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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베짱이 지샘 Aug 02. 2024

Ai가 써주는 행동발달 종합의견

  1학기가 마무리되었다. 교과별 성적을 나이스에 넣고 가장 중요한 행동발달 종합의견이 남아있다. 1학기 행발(이하 행동발달종합의견)은 생활기록부에 남지 않아서 아이에게 정말 해주고 싶은 말을 남기기도 한다. 혹시나 부정적인 문구를 넣게 되면 꼭 누가기록으로 학생의 행동을 기록해 두라고 한다.

  교사의 싫은 소리 누가 좋아하랴. 그냥 다 좋게 적어주는 것이 가장 편한 방법이다. 그리고 좋은 말 대잔치 예시문구는 너무나 많다. 요즘은 키워드만 넣으면 AI가 아주 그럴듯한 행발문장을 만들어 준다. 교사의 학년말 창작의 고통을 덜게 해 준다. 작년에 AI문구를 발견하고 와 신세계이구나. 이제 좀 학기말 성적이 편해질까 생각했다.

  그렇지만 나는 이번 학기에도 AI를 사용하지 않았다. 그냥 그전에 쓰던 예문도 참고하면서  반 아이에게 맞다고 생각하는 말을 골라 넣어주었다. 길게 쓰지도 중언부언하지 않고 교과면, 교우관계, 학교생활태도면에서 각 부분에서 꼭 해주고 싶은 말을 고르고 골라 적어준다.

  인도 속담에 '진실의 화살을 쏘려거든 화살촉에 꿀을 발라라'는 말이 있다. 진실이긴 하지만 둘러둘러 말하고자 했다. ~ 한다면 발전이 기대됨. ~에 노력이 필요하지만 ~에서 탁월한 능력을 보여줌. 아이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지만 조금 둘러서 말하고 또 잘하는 부분, 좋은 점도 함께 쓰려고 한다. 대부분의 교사가 마찬가지 일 것이다. 말한다고 아이가 바로 달라지는 것도 아니지만 진실을 살펴보고 돌아볼 수 있는 기회라고 생각해 준다면 좋겠다.

  꿀을 발랐음에도 아프긴 할 테니 2학기에 달라지지도 않을 텐데 우리 선생님 나 좋게 안 본다고 싫어할 수도. 점점 진실의 화살을 쏠 수 없게 되고 유창한 문구만 넘쳐나겠지. 뭐가 맞는지 알 수 없지만 에라 모르겠다. 그냥 내 길을 가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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