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학기가 마무리되었다. 교과별 성적을 나이스에 넣고 가장 중요한 행동발달 종합의견이 남아있다. 1학기 행발(이하 행동발달종합의견)은 생활기록부에 남지 않아서 아이에게 정말 해주고 싶은 말을 남기기도 한다. 혹시나 부정적인 문구를 넣게 되면 꼭 누가기록으로 학생의 행동을 기록해 두라고 한다.
교사의 싫은 소리 누가 좋아하랴. 그냥 다 좋게 적어주는 것이 가장 편한 방법이다. 그리고 좋은 말 대잔치 예시문구는 너무나 많다. 요즘은 키워드만 넣으면 AI가 아주 그럴듯한 행발문장을 만들어 준다. 교사의 학년말 창작의 고통을 덜게 해 준다. 작년에 AI문구를 발견하고 와 신세계이구나. 이제 좀 학기말 성적이 편해질까 생각했다.
그렇지만 나는 이번 학기에도 AI를 사용하지 않았다. 그냥 그전에 쓰던 예문도 참고하면서 반 아이에게 맞다고 생각하는 말을 골라 넣어주었다. 길게 쓰지도 중언부언하지 않고 교과면, 교우관계, 학교생활태도면에서 각 부분에서 꼭 해주고 싶은 말을 고르고 골라 적어준다.
인도 속담에 '진실의 화살을 쏘려거든 화살촉에 꿀을 발라라'는 말이 있다. 진실이긴 하지만 둘러둘러 말하고자 했다. ~ 한다면 발전이 기대됨. ~에 노력이 필요하지만 ~에서 탁월한 능력을 보여줌. 아이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지만 조금 둘러서 말하고 또 잘하는 부분, 좋은 점도 함께 쓰려고 한다. 대부분의 교사가 마찬가지 일 것이다. 말한다고 아이가 바로 달라지는 것도 아니지만 진실을 살펴보고 돌아볼 수 있는 기회라고 생각해 준다면 좋겠다.
꿀을 발랐음에도 아프긴 할 테니 2학기에 달라지지도 않을 텐데 우리 선생님 나 좋게 안 본다고 싫어할 수도. 점점 진실의 화살을 쏠 수 없게 되고 유창한 문구만 넘쳐나겠지. 뭐가 맞는지 알 수 없지만 에라 모르겠다. 그냥 내 길을 가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