면서 걷는 법, 뛰는 법, 말하는 법, 밥 먹는 법, 씻는 법 등을 가르쳤어. 그리고 문화센터와 아기 수영장을 1년이나 다니면서 오감발달과 신체발달에 도움이 될만한 것들을 함께했고, 선생님들에게서 아빠도 표정과 동작 등을 배우며 집에 와서 너와 소통하는 법을 배운 게 기억에 많이 남는다.

세 번째는 어린이집을 갔을 때였던 것 같아. 매일 보던 아빠와 떨어져 네가 생활하는 모습을 혼자 멀리서 지켜보면서 얼마나 가슴 졸였는지 아직도 그 기억이 생생해. 어린아이의 눈에서 보는 세상은 어떤 것 일지 정말 많이 공부했던 것 같아. 너의 감정이 행동이 무슨 의미를 가질지에 대해서 말이야. 담임 선생님에게 부모로서 처음으로 손편지를 썼어. 1년간 너를 어떻게 키웠고, 어떤 행동을 하는지 설명해 주었어. 아침마다 데려다주고 데려오면서 사회 구성원으로 다른 사람과 함께 노는 법, 함께 지내는 법, 함께 나누는 법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 알려주는 시간을 담임 선생님과 가르치면서 시간을 보냈던 것이 너를 너무나 밝게 잘 자랄 수 있도록 도와주었던 게 아닐까 싶어.


[2018. 08. 04의 이별 일기 내용의 일부입니다]

이제야 용기 내어 그동안 전하지 못했던 이야기를 글로 써본다. 아마도 4년 전이었지? 너와 처음 만난 오늘이. 너무나도 소중한 네가 내 품에 안겼던 그 순간을 잊지 못했어. 나의 의지는 아니었지만 너와 생 이별을 해야 한다고 했을 때 얼마나 가슴이 아팠는지 너무나 힘들었던 심정을 네가 이해해줄 날이 올까? 재판을 끝까지 안 하겠다고 버텼더라면 내가 힘듬을 선택하고 견뎠더라면 너에게 이런 아픔을 주지 않았을 수도 있지 않았을까 하는 후회가 된다. 그렇지만 그 당시에 아빠도 살아가기 위해서 할 수 있는 몇 안 되는 선택의 하나 었어. 그 어떤 이유로도 정당화될 수 없다는 걸 알지만 이렇게라도 전하고 싶었고 그리고 용서를 구할 날을 기다려보려고. 홀로 너를 키우다가 너를 보내야 하는 걸 받아들이기까지 얼마나 고통스러운 시간을 보냈는지 모르겠다.

아빠도 이런 상황이 처음이라 어떻게 해야 할지 정신이 없었던 것 같아. 어른이 되어도 감당할 수 있는 일이 많지 않다는 걸 처음으로 느꼈어. 한동안 널 볼 수 없다는 것이 너무 괴로워서 이제 정말 그만 하고 싶다 생각하며 정말 돌이킬 수 없는 생각과 행동을 했던 적이 있었는데 그때마다 네가 무의식에 나타나서 그러지 말라고 말을 해줘서 넘고 또 넘을 수 있었어. 너를 끝까지 지키겠다고 그렇게 다짐했는데. 참 어리석은 짓을 했다는 걸 깨닫고 너를 위해서 더 악착같이 살아야겠다고 생각했지. 네가 자라면서 힘들 때마다 누군가를 원망하고 싶을 때 미워할 대상조차 없는 게 얼마나 더 큰 고통일지 그것조차 헤아려야 하는데 말이지.

아마 그때부터였던 것 같아. 더 열심히 살아야 하고 더 성공을 해서 멀리 서라도 든든한 버팀목이 되어 주어야 한다는 생각을 한 것을 말이야. 경제적으로든 심리적으로든 그 어떤 경우라도 네가 도움의 손길을 내밀었을 때 아빠의 존재가 무엇인지 보여주고 싶었어. 자라면서 미운 정 고운 정이 들지는 못하겠지만 너 하나만 생각하며 어떠한 경우라도 그 편이 되어주는 누군가가 꼭 있다는 걸 잊지 않았으면 좋겠다.  

보고 싶어도 아빠를 만날 수 없게 해서 미안하고, 아빠가 필요로 할 나이에 함께 해주지 못해서 미안해! 그렇지만 먼 훗날 우리가 다시 만날 때 네가 자랑스러워할 아빠의 모습으로 살아가고 있을게!! 꼭 다시 만나자 아빠 딸!!  


[2018. 11. 27의 이별 일기 내용의 일부입니다]

사람의 인생이라는 게 한 치 앞의 일도 알기가 이렇게 어렵구나. 가만히 생각해보면 미래는 아주 우연한 사건에 의해 결정된다는 사실이 참으로 허무하게 느껴진다. 이런 식이라면 열심히, 성실하게 일하며 미래를 설계할 의미가 있을까? 주위를 둘러봐도 살다 보면 우리의 삶이 항상 논리적 인과관계에 따라 구성되지는 않는다는 것을 심심치 않게 경험을 통해 목격을 했다. 열심히 살아온 사람이 나락에 빠지는 경우도 허다했으니까.

내 2018년도가 그러한가 보다. 원래 계획대로라면 벌써 런던으로 유학을 떠났을 것이고, 1년 여의 정규 커리큘럼을 마치고, 유럽이나 해외취업을 목표로 뛰어다녔을 텐데. 이것이 내 공부의 꿈이었고 목표였다. 어린 나이에 결혼을 했다고 해서 내 꿈을 포기하고 싶지 않았는데, 왜냐하면 아침시간 줄여가며 준비했고, 그 당시는 이 꿈을 응원해주고 함께 걷는 이가 생겼다고 생각했거든 아마 여기서부터 내 판단의 잘못이었나 보다.

지금 생각해도 단단한 착각이 아니었나 하는 생각이 강하게 들지만 받아들이겠다. 어렵겠지만 이 길이 아니라면 우회하는 방법을 선택하면 된다. 다시 천천히 걸어가자!! 할 수 있다!!


많은 감정의 변화들이 일었다는 걸 일기를 통해서 알 수 있었습니다. 예전에 읽었던 글이 있습니다. 부모가 돌아가시면 3년 동안 그 곁을 지키며 효의 도리를 다한다. 풍습이 그랬던 것도 있지만 다른 시각에서 생각을 해보면 아마도 3년 정도는 지나야 아픔과 슬픔이라는 감정의 무게가 조금은 무뎌지기 때문은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을 해봤습니다. 이별의 아픔을 겪은 지 이제 3년이라는 시간이 지났습니다. 저에게 3년이란 시간도 아마 그러한 시간이었을 것 같습니다. 이제는 조심스럽게 가족들과도 아이의 이야기도 꺼낼 수 있고, 웃어넘길 수 있는 마음의 여유도 생겼습니다. 조금씩 무뎌지는 이 순간이 참 허무하게 느껴지지만 저는 '이별 일기'를 통해서 많은 부분을 비워내고 쏟아내며 그 시간을 견뎠고 극복할 수 있었습니다. 지금도 문득 이별의 아픔이 나를 찾아와 그 당시를 떠올리게 하지만 내 일기의 글을 통해서 나 자신과 정면에서 마주할 마음의 용기가 생겼기 때문에 이제는 짧았던 그 시간 동안 부모와 자식의 연을 맺을 수 있어서 감사했고, 고마웠다고 말하며 더 건강한 어른으로 꿋꿋이 세상을 살아가고 있습니다


지금 이런 상황에 처해있다면 짧은 글일지라도 진지하게 적어보세요.
내 가슴이 하는 말이 무엇이고, 내 머리가 하는 말이 무엇인지
조금이라도 알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입니다.




Note
이별의 아픔을 극복하기 힘든 많은 분들에게, 누군가에게 말로 할 수 없는 상황이라면 나만 볼 수 있는 나만 아는 이별 일기를 통해서 가슴에 맺혔던 응어리를 조금은 내려놓으시길 바라겠습니다. 그리고 마음을 단단히 하고 멋지게 다시 이 세상에 소중한 존재가 되어주세요.그 일기가 자기 자신에게 큰 울림이 되길 진심으로 바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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